[기자수첩] 장마철 폭우 속 콘크리트 타설,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기자수첩] 장마철 폭우 속 콘크리트 타설,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8.05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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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中 타설' 규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 마련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비 오는 날 콘크리트 타설, 이제는 막아야 한다 ⓒ pixabay
비 오는 날 콘크리트 타설, 이제는 막아야 한다 ⓒ pixabay

기초공사는 건축물의 밑바닥을 견고하게 다져 건축물의 침하, 전도, 파괴 등을 방지하는 것으로 모든 공사의 첫 시작이자 기본 토대다. 부실한 기초공사는 부실공사를 야기하기 마련이다. 특히 다른 공정과는 달리 일단 한번 진행되면 차후 발견되기 어렵고 수정·보완하기도 힘들어 언젠가 반드시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1970년 와우시민아파트 붕괴사고, 1993년 우암상가아파트 붕괴사고,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이 대표적인 예다.

통상적으로 기초공사는 먹매김, 터파기, 배관, 철근, 콘크리트 타설 등으로 구성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는 공정이 콘크리트 타설이다. 건축물의 뼈대인 벽과 기둥을 만드는 일이라서다. 기초공사에 쓰이는 콘크리트는 보통 현장에서 그때그때 배합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다른 장소에서 시멘트와 모래·자갈, 혼화제·혼화재 그리고 물을 섞어 반죽한 뒤 이를 차량으로 옮겨 사용한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레미콘'(Ready Mixed Concrete)이다.

앞서 말했듯 콘크리트 타설은 건축물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어, 레미콘은 현행법에 따라 제조 방법과 품질·강도 검사를 이행한 뒤 믹서트럭으로 공사현장에 운반되며, 이동하는 과정에서 굳거나 변질될 가능성이 있어 운반시간까지도 엄격히 관리된다. 혼화제·혼화재나 물을 과도하게 섞은 레미콘이 이따금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이유다. 

공사현장에서 이미 반죽된 레미콘에 혼화제·혼화재, 물 등을 섞는 까닭은 원가 절감과 공기 단축이다. 혼화제·혼화재가 시멘트보다 저렴하고, 물을 타면 반죽의 유연성이 커져 작업하기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공사업체 입장에서는 상당한 비용을 아낄 수 있지만, 레미콘의 강도가 떨어져 건축물에 균열이 쉽게 생기고 자칫 침강,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관계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감리 제도 등을 통해 이 같은 행위를 단속, 사전에 대형 참사를 방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화제·혼화재, 물 따위를 섞는 작업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일종의 관행으로 고착화된 것이다. 특히 물을 타는 '가수 작업'은 공공연하게 이뤄지기도 한다. 바로 '우중'(雨中) 콘크리트 타설이다.

본지는 몇몇 건설사들이 비가 내리는 날씨에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을 진행 중이라는 제보를 최근 잇따라 받았다. 서울, 경기 광주, 인천 검단신도시, 충북 청주, 전남 광양, 여수 등 한두 곳이 아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원가 절감·공기 단축 유혹에 상대적으로 쉽게 흔들리는 중견건설사가 맡은 공사현장이며,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 내에 위치한 대형 건설업체들도 일부 있었다. 제보된 우중 타설 시기는 모두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집중됐다.

해당 시기는 올해 여름 장마철과 딱 맞아떨어진다. 최근 전국 곳곳에는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있다. 시간당 120mm 이상 역대급 폭우다. 비 피해도 심화되고 있다.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집중호우로 인해 전국에서 약 30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고, 1500여 명 가량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재산피해 역시 극심한 실정이다.

이처럼 많은 비가 오는 날에는 콘크리트 타설을 실시하지 않는 게 상식적이다. 마치 물을 탄 것처럼 레미콘에 비가 스며들어 강도가 크게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집중호우에는 콘크리트 타설은 물론, 공사 자체를 중단하는 게 마땅하다. 실제로 품질과 안전사고 등 문제를 고려해 작업을 멈춘 현장이 많다. 그럼에도 일부 건설사들이 비용 절감과 공기 단축을 위해 비를 무시하고 콘크리트 타설을 강행하거나, 날씨를 의도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업체들이 이 같은 파렴치한 작태를 벌이고 있는 건 우중 타설에 대한 법적 규제가 전혀 없어서다. 그저 산업안전기준에관한규칙에서 '사업주는 비나 눈, 그밖에 기상상태 불안정으로 인해 날씨가 몹시 나쁠 때에는 작업을 중지시켜야 한다'고 권유하고 있을 뿐이다. 입주예정자들이 지자체 등에 민원을 제기해도 딱히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이렇다 보니, 우중 타설 행위가 딱 걸려도 오리발을 내밀고 핑계를 대면 그만이다. 실제로 빗속에서 콘크리트 타설을 강행한 것으로 확인된 몇몇 건설사 또는 공사현장에 문의한 결과 "일정상 불가피하게 타설을 실시했고, 즉각 보양작업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요즘에는 제품이 우수하기 때문에 물이 거의 침투되지 않는다", "차후 강도를 재검사하겠다" 등 마치 입이라도 맞춘듯 동일한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우중 타설로 인해 짧게는 5~10년 후, 길게는 30~40년 뒤 건축물에 금이 가거나 내려앉고, 심지어 무너진다면, 그래서 대형 인재가 발생한다면 과연 어느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우중 타설에 따른 인재라는 게 증명이나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서 거론한 1970년 와우시민아파트 붕괴사고, 1993년 우암상가아파트 붕괴사고,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은 모두 사고 원인 중 하나로 부실한 콘크리트 강도가 지목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가 오는 날 타설된 콘크리트가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했을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우중 콘크리트 타설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이미 수년 전부터 줄기차게 요구된 사안이다. 언제까지 비 내리는 날 이뤄지는 콘크리트 타설을 불안에 떨며 지켜봐야 하는가. 주무부처와 국회가 하루빨리 관련 법을 마련하길 바란다.

지금 쏟아지는 폭우가 건설사들의 잿빛 욕망과 뒤섞여 미래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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