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말도 못해?” 與 내분 촉발한 ‘부동산 함구령’…이면엔 ‘열린우리당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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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말도 못해?” 與 내분 촉발한 ‘부동산 함구령’…이면엔 ‘열린우리당 트라우마’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0.08.07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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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부동산 문제 함구령…"이게 정당 민주주의냐"
집중 비난받는 노웅래·정청래…일각서 "금태섭처럼 징계해야"
열린우리당·노무현 트라우마 '심각'…"진정한 우리당 정신은 민주주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원 팀’ 의식만을 강조하며 의견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민주당의 행보에는 일명 ‘열린우리당 트라우마’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뉴시스
‘원 팀’ 의식만을 강조하며 의견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민주당의 행보에는 일명 ‘열린우리당 트라우마’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故박원순 서울시장 성추문과 부동산 관련 이슈로 여론이 악화되자 당내 ‘함구령(緘口令)’을 강조하고 있다. 당 지도부와 열성 당원들은 여당의 부동산 입법 강행과 검경·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편과 관련해 이견(異見)을 내놓는 인사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이게 민주주의가 맞느냐”는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원 팀’ 의식만을 강조하며 의견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민주당의 행보에는 일명 ‘열린우리당 트라우마’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4선의 노웅래 의원은 지난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다수결의 폭력도 문제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야 한다”며 여당의 부동산법 강행을 지적했다가 당원들로부터 역풍(逆風)을 맞았다. 노 의원은 즉각 SNS에 “야당이 지금 하는 모습을 보니 단독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겠다”면서 당심을 수습해야 했다. 

3선의 정청래 의원도 지난 4일 자신의 지역구인 마포에 공공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정부의 일방적 발표에 대해 SNS에 “이런 방식은 아니다. 기사를 통해 알았다”는 반발의 글을 올렸다가 “당과 뜻이 다르면 금태섭처럼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비판적인 당론이 쇄도했다. 

앞서 이해찬 대표는 ‘윤미향 의혹’과 ‘금태섭 징계’ 등의 논란을 두고 소속 의원들에게 침묵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당 지도부가 당초 초선들을 향해 신신당부했던 ‘입조심’은 부동산 논란 이후 ‘함구령’으로 강화돼 중진에게까지 영향력을 뻗쳐 가는 모양새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이게 정당 민주주의가 맞느냐. 시대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당 중진들이 그들이 몸담고 있는 정부 여당의 행보에 대해 이 정도의 말도 못 얹느냐”면서 “176석 얻었다고 민심이 민주당에게 완전히 향했다고 보나. 이러다가 정작 잡아야하는 중도는 대선 전에 다 떠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지도부 사이에선 ‘이번이 아니면 부동산 투기를 해결할 기회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지적이다. ⓒ뉴시스
당 지도부 사이에선 ‘이번이 아니면 부동산 투기를 해결할 기회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지적이다. ⓒ뉴시스

‘정당 민주주의’ 내홍을 불러온 ‘부동산 함구령 논란’에는 일명 ‘열린우리당 트라우마’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故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을 타고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152석의 압승을 거둔 열린우리당은 종합부동산세를 시행하다가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16대 대선에서 내리 참패해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끝맺지 못한 바 있다. 이에 당 지도부 사이에선 ‘이번이 아니면 부동산 투기를 해결할 기회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지적이다. 

당대표 후보로 나선 김부겸 전 의원은 지난달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부동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이 문제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생각이 있어서 정치적 조바심을 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에 몸담았던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성 당원들이고 의원들이고, 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입만 열면 하는 말이 있다”면서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입을 뗐다.

“176석의 민주당은 ‘열린우리당 트라우마’로 움직이는 집단 같아요. 이해찬 대표도 그랬듯이 ‘자만하면 우리당 꼴 난다’면서 의원들 서로가 ‘입조심’을 당부해요. 또 한편으로는 노무현과 우리당의 숙원 사업이었던 검찰 개혁과 부동산 개혁에 집착하죠. ‘문자폭탄’ 날리는 당원들이 특히 더 그래요. 우리당의 악몽을 재현하지 않고 재집권을 하기 위해선 ‘닥치고 개혁’으로 가자는 건데, 내부 토론까지 막는 건 솔직히 민주주의의 퇴보 아닐까요. 현재의 분위기는 ‘노무현 정신’은 아니라고 봅니다.” 

한편 야권도 일제히 민주당의 ‘부동산 개혁 드라이브’에 반발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저격해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는 조선노동당의 구호를 연상시키는 행태”라고 수위 높게 비판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국정 전반이 정부·여당의 독주로 무너져내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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