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부동산 엇박자 - 국민 원성 안 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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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부동산 엇박자 - 국민 원성 안 들리나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08.08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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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늠자는 결국 시장의 평가
23번째 대책…反시장 ‘정치’ 역풍(逆風)
'공급' 효과 깎아먹는 공공임대 집착
범여권 안에서도 파열음, 실효성 의문
'폭등'마저 앞선 정권 탓 강변
균형발전이 근본 - 외국인 투기도 대처해야
"집 가진 사람이 세금 인출기냐" 비판론
국민고통 외면하면 민심 돌아설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정부가 실로 오랫만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 기조를 선회했다. 관계 후속입법도 일제히 통과시켰다.

문재인정부 들어 계속적인 부동산 정책 실패끝에 나온 23번째 대책이다. 세금 위주 수요억제책으로 일관해 집값 급등을 자초해 오다, 그나마 뒤늦게라도 공급확대의 시동을 건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눈에 띄는 부분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새로운 형식의 재건축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문제가 적지 않다. 집값을 안정시킬지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이다. 핵심 과제로, 실익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게 재건축 조합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전국 방방곡곡이 부동산 광풍에 휩싸여 있다. 정부·여당이 집값을 잡겠다며 쏟아낸 반시장·반헌법적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수많은 국민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동안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무려 22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그때마다 집값은 더 크게 오르고 잠잠하던 지역까지 들쑤셔 놓았다. 이번 대책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수도권의 집값을 잡겠다는 취지이지만, 뜻대로 될지 의문이다. 결국 정확한 가늠자는 '시장의 평가'로 나타날 것이다.

정부가 실로 오랫만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 기조를 선회했다.ⓒ뉴시스
정부가 실로 오랫만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 기조를 선회했다.ⓒ뉴시스

시행도 되기 전 추락

이번 23번째 부동산 정책 출발부터 삐걱댄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알력까지 불거졌다.

모처럼 서울 도심에 주택 공급을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정부와 서울시의 즉각적인 충돌 등으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정부에 대한 신뢰만 더 떨어지게 생겼다.

서울시조차 “민간이 참여할지 여부에 대해 의문이 든다”며 정부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다.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할 대책이 조율되지 않은 잡음으로 인해 시행도 되기 전에 추락해버린 형국이다.

이런 분위기로 조합 참여가 저조하면 정부 공급계획도 장밋빛 청사진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정부 카드 무용지물(無用之物) 우려

이런 가운데, 정부 여당의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 강행 처리로, 집 가진 사람들은 죄인 취급을 당하면서도 집을 팔지 못한 채 폭탄이 터지기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기본적으로,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무엇보다 징벌적 세금으로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는 의도에서부터 위헌 논란에 부딪치고 있다.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한 달에 한 번꼴로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면서 되레 집값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양산했다. 이번 대책에서도,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기존 규제를 그대로 놔둔 채 공공참여재건축으로 5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은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제 정부의 카드는 거의 다 나왔다. 이러고도 집값을 잡지 못하면 정부와 여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무용지물(無用之物)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번 대책에 따른 실제 주택공급은 2~3년 뒤부터나 본격화할 것이라는 점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사실상 어렵다. 여기에다, 이번 계획은 물량 맞추기에 급급해 서민 주거안정의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나온다.

치솟는 집값에 내집마련 꿈을 포기하고, 월세를 전전할 걱정에 길거리와 온라인을 가득 메운 국민원성이 들리지 않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수익성과 공공성 균형점

관건은 역시 현실적으로 정부 '대책 기조'를 어떤 수준까지 구현해 내느냐 여부다.

그렇지만, 이 또한 우려가 높다. 서울시가 처음부터 반대입장을 밝히는 등 조짐이 심상찮다. 재건축조합 역시 개발 차익의 90% 환수방침에 불만이어서 적극적 참여가 불투명하다.

또한, 부동산 관련 모든 공급 조치에는 반드시 투기가 따른다. 이번 대책 어쨌든 대형 개발 호재다. 자칫 1,500조원이 넘는 시중 부동자금이 크게 움직이며 또 한 번의 투기판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조치로 개발지 주변 지역에 투기 광풍이 일지 않도록 투기성 시장교란 행위는 철저히 차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대책의 실용성을 확보키 위해서는 정부가 민간의 수익성과 공공성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다시 찾아야 한다. 민간을 주택 공급으로 유인할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정책 실패 온전히 인정해야

아직도, 헛점은 곳곳에 노출돼 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외국인의 부동산 투기 실상 드러났다. 국내 부동산시장이 외국인의 투기판이 되어선 곤란하다.

싱가포르, 뉴질랜드, 캐나다 등은 외국인의 주택거래를 금지하거나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세금을 중과한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은 200만명이 넘는다. 주택 정책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인 만큼, 관련 대책을 만들거나 집행할 때 이들의 동향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한편, 이런 난제들 앞에서 여권의 정치적 자세는 실로 문제다. 민심 이반을 불러온 부동산 폭등을 집권 4년차인 지금도 앞선 정권 탓으로 돌리고 있다.

국민들 분노가 들끓자, 보수 정권 탓을 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뿐만 아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부동산 급등을 이전 정부 탓으로 돌렸다. 정권을 잡은 지 3년 3개월째인데 아직도 과거 정권 탓을 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사실, 문 정권이 과거 정권 탓만 하는 사이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국민 고통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권이 끝나는 날까지 고통에 허덕이는 국민을 나 몰라라 외면하고 말 것인가.

경실련은 한국감정원 자료에 근거하더라도 서울 아파트값 연간상승률은 이명박·박근혜정부(0.4%)보다 현 정부(4.7%)가 11.8배 더 높다고 밝혔다. 여권이 전 정권 탓에서 벗어나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온전히 인정할 때라야 만이, 비로소 올바른 대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정책 갈팡질팡…참여율 저조 예상

정부가 최근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은 국가나 공공기관이 소유한 유휴부지를 활용하고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수도권에 13만2천 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이 큰 줄기다.

신규부지 확보의 원천적 한계 상황에서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재건축 규제도 풀었다.

가장 핵심은 공공 재건축이다. LH 등 공공기관이 시행 주체가 되는 새로운 방식으로 민간 조합이 참여할 경우 용적률을 500%까지 올려주고 층수를 50층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35층으로 묶인 서울 주택 층수 제한을 풀어 서울 한강 변 고밀 재건축 단지는 50층까지 올릴 수 있다. 이런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으로 5년간 총 5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문스러운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재건축을 틀어막은 초과이익환수제는 그대로 놔둔 채, 실효성이 의심되는 ‘공공참여형 고밀도 재건축’을 들고나온 게 대표적이다. 개발이익의 90% 이상을 공공분양·임대 등으로 기부채납하게 하는 ‘족쇄’를 채워버렸기 때문이다.

관건은 재건축 조합들의 참여인데 조합의 수익을 엄격히 제한하고 공공성을 강조해 참여율이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도 공공재건축에 대해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느냐는 실무적인 의문이 있다"며 정면 반박했다. 이처럼 범여권 내부에서조차 불협화음이 쏟아져 나온 것은 정상적 정책 추진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만큼 정부 정책이 중심을 잃고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뜻이다.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

당초 정부가 서민 주거안정을 정말 제대로 꾀하려 했다면 대안으로 떠오른 토지임대부 주택 조성 등 과감한 대책을 내놨어야 한다.

그런데 태릉골프장 등 국공유지에 일반분양 위주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에 그쳤다. 현행 방식대로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비싸게 매각하고 건설사가 마음대로 건축비를 책정한다면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인 고가주택만 공급된다.

이런 대책이라면 “서민 주거안정이 아닌 투기 조장대책”(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공급 대책이 당장 급등하는 집값이나 전셋값을 잡기에 역부족일 수 있다. 실제 새 아파트를 지어 공급 물량이 늘어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서울시나 해당 지자체의 반발 등 넘어야 할 난관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 효과 역류(逆流) 가능성

문제는 실행 추이가 될 것이다. 대표적으로, 관계 기업들로서는 23차 대책의 중심이 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송파구 잠실 등 한강변 재건축 단지의 경우 솔깃한 제안이긴 하나, 개발이익의 최대 90%까지 환수한다는 조건이 있어 선뜻 참여할지는 역시 미지수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정부가 기대했던 효과는커녕, 오히려 규제 완화에 따른 투기로 집값 폭등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

보완해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이 공공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공부지나 유휴부지 개발을 놓고도 인근 주민들의 반발 등 넘어야 할 과제 많다. 사업 방식 결정과 보상을 거쳐 입주까지 길게는 10년이 걸려 실제 공급 효과가 의심된다는 지적마저 크다.

속태우는 세입자 부지기수…무한 책임 져야

여권이 집권 4년 차에 접어들었으면 국정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 국정을 책임진 정권의 기본자세다.

문 정권 들어 부동산 가격 너무나 폭등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문 정권 출범 이후 3년간 서울 전체 주택 가격은 34% 올랐고, 아파트값 상승률은 52%에 달한 것이 현주소다.

국민은 문 정권이 지난 3년 동안 부동산 대책과 관련, 도대체 뭘 했는지 준열(峻烈)히 묻고 있다.

이제는 촛불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는 판국이다.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전후해 전셋값이 뛰고 그나마 매물의 씨가 말라 속태우는 세입자가 부지기수다.

투기수요 확대 강력 차단을

그럼에도, 상황은 악화일로로 흐를 개연성이 높다, 이번에도, 규제를 풀었다가 강남 집값을 더 자극할 수도 있다는 우려 잊어서는 결코 안 된다.

정책의 목표는 분명히 수도권 집값, 특히 서울 집값의 안정화다. 모든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에서 형성된다. 투기 수요의 억제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공급을 늘린다 해도 수요가 그 이상 늘어난다면 허사다. 시장 안정은커녕 재건축발 집값 급등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여권이 마치 군사작전이라도 펼치듯이 억제책을 밀어붙이다가 뒤늦게나마 공급확대 방안을 제시한 것은 반길 만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에 비춰 부작용도 크게 우려된다.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들쑤시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걱정이다. 특히 건축규제 완화 혜택이 집중되는 한강변 재건축 단지와 대규모 신규택지 주변에 투기적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최근 매우 민감하다. 정치권의 설익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쌓여 전국을 투기판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례로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벨트 논란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태릉골프장 개발을 언급하자마자 인근 아파트는 단숨에 호가가 1억원 이상 뛰었고, 집주인들은 매물을 모두 거둬들였다. 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면전환용으로 뜬금없이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을 제안하고 여권이 총동원돼 천도(遷都) 바람잡이에 나서자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지난주에만 0.97%나 올라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이같은 틈새 투기’가 재연되면 현 정부 부동산대책은 회복 불가다. 시장 감시와 법제, 투기 세무조사 등을 총동원하는 강력한 투기 차단책이 즉각 가동돼야 한다.

의미 있는 결단, 실현 가능성은 의문

그런 점에서 이번 대책을 보다 세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23차 대책에는 통념과 관행을 바꾸는 기획들이 다수 포함됐다.

태릉골프장의 택지 개발 계획은 그린벨트 개발 금기까지 깬 대책이다. 서울 내 유휴부지 개발은 용산 캠프킴부터 정부과천청사, 국립외교원 부지 등 도심 ‘노른자위’ 지역을 대거 포함했다.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및 용산 정비창 등 도심 복합개발 고밀화, 재건축ㆍ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50층까지 허용하는 ‘고밀 재건축’ 방안 등은 기존 건설규제의 틀을 대폭 바꾸는 분수령이라 할 만하다.

특히, '공공 참여'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서울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현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꽁꽁 묶었던 용적률 완화 등 재건축 규제를 과감하게 푼 것은 의미 있는 결단으로 비치기는 한다.

하지만, 역시 증가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으로 환수하는 등 개발이익의 90% 이상을 환수하기로 한 데다 기부채납 받은 주택을 장기 공공임대, 공공분양으로 활용하겠다는 조건을 달면서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달리고 있는 것이다.

최대 변수, 사업성

핵심은 실행 결과다. 재건축을 시행하는 조합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공공 재건축 성공의 실질적 관건이다.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에 과도한 임대주택 등을 기부채납 받으면 장기임대주택 확보 등 공공성은 강화되지만, 재건축 수익성의 핵심인 일반분양 물량은 줄어 사업 참여의 유인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최대 변수는 결국 사업성이다. 이전에도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다가 조합원 부담이 너무 커지면서 재건축을 포기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조합들이 원하는 것은 수익성과 고급 주거단지다. 초고층으로 지을 수 있다고 해도 임대와 소형이 대거 들어오는 데다 기대수익이 10%밖에 되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서울시 충돌, 정책 전체 무너질 판

정부와 서울시의 의견이 판이하게 다른 것도 걸림돌이다. 서울시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민간 재건축 규제를 안 풀면 실효성이 없다고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을 비판했다. 서울 재건축조합 중 공공 재건축을 찬성하는 곳이 전무한 상황이라 LH가 시행하는 공공 재건축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시는 이날 층수제한 완화로 한강변 아파트가 50층까지 올라가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도시경관 훼손, 도심 과밀화 등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 측은 뒤늦게 층수 제한을 50층까지 완화하는 것은 일률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런 졸속과 혼선을 빚은 주택공급안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든다.

정부와 서울시는 충돌이후 다시 이견 없다는 보도자료를 냈지만, 발표한 지 하루도 안 돼 정책 전체가 무너질 판인 것은 사실이다.

효과도 미지수다. 서울권 단기 공급 가능 물량은 4만~5만 가구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수년씩 걸린다. 10만 가구 이상의 단기 공급이 나와야 한다는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용적률 상향, 재건축 재개발 등에 따른 주택 공급은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야 가능한 상황이다. 현재의 단기 과열이 반복되는 추세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세금 폭탄'으로 '고통과 눈물'

더불어민주당의 관련 행보도 지적치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을 강행 처리했다.

이날 통과된 부동산 관련 법률은 종합부동산세법·법인세법·소득세법·지방세법 등이다. 이번 개정으로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도 부동산을 사서 보유하고 파는 모든 단계에서 대폭 올라간 세금을 내야 한다. 온 국민이 더 부담을 갖게 됐다.

평생 절약해 산 소형 아파트 몇 채로 임대사업을 하는 이들은 갑자기 세금폭탄을 맞게 돼 분노한다. 집 한 채뿐인 은퇴자들은 매년 뛰는 보유세를 감당 못 해 눈물 흘린다. 오죽하면 6·17 부동산 대책 피해자 모임의 한 회원이 집 가진 사람이 세금 인출기냐며 울분을 토했을까.

야당 시절에는 그토록 지난 정권의 공감능력을 비난하던 민주당이 정작 집권해서는 권력에 취해 국민의 고통과 눈물이 안 보이는 모양이다.

정쟁(政爭)보다 '선의의 피해자' 보완책을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최근 부동산 관련 발언들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 만큼 비상식적이다. 그제 국회에 출석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은 이전 정부와 비교하면 문 정부의 주택정책이 가장 낫다(상중하 평점을 내면) 중상 이상은 된다고 했다.

현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 상승률은 52%(중위가격 기준)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9년간 상승률(25%)을 압도한다. 국토교통부가 참고한다는 한국감정원 기준 상승률도 연 4.7%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연 0.4%)보다 훨씬 높다. 이런 객관적 지표조차 무시하고 제일 잘했다며 감싸는 행태에서는 최소한의 소신도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국회 법사위의 의사봉을 잡고 부동산 3법을 일방 통과시킨 윤호중 위원장의 경우 국민이 집의 노예에서 벗어난 날이라며 짐짓 감격스러워했다. 시장 현실과 괴리된 부동산 세법 통과로 세금폭탄을 떠안게 된 국민들은 윤 위원장 말을 들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전 정부 탓만 하기에는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부가 지난 3년간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여권이 지난 정권 탓에 골몰하는 건 결국 야당에 잘못을 덮어씌우기 위한 정치적 행위인데, 지금은 그런 정치를 할 때가 아니라 전세 난민과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시급히 보완책을 마련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때다.

발상 전환, 정책기조 바꿔야

앞으로 시행할 보완 대책은 철저해야 한다. 수요는 여러 변수에 의해 민감하게 영향받는 심리적 요소다. 공급 대책이 실효적으로 작동될 수 있을지, 물량은 충분한지,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는 합리적인 수준인지 등이 잠재적 수요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조합에 주는 인센티브가 과해도 모자라도 안 된다.

집값 불안의 진원지에 실질적으로 공급을 늘릴 재건축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이명박 정부가 서울 뉴타운 활성화를 통해 치솟는 집값을 잡은 선례도 있다. 늦었지만 재건축 조합들이 사업 추진에 매력을 느낄 만한 인센티브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갈수록 증가하고 이들의 주택 매입도 급증하는 만큼 관리를 강화할 필요 있다. 국세청에 의하면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외국인이 취득한 아파트는 2만3천167채로 거래 금액은 7조6천여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32%인 7천569채는 매입자가 실거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사놓고 거주하지 않았다면 투기일 가능성이 있다.

더 크게 보면, 서울 주택 정책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당 1만6000여 명으로, 뉴욕의 8배, 런던·도쿄의 3배다. OECD 국가들의 주요 대도시 가운데 압도적 1위다. 한마디로 홍콩 같은 고밀도 개발이 불가피한 도시다.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살려면 부동산 공급을 억제하는 용적률 제한, 각종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 세계적인 대도시로 개발하겠다는 비전과 구상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 폭등 문제는 주택 투기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수도권에 집중된 인력을 지방으로 내보냄으로써 주택 수요를 분산하는 조치가 병행돼야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현 정부로서는 부동산 정책 라인의 인적 쇄신을 통한 정책 기조의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성숙한 민주적 현실 정책을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폭주하는 권력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 견제받지 않는 정권은 반드시 부패하고, 결국 실패한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준다.

당·정·청 모두 들끓는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은 국민과 기싸움 하듯 오기로 아무 지역이나 개발하겠다고 나설 때가 아니라 제대로 된 공급 전략을 정말 내놓을 때다. 집 없는 서민을 위한 값싸고 질 좋은 주택 공급을 늘리자는 의도가 부작용 없이 실현될 수 있도록 각계 의견을 수렴해 세밀하게 정책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보다 현실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사업 추진을 막아온 규제틀을 깨야 한다. 개발이익을 불로소득으로, 사업자를 투기꾼으로 보는 시각도 바꿔야 한다. 정부정책에 대한 시장의 믿음도 회복해야 한다. 이제라도 민심을 헤아리고, 야당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그게 성숙한 민주 정치다. 몇 년이라도 인내심을 갖고 그런 실행력을 보여주면 국민도 정부를 믿고 기다릴 것이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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