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지율 폭락 정부여당, 문제는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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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지율 폭락 정부여당, 문제는 ‘불통’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8.14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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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에서조차 메시지 충돌…국민 불신 초래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습니다. <리얼미터>가 10일부터 12일까지 실시하고 13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43.3%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당 사정은 더 심각해서, 민주당 지지율은 33.4%로 36.5%를 기록한 미래통합당에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해 이낙연 의원은 “경기침체와 고용불안, 집값상승과 상대적 박탈감, 원활치 못한 국회, 민주당 일부 구성원의 부적절한 처신과 언행, 긴 장마와 집중호우의 피해 등으로 국민의 답답함과 실망이 누적된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제일 큰 영향은 부동산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대다수 전문가들의 해석도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자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바로 ‘불통’입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선언하는 등 국민과의 ‘소통’에 신경을 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취임 후에는 홍보수석비서관이라는 직책 이름을 국민소통수석비서관으로 바꾸면서 소통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실제 국정 운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기대만큼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불통에 가까웠습니다. 국민은 물론이고 야당이나 지방자치단체, 심지어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소통이 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례가 14일부터 시작하는 ‘외식 활성화 캠페인’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외식 활성화 캠페인’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금요일 오후 4시부터 일요일 자정까지 외식업소에서 2만 원 이상 다섯 차례 결제하고, 여섯 번째 외식 때 2만 원 이상 결제하면 1만 원을 캐시백 또는 할인해주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같은 날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교회·시장·학교 코로나가 발생하고 있다. 일촉즉발 상황”이라며 “이번 주말과 대체공휴일에 전국 각지에서 외부 모임, 대규모든 소모임이든 가리지 않고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14일 “장마와 휴가철을 맞아 이완된 분위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러 곳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상황이 좀 더 악화되면 수도권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외부 모임은 최대한 자제하되 외식은 활성화하라’는 모순된 메시지를 내놓은 셈입니다.

청와대 다주택자 문제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정부는 이미 오래 전부터 다주택자들의 주택 매각을 촉구해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청와대 참모진들은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집을 손에 꼭 쥐고 있다가, 국민적 비판이 빗발치고 나서야 ‘일괄 사퇴’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8·4 대책 때는 더한 코미디도 있었습니다. 정부가 도시정비법을 개정해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완화하고, 층수는 최대 50층까지 허용하겠다고 발표하자, 서울시가 “높이에 대한 부분은 현재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반박한 겁니다.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는 주거용 건물의 경우 용도지역과 입지를 불문하고 모든 곳에서 ‘35층 이하’만 허용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이 정면충돌한 거죠.

논란이 잇따르자 정부가 “정부와 서울시 간 이견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이들 사례뿐만 아니라,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소통에 능하지 않다는 증거를 수도 없이 내보여 왔습니다.

만약 농림축산식품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미리 협의를 거친 뒤, 메시지와 발신자를 일원화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해 포장이나 외식을 적극 활용해 달라”는 식의 발표를 내놨으면 어땠을까요. 청와대가 내부적으로 다주택 문제를 정리하고, 그 후에 부동산 정책을 공개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니, 애초에 국민과의 소통, 전문가들과의 소통, 야당과의 소통을 통해 정책을 두 번 세 번 손질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어땠을까요. 정책의 효과는 장담할 수 없어도, 최소한 국민에게 ‘믿고 따라도 되겠다’는 믿음은 주지 않았을까요.

지지율 폭락을 단순히 ‘경기 침체’나 ‘부동산 문제’ 등으로 바라본다면, 정부여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같은 방식으로 다른 처방’을 내놓으려 할 겁니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이 불통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조금 더 소통하고 조금 더 논의해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을 모색하려 하겠죠. 문재인 정부가 지지율 폭락의 원인을 ‘부동산 문제’가 아닌 ‘불통’에서 찾았으면 하는 이유입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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