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도구적 자연관과 태양광 발전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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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도구적 자연관과 태양광 발전의 역설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0.08.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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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인류의 동반자, 동반자 아프게 하면 그도 인류를 아프게 할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최근 집중호우로 훼손된 제천 태양광 시설 사진제공=뉴시스
최근 집중호우로 훼손된 제천 태양광 시설 사진제공=뉴시스

“식물은 동물의 생존을 위해서, 동물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존재한다.”

서양 윤리의 양대 기둥인 아리스토텔레스의 도구적 자연관을 여실히 드러낸 발언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성을 지닌 인간이 이성이 없는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네요. 심지어 중세 철학의 대표 격인 아퀴나스는 “신의 섭리에 따라 동물은 자연의 과정에서 인간이 사용하도록 운명 지어졌다”라면서 자연을 수단시하는 이론적 배경에 신까지 동원했더군요.

근대 자연과학 발달에도 도구적 자연관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근대 경험론자인 베이컨을 상징하는 “지식은 힘이다” 발언은 자연을 이용·정복의 대상으로 전락시켰습니다. 결국 서양의 도구적 자연관은 이성이 없는 물질적 대상인 자연을 인간이 복지와 행복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 중심주의 윤리가 발달하게 됩니다. 인간은 자연보다 우월한 존재라서 자연을 지배할 권리를 가졌고, 인간의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연을 원하는 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근대 산업혁명은 도구적 자연관과 인간 중심주의 윤리가 지배한 시대였습니다. 산업혁명을 시작한 국가들은 너도나도 자연을 마구 훼손하며 경제 발전의 도구로 악용했죠. 선진국은 자연에 대한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자국의 정복욕을 채우는 도구로 삼아 제국주의 침략에 나서게 됩니다. 식민지가 된 약소국의 자연은 새로운 희생물이 됐습니다. 실제로 일제는 식민지 조선을 착취하면서 조선의 산을 민둥산으로 만드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환경 문제의 주범은 도구적 자연관과 인간 중심주의 인간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친환경정책의 일환으로 태양광 발전이 적극 추진됐습니다. 신재생 에너지를 늘리자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의 대표 사례가 태양광 발전사업입니다. 하지만 친환경정책이라던 태양광 사업이 자연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사상 초유의 긴 장마로 인한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산사태가 터지자 멀쩡한 나무를 잘라내고 만든 태양광 시설이 원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지난 16일 태양광 발전의 숨겨진 진실이 보도됐습니다.  <TV조선>은 이날 수치상으로는 큰 비중은 아니지만 최근 3년 반 동안 여의도 면적의 17배 규모에 달하는 숲이 사라졌다고 보도했습니다.

훼손된 산지는 지난 2017년부터 3년 반 동안 5014ha. 여의도 17배의 면적인데,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사라진 숲 면적의 3.3배라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온 것입니다. 지역별로는 전남, 경북, 전북, 충남 순으로 많이 훼손됐다고 합니다. 태양광이라는 정부의 친환경적 자연관이 오히려 천연자원인 산림을 희생양으로 삼지 않았나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고, 현재도 적극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이 당초 취지와 달리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도구적 자연관과 인간 중심주의 윤리관으로 변질되고 있지는 않을까요?

인간의 그릇된 가치관이 자연에 개입되면 가치전도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연은 인류의 동반자입니다. 동반자를 아프게 하면 그도 인류를 아프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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