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현 변호사의 법률살롱] ‘사랑의 매’라는 이름의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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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현 변호사의 법률살롱] ‘사랑의 매’라는 이름의 폭력
  •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 승인 2020.08.1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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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단원 김홍도의 작품인 ‘서당’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풍속화 중 하나다. 훈장 한 명이 중심이 돼 양쪽으로 어리고 작은 아이들이 앉아 있고, 그림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아이는 눈물을 훔치며 주저앉아 있는 풍경이 마치 현실처럼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 그림이 그리 폭력적이고 불편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필자 역시 아주 오래전부터 ‘사랑의 매’라는 개념에 익숙해져 있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원론적으로 접근해 보면, '폭력이 교육의 수단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흔쾌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얼마 전 트라이애슬론 선수 故 최숙현 씨가 감독의 구타와 가혹 행위를 견디다 못해 가족들에게 진상을 밝혀줄 것을 호소하며 자살로써 생을 마감한 사건이 있었다. 체육계의 가혹행위와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심각성은 일찍이 공론화돼 왔지만, 악습이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요한 점은 부모의 교육권 범주를 초과하는 교사의 교육권은 존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헌법에서는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을 규정하지 않고 있지만 헌법재판소의 유권해석에 따라 헌법 제36조 제1항 등에 근거한 중요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비춰볼 때, 교사의 교육권은 부모로부터 신탁받은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따라서 교사의 교육권과 부모의 교육권은 기본적으로 동질성을 갖는, 같은 출발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들을 살펴보면, 교육자의 지나친 가혹행위는 교육기본법 제12조 및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 및 자기운명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 교육자의 가혹행위는 개별법 위반일 뿐 아니라 헌법에서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본권의 침해 여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선 사례처럼, 상하관계로 이뤄져 있는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가 일상과 맞물려 있을 뿐 아니라 둘의 관계에 교사의 권력남용을 쉽게 통제할 역할을 할 제 3자가 없다는 점 역시 반복되는 문제의 원인이라 생각된다. 이번 사건만 하더라도 수많은 코칭 스탭, 팀 닥터, 선배동료, 그 누구 하나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구타와 폭력을 제지하지 못했다.

맞으면서 배워야 제대로 배운다는 시대착오적 발언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때려야만 가르칠 수 있다면 이미 불가능 또는 포기의 범주에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폭력과 체벌로 훈련된 선수는 인간 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수단으로 취급되는 것이고, 내면의 가치나 인격 정도는 무너져 내려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행위이기 때문이다.

※ 본 칼럼은 본지 편집자의 방향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조기현 변호사

-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

-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법률고문

- 제52회 사법시험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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