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석화업계, 딥체인지 붐…‘新성장 DNA’ 심기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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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석화업계, 딥체인지 붐…‘新성장 DNA’ 심기 올인
  • 방글 기자
  • 승인 2020.08.1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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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투자 늘리고 기존사업 팔고 'DNA 바꾸기' 바람
LG화학 '배터리 회사' 변신 …상반기만 1조이상 투자
SK이노, 캐시카우 SK루브리컨츠 지분까지 매각 검토
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 '화학사업'으로 눈돌려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이어 첨단소재까지 사업 다각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방글 기자]

석화업계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여념이 없다. ⓒ시사오늘 이근
석화업계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여념이 없다. ⓒ시사오늘 이근

정유 화학 업계에 ‘딥 체인지(Deep Change)’ 바람이 불고 있다. 신사업 투자를 계속해서 늘리는가 하면, 기존 사업 매각설까지 나오며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DNA가 바뀔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다만, 대규모 투자가 계속되는 데 비해 적자가 계속되고 있어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의 투자 철회도 시작됐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사업 환경이 계속 악화되면서 투자금 회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18일 LG화학은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의 37.2%가 배터리 부문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상반기 매출 13조6640억 원 중 5조840억 원이 배터리에서 발생했다.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 7775억 원 중 배터리 부문 영업이익은 1037억 원으로 전체의 13.3%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LG화학은 올 상반기에만 폴란드와 중국 소재 자동차 배터리 공장 증설에 1조714억 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배터리 부문 생산능력은 14조 원 규모로 늘어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배터리 사업에 집중하다보니,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비중은 자연스레 감소했다.

언론은 일제히 LG화학이 배터리 회사로 변신 중이라고 보도했다.

정유회사였던 SK이노베이션은 윤활기유를 만드는 SK루브리컨츠 지분 일부 매각을 검토 중이다.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SK루브리컨츠의 지분의 최대 49%를 매각할 인수 희망자를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캐시카우였던 SK루브리컨츠 지분을 매각하려는 이유로 배터리 사업을 꼽았다.

배터리 사업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7조6000억 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재무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들어온 탓이다.

SK이노베이션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한 것은 맞다”면서도 “인수조건이 맞지 않으면 매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정유사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 에쓰오일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는 화학사업에 눈을 돌렸다.

에쓰오일은 5조 원을 투자한 석유화학 프로젝트(RUC·ODC)가 끝나자, 2024년까지 7조 원을 투자하는 SC&D(스팀크래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장기적으로 석유기업에서 석유화학 기업으로 변화의 닻을 올렸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하지만 투자가 계속되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GS칼텍스는 2조 7000억 원을 투자, 오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올레핀 생산시설 MFC를 건설 중이고, GS칼텍스의 모회사 GS에너지는 롯데케미칼과 ‘롯데GS화학’을 출범하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원유정제시설(CDU) 증설 계획을 잠정 연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석유화학 공장 에틸렌‧프로필렌‧폴리머 등을 생산하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관련 계속은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화학사인 롯데케미칼은 기초소재에 이어 첨단소재까지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수십억 원을 들여 베트남 첨단소재 회사 ‘비나 폴리텍’을 인수한 사실이 전해졌다. 인수 직후에는 ‘PT롯데케미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인도네시아’라는 현지 법인을 설립, 인도네시아에 자동차용 첨단소재 관련 컴파운드 제품 공장을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되는 투자에 재정난 우려…투자금 회수 '먼 길'

석유화학업계가 전반적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섰지만, 투자가 수익 창출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적자가 계속되면서 재정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부 기업은 예정돼 있던 투자조차 철수하며 재무건전성 다지기에 나섰다.

에쓰오일은 대산 첨단정밀화학 특화산업단지 사업에서 철수 결정, 취득토지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에쓰오일은 RUC·ODC 프로젝트 투자금 회수 지연, 정제 마진 급락, 코로나 19 여파 등으로 경영환경이 급변한만큼, 온산공단 투자와 동시에 대산투자를 병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과잉 공급 제품인 고순도테레프탈산(PTA) 3개 라인을 고순도이소프탈산(PIA)로 전환했다. 한 때 높은 수출비중을 자랑하던 PTA는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LG화학은 여수산단의 무수프탈산(PA) 생산라인 철수를 검토 중이다. 최근 중국의 PA사업 가세로 경쟁이 심화된 데다 수익성 하락이 지속되면서 사업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정유화학업계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만큼 단기에 수익성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용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 외에도 인도, 미국 시장 내 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수요 감소세가 하반기 내 반전되지 못하면 수출단가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국산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2015년 수준까지 하락해 다운사이클로 진입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수범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로 투자 회수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면서 “정유업계의 투자 활동이 사상 최악의 업황을 이어가고 있는 점과 맞물려 재무구조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유4사는 올해 상반기 5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롯데케미칼은 상반기 53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예외적으로 LG화학만 흑자전환이 시작됐다. 지난 2000년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R&D 투자를 시작한 이후, 20년만의 의미있는 흑자 전환으로 평가됐다.

담당업무 : 재계 및 정유화학·에너지·해운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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