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세움3차 미스테리①] 10차례 각하된 4000억 원대 강남빌딩 소유권이전등기, 왜 실행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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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세움3차 미스테리①] 10차례 각하된 4000억 원대 강남빌딩 소유권이전등기, 왜 실행됐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8.20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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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두산重 대위변제 인정돼…한자신 수익자 변경등기 실행하라"
시선알디아이 "PF대출 아닌 유동화대출, 두산重 변제 권한도, 이유도 없어"
"법원 결정문 있어도 등기규칙과 예규에 맞지 않아…이해하기 어려운 사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4000억 원대 빌딩 에이프로스퀘어(舊 바로세움3차) 소유권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5년 만에 다시 펼쳐진다. 옛 시행사인 시선알디아이가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대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에게 빌딩을 빼앗겼다며 이들을 형사 고소한 것이다(관련기사: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805).

<시사오늘>은 이번 송사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 내용들을 짚어봄으로써 의혹 해소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려 한다.

"2014년 4월 소유권이전등기 각하결정을 취소한다"

2014년 2월 18일 한국자산신탁의 등기공무원의처분에대한이의 신청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결정문. 서울중앙지법은 각하결정된 신탁원부 변경등기 신청을 수리해 등기를 실행하라고 주문했다. 이를 근거로 바로세움3차 빌딩 소유권이전등기도 이뤄졌다 ⓒ 시사오늘
2014년 2월 18일 한국자산신탁의 등기공무원의처분에대한이의 신청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결정문. 서울중앙지법은 각하결정된 신탁원부 변경등기 신청을 수리해 등기를 실행하라고 주문했다. 이를 근거로 바로세움3차 빌딩 소유권이전등기도 이뤄졌다 ⓒ 시사오늘

김대근 시선알디아이 대표에게 2014년 4월 29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2008년부터 추진한 바로세움3차 빌딩 개발사업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간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바로세움3차 빌딩은 시공사인 두산중공업, 신탁사인 한국자산신탁, 그리고 두산중공업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더케이 주식회사의 동의를 받아 군인공제회 산하 엠플러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인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 펀드에게 최종적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바로세움3차 빌딩의 원시행사인 시선알디아이와 김 대표는 빌딩이 매각되는 걸 그저 지켜봐야만 했다.

당초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 펀드의 바로세움3차 빌딩 매입은 성사되기 어려웠다. 두산중공업 등이 자신들에게 소유권이 없는 상태인 2013년 12월 해당 사모펀드와 매매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신탁사인 한국자산신탁은 이 계약을 근거로 내세워 법원 등기국에 10차례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했으나 모두 각하됐다. 등기국이 각하결정을 내린 주된 사유는 2가지다. 신탁원부상 1순위 우선수익자인 시선바로세움(시선알디아이 자회사)의 동의서가 첨부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두산중공업 등이 주장하는 1순위 우선수익자 변경(시선바로세움→더케이, 두산중공업)의 진위 여부를 증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본지가 입수한 서울중앙지법 등기국의 각하결정문을 살펴보면 당시 등기관들은 '신탁원부에 기재된 1순위 우선수익자의 동의서를 첨부하지 않은 등기신청이어서 이를 각하한다', '신탁원부의 1순위 우선수익자와 등기기록이 일치하지 않아 이를 각하한다', '수익자변경을 증명하는 정보에 대한 실질적 진위 여부를 심사할 권한이 등기국에 없다', '수차례 주된 각하 사유로 거론된 우선수익자의 범위와 그들의 동의서 제출을 재차 첨부하지 않고 재접수해 이를 각하한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다수의 소송사건이 계류돼 있거나 계류될 것으로 예상돼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 등 이유를 들어 두산중공업과 한국자산신탁, 그리고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 펀드의 소유권이전등기, 신탁원부 변경등기(우선수익자 변경 등기) 신청을 번번이 퇴짜를 놨다.

그러자 한국자산신탁은 '등기공무원의처분에대한이의'를 제기하고 2014년 2월과 4월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각각 신탁원부 변경등기, 소유권이전등기 각하결정을 취소하고 등기를 실행하라는 결정문을 받아 냈다. 이어 그해 4월 29일 이를 근거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한 것이다. 이중 주목해야 할 건 신탁원부 변경등기에 대한 결정문이다. 해당 결정문에서 법원은 "두산중공업이 시선알디아이의 대출금 채무를 대위변제한 이상…(중략)…부동산담보신탁계약상(바로세움3차 빌딩의) 1순위 우선수익권은 두산중공업에게 이전됐고, 이를 주장하는 신청인(한국자산신탁)의 이의 신청은 이유 있다"며 "등기관의 신탁원부 변경등기 각하결정을 취소한다. 등기관은 동 등기신청을 수리해 그 취지에 따른 등기를 실행하라"고 주문했다.

즉, 두산중공업이 시선알디아이의 빚을 대신 갚았으며,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이 시선알디아이에게 청구할 수 있는 구상금 채권의 규모만큼, 바로세움3차 빌딩의 1순위 우선수익권이 시선알디아이에서 두산중공업으로 넘어갔다는 판단이다. 10차례 각하됐던 소유권이전등기가 이 같은 법원 결정문을 바탕으로 곧장 실행됐다.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2011년 5월 30일, 그리고 5월 31일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김대근 시선알디아이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시선알디아이가 바로세움3차 빌딩 분양을 본격화할 무렵인 2009년부터 분양사업과 건물 매각작업을 방해해 시선알디아이를 자금난에 빠지게 했다. 그리고 2011년 5월 30일 시선알디아이의 대출 만기일이 도래했다. 두산중공업은 바로세움3차 빌딩 시공권을 얻는 조건으로 지급보증에 참여해 시선알디아이에 대한 보증채무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대출 상환 만기일이 하루 지난 2011년 5월 31일, 두산중공업은 자본금 1만 원 규모 특수목적법인(SPC) 더케이를 설립하고, 해당 회사를 통해 대출을 진행해 시선알디아이의 채무를 대신 변제했다. 이것이 앞선 법원 결정문에서 언급된 '두산중공업의 시선알디아이의 대출금 대위변제'의 전말이다.

하지만 김 대표가 기억하는 사건의 경과는 이와 확연히 다르다. 대출 만기일인 2011년 5월 30일, 이미 시선알디아이 스스로 대출을 상환했다는 것이다. 시선알디아이는 채무를 갚기 위해 시선바로세움이라는 자회사를 차려 바로세움3차 빌딩의 1순위 우선수익권을 주고, 시선바로세움은 이를 담보자산으로 삼아 채권을 발행해 대출을 받는 이른바 '자산유동화대출'을 실행해 만기가 도래한 대출을 갚았다. PF대출이 아니기 때문에 두산중공업의 보증 없이 자력으로 실행한 대출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리고 이튿날인 2011년 5월 31일, 두산중공업이 채무를 대위변제했다며 우선수익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엉뚱한 주장을 했다는 것이다.

김대근 시선알디아이 대표가 공개한 시선바로세움 계좌내역. 2011년 5월 30일과 31일자 내역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 시사오늘
김대근 시선알디아이 대표가 공개한 시선바로세움 계좌내역. 2011년 5월 30일과 31일자 내역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 시사오늘

실제로 김 대표가 제시한 계좌내역을 살펴보면 시선바로세움은 2011년 5월 30일 오후 3시 34분 1000억 원 규모 대출을 받아, 그날 오후 3시 35분부터 38분까지 총 4차례에 걸쳐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를 상환했다. 이 단계에서 두산중공업이 보증을 제공한 채무는 소멸됐다고 김 대표는 역설한다. 그리고 2011년 5월 31일 오후 5시 24분 시선바로세움의 계좌내역에 두산중공업이 등장한다. '두산중공업 입금 1000억7471만2328원', 이 돈은 김 대표가 인지할 틈도 없이 약 15분 만에 총 6차례에 걸쳐 다시 빠져나갔다. 전날 시선바로세움이 실행한 자산유동화대출을 상환하는 데에 쓰인 것이다. 두산중공업이 변제할 권한도, 이유도 없는 대출이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를 근거로 두산중공업과 더케이는 바로세움3차 빌딩 우선수익권을 주장했으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 측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우리가 채무를 인수해 PF대출을 대위변제한 것이며, 이에 대한 통지의무를 시선알디아이 측에 다했다는 사실도 이미 법원 판결로 소명됐다"고 해명했다. 한국자산신탁 측도 "이미 법원 판단이 끝났고, 등기 절차도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한국자산신탁의 등기 실행, 법적 문제는 없었나

하나 더 짚어볼 문제가 있다. 두산중공업과 한국자산신탁이 다 옳다고 가정하자. 두산중공업은 정당하게 시선알디아이의 채무를 대위변제함으로써 바로세움3차 빌딩 우선수익권을 얻었으며, 한국자산신탁은 이를 바탕으로 정당하게 공매를 진행해 군인공제회 산하 엠플러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인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 펀드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소유권이전등기도 적법하게 이뤄졌다. 앞선 기사에서 다뤘던 공문서위조 등 시선알디아이가 제기한 의혹도 다 사실이 아니라고 치자. 그렇다고 해도 등기 절차 그 자체에 대한 문제 소지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법은 헌법, 법률, 명령, 지방자치단체 조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특정 행정기관 내부에서만 효력을 갖는 규정도 있는데 이를 규칙, 예규 등으로 부른다. 등기국에서도 등기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지켜야 할 등기규칙, 등기예규 등이 있다. 이번 사안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대목은 등기규칙·예규상 '각하사유'다. 두산중공업 등은 법원 결정문에 따라 신탁원부 변경등기, 소유권이전등기를 진행해 적법하다고 주장하지만, 등기규칙·예규를 살펴보면 아무리 등기를 실행하라는 법원 결정문이 있다고 해도 등기관이 반드시 각하결정을 내렸어야 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해 보이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우선, 부동산등기규칙 제161조에서는 '권리전등기의 기록명령이 있었으나, 그 기록명령에 따른 등기 전에 제3자 명의로 권리이전 등기가 돼 있는 경우', '등기관이 기록명령에 따른 등기를 하기 위해 신청인에게 첨부정보를 다시 등기소에 제공할 것을 명령했으나 신청인이 이에 응하지 않은 경우'에는 등기신청인의 이의 제기로 인해 법원이 등기 실행을 명령해도 등기관은 그 등기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두산중공업 등은 법원 결정문이 나온 이후에도 등기국이 요구한 서류를 일부 제출하지 않았고, 바로세움3차 빌딩에 대한 권리이전등기가 제3자 명의로 돼 있었기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신탁등기사무처리에 관한 예규를 살펴보면 '신탁계약에 의해 소유권을 이전하는 경우에는 등기원인을 증명하는 정보에 검인을 받아 등기원인을 증명하는 정보로서 등기국에 제공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김 대표가 서초구청에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펀드의 수탁자인 한국증권금융과 바로세움3차 빌딩 신탁사인 한국자산신탁의 등기신청은 관할 구청의 검인 없이 접수·처리됐다. 경우에 따라서는 등기 자체가 무효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아울러 동 예규에서는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거나 신탁이 종료돼 신탁재산이 위탁자 또는 수익자에게 귀속되는 경우에는 권리이전등기와 신탁등기의 말소등기는 1건의 신청정보로 일괄해 신청해야 한다. 이중 어느 하나만을 신청할 경우에는 등기관은 이를 수리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두산중공업 등은 이를 순차적으로 신청해 등기를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비록 해석이 분분하지만 부동산등기법에서 규정하는 '등기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에 시선알디아이 또는 시선바로세움이 포함된다고 본다면 두산중공업 등이 신청한 등기 실행은 그 자체로 논란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법원 등기국 등기관은 "법원의 명령이 나왔다고 해서 그걸 꼭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신청인이 법원 결정문을 갖고 와서 등기 신청을 해도 등기관이 자기 권한 내에서 흠결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면, 각하하는 경우가 많진 않지만 있다"며 "이 사안은 예규에 맞지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해하기 어려운 사례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편에서는 2013년 12월 바로세움3차 빌딩 매매계약 이뤄질 당시 군인공제회, 두산중공업, 한국자산신탁 등 간 체결된 합의서, 각서 등을 다룬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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