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보수와 거리 두는 통합당…왜?
극우보수와 거리 두는 통합당…왜?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8.2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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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과 선 긋기…중도층 여론 악화 의식한 듯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극우보수를 대하는 미래통합당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뉴시스
극우보수를 대하는 미래통합당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뉴시스

극우보수를 대하는 미래통합당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광복절 집회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던 통합당이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국가방역체계를 무시한 전광훈 목사를 즉각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하태경 의원은 물론, 지도부까지 극우보수와 ‘선 긋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통합당의 이 같은 태도 변화가 중도층의 여론 악화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에서 한때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넘어설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통합당이 ‘극우보수 프레임’에 발목을 잡힐 경우, 그동안의 쇄신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까닭이다.

 

통합당, 한 목소리로 ‘극우보수’와 거리두기


주호영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코로나가 다시 재확산되고 있어서 걱정이 크다”며 “코로나가 재확산되고 있을 즈음에 열린 8·15 집회는 그런 점에 비춰보면 국민들이 많은 우려와 걱정을 하고 계셨기 때문에 하지 말았어야 할 행사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광화문 집회를 통합당이 강요한 것도 아니고 전광훈 목사가 방역 지침을 위배했으면 정부당국 기준대로 전 목사를 처벌하면 되는 것”이라며 “전 목사와 통합당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 그런 유치한 사고방식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대변인 역시 “전 목사는 정부의 방역 시책에 협조하지 않은 채, 공동체의 안위마저 위협하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면서 “전 목사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비판받아 마땅하며 책임 있는 자리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못한 데에 응분의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태경 의원 또한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 목사와 함께 활동을 해온 기독자유통일당이 광화문 집회에 조직을 동원했다”며 “이런 반사회적 정당은 존재해선 안 된다. 국민께 사과하고 자진 해산해야 한다”고 했다. 지도부부터 개별 의원들까지 한 목소리로 극우보수 세력 비판에 나선 것이다.

통합당이 극우보수와 거리를 두는 것은 중도층의 여론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뉴시스
통합당이 극우보수와 거리를 두는 것은 중도층의 여론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뉴시스

 

극우 챙기려다 중도 놓칠라…방향 바꾼 통합당


통합당이 이처럼 극우보수 세력과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은 중도층 이탈을 염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 목사에 대한 전 국민적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극우보수 세력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가는 자칫 여권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통합당 책임론’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18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해 2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 대비 8%포인트 오른 47%,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6%포인트 오른 39%로 나타났다. 반면 통합당 지지율은 4%포인트 하락한 23%였다. 광화문 집회 이후 정부여당 지지율이 대폭 오르고, 통합당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한편으로는 극우보수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정치적 고려에 따른 판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황교안 당시 대표는 장외투쟁 등으로 극우보수를 결집하려는 행보를 보였지만, 결과는 통합당의 참패였다. 이를 통해 통합당이 극우보수와 중도보수가 충돌할 경우 중도보수를 택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이야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2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지난 총선을 통해서 소위 ‘태극기 부대’라고 하는 분들의 힘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나”라며 “우리나라 선거에서는 중도층을 못 잡으면 필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도 상으로도 중도는 민주당이냐 통합당이냐를 선택하는 사람들이지만 극우는 통합당이냐 기권이냐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며 “중도를 잡으면 민주당 표가 –1이 되고 통합당 표는 +1이 돼서 +2의 효과가 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통합당은 무조건 중도를 향하는 것이 옳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미래통합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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