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일문일답 피해…논란多 1996년엔 신년 기자회견 생략
MB와 朴, 질문 사전 통제 논란도…소통 강조한 文, 朴과 유사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기자들이 국민들을 대신해 민생에 직결된 정책과 현안을 묻고 주요 쟁점을 토론하는 국가적 행사다. 한 마디로 ‘민주주의 소통의 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민주주의를 최우선 가치로 두는 미국 대통령들은 재임 중 최소 수십 번, 최대 수백 번까지 기자회견을 갖는다. 노변담화로 유명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경우, 재임 12년 동안 총 881번의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연례행사’에 가깝다. 이에 〈시사오늘〉은 대통령기록관에 남아 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문민정부 이후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내 기자회견 횟수를 집계해 봤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집권 4년차로 현재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1993년 취임100일, 1994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포함한 1994년·1995년·1997년 연두(年頭, 신년) 기자회견 총 5번을 진행했다. YS는 기자회견을 통해 ‘부동산실명제’ 등의 구상을 밝혔으나, 기자들과 일문일답 형식은 피했다. 특히 1996년엔 전직 대통령 구속 및 대선지원금 논란 등의 민감한 질문을 피하기 위해 정례 기자회견도 생략했다.
뒤이어 취임한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이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보여주기 위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의 기자회견을 150번 이상 열었다. DJ는 당선 다음 날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으며, 해외 순방 직후 전용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에서 몇 차례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또한 취임 첫해 경제현안에만 국한된 ‘경제 기자회견’도 별도로 열었다.
DJ의 뒤를 이어 진보 정부를 수립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약 150회의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유독 즉흥적 토론을 즐겼는데,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 사전 원고 없이 참여하거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생방송을 통해 기자들과 날선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MB)은 총 20회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그중 취임 초에 이뤄진 2번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인해 ‘대국민 사과의 장’으로 변모됐다. 이후 취임 2년차 연두 기자회견은 일방통행식 국정연설로 대체됐다. 또한 2009년 ‘G20 정상회의 유치 보고 특별 기자회견’은 청와대가 기자들의 질문을 사전 통제하면서 ‘언론통제’ 논란도 불거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취임 1주년 첫 기자회견에서 질문 내용을 사전에 취합해 전달해 논란이 됐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총 5번의 기자회견 횟수로 역대 대통령 중 최저치를 달성하면서 ‘불통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겨냥해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이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했으나, 임기 4년차인 현재 총 4회의 기자회견(2017 취임 100일 기념·2018 신년·2019 신년·2020 신년)을 개최하면서 ‘불통령’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전 진보 정권에서 100회가 넘는 기자회견을 했던 것에 비해 유독 적은 수치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이나 부동산 문제 등 지지율에 불리한 질문을 피하고, 언론개혁을 강조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삼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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