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의 敵③] 부동산 문제, 확증편향에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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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의 敵③] 부동산 문제, 확증편향에서 벗어나자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8.30 14: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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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확증편향적 정책, 국익에 전혀 도움되지 않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정부가 펼치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깊다. 하지만 현 정권은 부동산 정책이 잘 돌아가고 있으며, 안정화 효과도 조만간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어디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 시사오늘
문재인 정부가 펼치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깊다. 하지만 현 정권은 부동산 정책이 잘 돌아가고 있으며, 안정화 효과도 조만간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어디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 시사오늘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동물이다. 자신의 철학이나 신념과 비슷한 정보들만 취사 습득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들은 한 귀로 흘리는 경향이 있다.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부른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심각한 확증편향에 빠져 있다. 매년 늘어나는 언론 매체, 스마트 기기의 발달 등으로 다양한 정보들이 홍수처럼 넘쳐나는데, 최근 들어 한층 진화한 양대 공룡포털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각자 취향에 맞는 플랫폼만 고집하고 그곳에서만 정보를 수집하면서 확증편향이 강해졌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는 바람에 이 같은 경향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그래서 날이 갈수록, 기사를 쓸 때마다 확증편향을 경계하고 중립적인 정보를 전달하려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이번 커버스토리 '부동산 정책의 敵'을 작성하면서는 더욱 그랬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는 전제를 깔았기에, 현 정권 지지자 입장에서는 결코 중립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내용들을 다룰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과연 실패한 걸까'를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2개의 스피커를 구해야 했다. 하지만 '실패했다'는 스피커(미래통합당 김현아 비상대책위원)는 쉽게 찾았는데, '실패하지 않았다'는 스피커는 섭외 불가능했다. 여권 인사들은 부동산 관련 인터뷰를 꺼렸고, 전문가들 중에서도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옹호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여권을 대표하는 당 대표 후보들도 '실패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우리 정부 들어서 부동산값이 많이 오른 건 현실적으로, 데이터로 나온다"고 말했고, 박주민 의원도 "(주택) 가격이 오른 부분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진보논객인 강준만 전북대 교수 역시 최근 출간한 <부동산 약탈국가>에서 '전문가들이 정부 정책이 오히려 투기를 키울 수 있다며 강한 이의를 제기하지만 정부는 이런 고언의 가치를 평가할 능력마저 없는 아마추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는 전제를 깔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객관적인 통계도 뒷받침됐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지난 4월 0.25%, 5월 0.11%, 6월 0.48%, 7월 1.11%, 8월 0.93% 등으로 나타났다. 6·17 부동산대책, 7·10 보완대책이 나온 직후임에도 오히려 상승폭이 확대·유지된 것이다. 전세가격도 임대차보호3법이 통과된 뒤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다만, 8·4 공급대책 이후 서울 집값 상승폭은 축소됐다.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증가율은 8월 2주차 0.53%에서 3주차 0.44%로 줄었고, 4주차에도 0.43%를 기록하며 일단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둔화 또는 하락세가 최소 3~6개월 정도는 이어져야 향방을 판단할 수 있는 만큼, 공급대책이 과연 효과를 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번 커버스토리가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런데 '실패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집단이 하나 있었다. 바로 부동산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다. 주무부처 사령탑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시장에서는 갭투자가 줄었고, 법인 등이 가진 물건이 매매로 많이 나오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그간 계속된 부동산 안정화 정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내세웠다. 왜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과 이들의 말은 다를까. 두 사람은 정부 공인 통계인 한국감정원 자료'만'을 근거로 제시하며 시장 안정 효과가 조만간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한 것이다. 확증편향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KB국민은행 통계는 실거래가와 괴리될 가능성이 많다. 정부의 유일한 공식 통계에 의하면 이달 들어 가격 안정세가 강화된다는 걸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확증편향의 오류에 빠졌음을 시인한 셈이나 다름이 없다.

정부 정책은 그 의도나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아무리 공정과 형평, 정의를 외쳐도, 투기세력 근절·실수요자 보호라는 이상적인 원칙을 내세워도, 결과가 불공정과 불형평, 부정의고 무주택 실수요자의 피눈물이라면 그건 잘못된 정책이며 실패한 정책이다. 모두가 아니라고 하는데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근거로 제시하며 맞다고, 정책은 실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확증편향적인 정책 추진은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정책이 아니라, 주관적 해석을 바탕으로 한 특정세력의 신념이 정책화될 여지가 상당하다.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백년지대계인 국가 정책이 정권교체가 이뤄질 때마다 극단적으로 변경된다. 우리 정치권은 이 같은 과오를 반세기 넘게 반복하고 있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 어려운 시기에 최소한 먹고 사는 문제는, 특히 팍팍한 삶 가운데 유일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인 집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위정자들이 확증편향에서 벗어나 바른 정책을 추진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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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 2020-08-31 15:48:48
멋진 기사입니다.
속속들이 파헤져 알기 쉽고 정곡을 찌르는 기사!!!
오늘도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