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원격수업 시대 - 부작용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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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원격수업 시대 - 부작용과 과제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08.2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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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입시 등 혼란 막아야
학습‧돌봄 공백 최소화를
수능 ‘플랜B’ 준비 서둘러야
보육‧학력격차 대책 마련 시급
표준화된 원격수업 플랫폼 구축 절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코로나19 사태로 예기치 못한 비대면(Untact) 원격수업 시대가 본격화됐다. 수도권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등교수업이 전면 중단되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됐다.

준비보다 훨씬 빠르게 원격수업 등 에듀테크 시대가 시작됐다. 사실상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에 준한다. 당초 3단계로 격상되면 실시하려던 전면 원격수업 전환 카드를 수도권 교육계에 먼저 꺼내든 것이다.

이번 조치 역시 코로나19 확산 추세에 따라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 조치는 불가피했다고 본다. 원격수업에 따른 부작용에 비해 향후 상황 악화 시 맞닥뜨려야 할 손실이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전국적으로 등교수업을 중단한 학교가 순차등교 이후 가장 많은 2100곳에 달하고, 이 중 수도권이 40%를 차지하는 만큼 학교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써 원격수업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교육의 기본 형태로 자리 잡게 됐다. 앞으로 시행착오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표준화된 원격수업 모델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예기치 못한 비대면(Untact) 원격수업 시대가 본격화됐다.ⓒ뉴시스
코로나19 사태로 예기치 못한 비대면(Untact) 원격수업 시대가 본격화됐다.ⓒ뉴시스

'밑 빠진 독 물 붓기' 경계해야

해결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돌봄 공백과 비대면수업 장기화에 따른 학력 격차의 심화 등이 실로 우려된다.

우리는 그간 IT 강국을 자처하며, 에듀테크(Edu-Tech) 기반 교육의 변화에 주목해 왔다. 그러나, 막상 온라인 개학이라는 뚜껑이 열리자 그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원격 수업으로 학습 격차가 커지는 문제는 난제 가운데 난제다. 실제로 지난 6월 수능 모의평가에서 상위권과 하위권의 격차가 벌어지고 중위권의 규모는 크게 줄었다.

학생들은 원격 수업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학원에 더 크게 의존할 것이다. 원격 수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도록 학원 등에 대해서도 방역 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

가장 불안해하는 학생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도 남겨두지 않은 고3들이다. 전국 12개 시·도에서 지난 5월 등교수업 시작 이후 최대인 2100개 학교의 등교수업이 중단됐다. 고3 수험생으로서는 실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수차례 수능을 예정대로 치르겠다고 강조해 왔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코로나 확산세가 단기간에 잡히지 않고 가을과 겨울에 더 확산한다면 수능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당장 맞벌이 가정과 저소득층의 보육 부담도 커졌다. 이미 코로나 1차 대유행 때 가족돌봄휴가를 소진한 맞벌이 부부들에겐 날벼락이나 진배없다. 상당수가 휴직이나 퇴사를 고민할 정도라고 한다. 부작용 최소화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온·오프라인 매뉴얼 재정립을

상응하는 대책 보완도 시급해졌다. 갑작스러운 등교 중단으로 문제점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온라인 학교생활'이 길어지는데 비례해 학업 성취도와 학생 생활 관리는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우선, 학습 공백이 우려스럽다. 지역·계층 간 디지털 격차는 이미 드러났다. 원격 수업을 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실시간 소통도 어려워 중·하위권의 학력 수준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계층별 학력격차가 더욱 벌어질까 우려된다. 학습 결손으로 졸업 후 삶에도 영향을 받는 ‘코로나 세대’ 전망까지 나오는데, 한 학기가 지나도록 교육 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1학기 등교 수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상위권을 제외한 학생들의 학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됐다는 것이 일선 학교의 평가다. 하지만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은 기초 학력에 미달하는 학생들 위주여서 중하위권 학생들은 마땅한 보완책도 없이 방치된 상태다.

돌봄 공백도 문제다. 미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가정이 많다. 이미 상반기에 가족돌봄휴가 등을 소진해 휴직이나 퇴사 이외 대책이 없는 경우도 있다.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콘텐츠 지원을 강화하고, 인터넷 인프라도 확충해야 한다.

원격수업과 관련한 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온·오프라인 수업이 결합 된 혼합수업 교육과정과 관련된 법령과 매뉴얼을 재정립해야 한다. 원격수업 실시 기한이 예정보다 더 늦춰질 경우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플랜 B, C’도 미리 제시해야

이제라도 혼란 속에 갑작스레 맞닥뜨린 대변혁에 상응하는 발 빠른 준비가 필요하다.

3단계에 적용되는 전면 원격수업 실시는 학습권보다 국민 건강을 고려한 조치다.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1~22일 증가한 확진 학생 70명 가운데 41명이 수도권에서 발생했고 같은 기간 전국 교직원 확진자 22명 중 15명이 수도권에서 나왔을 정도다.

이러니, 수능 연기설까지 끊임없이 나온다. 보다 못한 한 고3 담임교사는 “너희는 이제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가혹하지만 교사로서의 답답함을 토로한, 어찌 보면 솔직한 얘기일지 모른다.

결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학교란 특수한 공간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을 예방하려는 선제적 대응일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수능을 어떻게 치르겠다는, ‘플랜 B, C’도 미리 제시해야 마땅하다.

이와 관련, 수업을 강행하고 있는 소규모 동네 학원들의 휴원을 유도하되, 휴원이 불가능할 경우 철저한 방역이 이뤄지도록 점검하는 일도 긴요하다.

정부에서 권고한 학급당 10명 이내 인원을 유지할 만한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학부모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니 그 지원책도 시급하다. 집에서 자녀를 돌보려는 학부모들을 위한 기업의 재택근무 허용, 정부의 가족돌봄휴가 지원 확대 등 범사회적인 돌봄 지원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사교육 ‘빈익빈 부익부’ 가능성

5차례 연기된 끝에 등교수업이 개시됐던 1학기와 마찬가지로 2학기 역시 시작부터 학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곳곳이 문제점 투성이다. 교육당국이 돌봄서비스 보완, 원격수업 시스템 개선, 학생맞춤형 관리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지는 의문이다.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업능력 저하와 학력 격차 심화, 사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역시 방치해선 안 된다.

학생들도 부랴부랴 원격 수업 체제로 전환하느라 혼란에 빠졌다.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들은 1학기 재택 수업 시기에 휴가를 다 써버려 자녀를 돌봐줄 사람을 찾느라 애를 태우고 있다. 여기에다 학생과 교직원들 사이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어 불안감이 크다.

원격수업을 하면 기본적으로 봉사활동 등 비교과 활동에 제약이 생기고 정기고사 성적으로만 교과 성적이 결정될 수 있어 지필고사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있다.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줄고,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는 이유다.

또한, 스스로 공부하는 역량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겐 피해가 발생한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데다 교사와의 실시간 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문제해결 능력도 저하된다. 이런 문제는 주로 성적이 중·하위권인 학생들에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이들 학생의 학업능력이 이번 온라인수업 기간에 추가로 저하되지 않는 방안을 교육 당국은 마련해야 한다.

'플랜 B' 내놓고 함께 대비를

대학입시도 어려운 현안이 됐다. 비정상적 학사운영 탓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된다.

당장 9월부터 대학입시 정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수시 선발 모집이 시작된다. 대면으로 이뤄져야 하는 실기시험이 제대로 치러질지도 미지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가을과 겨울에 오히려 더 퍼진다면 수능을 과연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12월 수능도 애초 11월 19일 계획된 일정을 2주 연기한 것이다.

다음 달 시작되는 수시전형은 대학들 중 70∼80%가 이미 예정대로 치를 수 없다며 일정 변경을 예고한 상태다. 당장 다음 달부터 입시가 시작되는데 아직도 ‘플랜B’를 내놓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다. 코로나 추이는 예상할 수 없다 해도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비한 계획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수험생 입장에선 수능 일정이 매우 중요하다. 수능 재연기를 포함한 플랜 B를 선제적으로 내놓고 교육 당국과 학생, 학부모가 함께 대비하는 게 낫다.

여러 시나리오 상정 '플랜 B' 중요

올해 고3 수험생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평상시보다 한 달이 늦은 4월9일에야 겨우 온라인으로 개학했고, 대면 등교는 80일 늦은 5월20일 이뤄졌다. 학습 공백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별, 학생별 학력 격차도 우려스럽다.

교육부는 수험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12월 3일로 예정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예정대로 치르겠다고 밝혔지만, 코로나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는 최근의 추세를 감안하면 수능이 연기될 가능성에 대한 ‘플랜B’ 를 마련하는 일이 긴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불안한 것은 입시가 코앞에 닥친 지금까지도 여전히 입시 관련 내용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당장 다음달 수시 원서접수가 시작되지만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입시요강 변경을 신청한 대학은 50여곳이라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예정됐던 방식과 일정대로 논술과 실기, 면접 등을 진행하기 어려운 탓이다.

감염 확산세 예측이 어려운 만큼 여러 시나리오를 상정한 플랜B도 확실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당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2017년 포항 지진 탓에 시험 전날에 전격적으로 수능을 일주일 늦춘 적이 있다. 그때 경험을 토대로 보다 정교한 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만약, 이미 플랜 B가 있다면 너무 늦기 전에 이를 국민에게 공개하길 바란다.

“수능 원서접수와 수시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안전한 대입방안과 유사시 대비책 등 단계별로 교육당국과 대학의 계획을 밝히는 것이 수험생과 학부모, 국민을 위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라는 정의당의 논평은 괜한 요구가 아니다. 고3생들의 2학기 수업은 대체로 자습으로 진행돼온 만큼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워 실행할 수 있도록 학교현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기 바란다.

사각지대…맞춤형 관리 추가를

문제는 원격 수업 후속 대책이다. 이미 지난 학기에 원격 수업을 거치면서 크고 작은 문제가 잇따랐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일도 간단치 않았다.

교육당국은 학생·학부모의 걱정을 덜어주면서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교육부는 예산·인력 확보를 통한 돌봄서비스 보완, 원격수업 시스템 개선, 교과 콘텐츠 추가 개발, 저소득층 학생 스마트 기기 무상 대여, 학습 결손 최소화를 위한 학생 맞춤형 관리, 학생 심리방역 지원 등 대책도 내놨지만, 문제점은 여전하다.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 이미 많은 학부모가 지난 학기에 가족돌봄휴가를 소진했다. 이 제도의 연장과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온라인수업은 지난 3월부터 지적했던 많은 문제가 제대로 해결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이어야 한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3~4월 온라인수업 기간에 저소득층 학생에게 스마트 기기를 전달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이번 온라인수업 중 기기 미준비 논란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경기도 역시 마찬가지여야 한다. 또 실시간 쌍방향 화상강의 서비스를 추가하기로 했다지만, 학습격차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면형 맞춤형 관리가 추가로 필요하다.

학습관리시스템(LMS) 마련해야

학생들의 감염은 대부분 학교 밖에서 일어나고 있다. 교외 활동 지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최근 집단감염이 일어난 서울 성북구 체대 입시학원 사례에서 보듯, 2단계 거리두기 대상에서 제외된 300명 이하 학원이 감염의 또 다른 진원지가 될 수 있다.

학교야말로 늑장 대응보다는 선제적 대응과 과잉 방역이 낫다. 교육부는 여러 상황을 가정한 정교한 안을 마련해 만일의 사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계획을 점검하고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대책도 마련하기 바란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선, 국가 차원의 표준화된 원격수업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출석과 학습 진도, 과제 제출 등 일련의 수업과정을 통합적으로 인증·관리 할 수 있는 학습관리시스템(LMS)을 마련해야 한다.

교원들 개개인의 수업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학습자료를 융합하고, 통합 클라우드에 저장해 필요한 영상을 재구성, 활용토록 해야 한다. 원격수업의 성패는 클라우드에 저장된 양질의 수업 영상 등 데이터의 축적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 학력 제고 방안을

감염 확산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학교 교육뿐 아니라 경제 등 사회 전반에 파장이 엄청날 게 불 보듯 뻔하다. 방역을 최우선에 두고 총력전을 펼쳐야 할 때다. 원격수업 초기의 ‘땜질식 대책’이 아닌, 중장기적 보육 플랜과 학력 제고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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