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지율’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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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지율’보다 중요한 것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0.09.04 20: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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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 추진 동력…‘지지율’에 있다
파업 공감도 낮고, 정부 지지율 높았다
부동산 덮기?…“이슈는 이슈로 막는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대한의사협회와 정부가 4일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 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한다”고 합의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대한의사협회와 정부가 4일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 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한다”고 합의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 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한다.”

대한의사협회와 정부가 4일 내린 결론이다. 최종 합의문에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로써 의사들은 파업 중지와 함께 제자리로 돌아오게 됐다. 이는 지난 7월 31일 조승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회장의 1인 시위 이후 약 한 달만이다.

 

낮은 파업 공감도와 높은 정부 지지율


왜 정부는 의료 인력의 도움이 가장 절실한 이 시기를 택했을까. 그리고 왜 의협은 의료계 내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파업 철회를 결정했을까. 시의성이 맞지 않음에도 불구, 정부가 정책을 내세울 수 있었던 동력은 ‘지지율’에 있다. 달리 말하면, 낮은 파업 공감도와 높은 국정 지지율은 의협이 파업 철회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기도 했다.

<리얼미터>가 합의 하루 전날 발표한 ‘의사단체 파업 공감도 조사’에 따르면, 비공감이 55.2%였다. 그중 ‘전혀 공감하지 않음’을 택한 응답자는 38.7%로 높은 수준이다. 2일에 발표한 <리서치뷰> 결과 역시 비슷했다. 의사협회의 총파업에 대해 ‘법에 따라 엄정 대응해야’(36%)와 ‘중단하고 대화로 해결해야’(33%) 한다는 답변이 총 69%에 달했다.

여론조사 기관의 한 관계자는 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전체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의사들의 파업에 대한 여론이 확실히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조사 모두 보수 성향의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자동응답(ARS) 방식을 택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마 면접 조사로 실시했으면 파업 비공감 비율이 더 높게 나왔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국정 지지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한국갤럽>의 9월 1주차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45%에 달한다. 역대 대통령의 4년차 지지율이 평균 20~30%대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문재인 정부는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낮은 파업 공감도와 높은 국정 지지율은 의협이 파업 철회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낮은 파업 공감도와 높은 국정 지지율은 의협이 파업 철회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부동산 이슈 덮기


한편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4일 <시사오늘>과 만나 “이번 의료계 파업으로 부동산 이슈가 조금 덮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미래통합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을 역전하고, 문 대통령의 부정 평가가 앞섰던 이유는 부동산 정책 실패에 있었다. 이에 민주당은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꺼내는 등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에 정부가 내세운 의료 정책 역시 이러한 노력의 일환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노력은 일정 부분 달성됐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 부정 평가 이유 중 ‘부동산 정책’과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각각 3%포인트씩 감소했다. 대신 ‘의료정책’이 5%포인트 상승하며, 일정 부분 부정 평가가 분산됐다. 또 긍정 평가 이유에 ‘의료정책’이 새롭게 등장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지지율보다 중요한 것


세종의 역사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과반’의 지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협의 과정임을 알려준다.ⓒ뉴시스
세종의 역사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과반’의 지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협의 과정임을 알려준다.ⓒ뉴시스

어느 지도자든 정책 추진에 앞서 국민들의 생각을 궁금해 했고, 여론조사 지지율은 그 지표가 돼왔다. 조선 시대도 마찬가지였다. 1430년(세종12년) 세종대왕은 약 5개월 간 17만 명의 전 백성을 대상으로 최초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가 알고 싶었던 것은 땅의 비옥도에 따라 나눈 ‘전분 6등법’과 농사의 풍흉에 따라 나눈 ‘연분 9등법’ 도입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이었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당시 57.1%(9만 8657명)가 공법 시행에 찬성했다. 당시 대부분의 성인 남성에게 의견을 물었고, 과반수가 정책 추진에 찬성했음에도 세종은 결정을 보류했다. 반대 역시 7만 4149명으로 42.9%라는 이유였다. 반대하는 학자들과 수정 보완을 거듭해, 공법이 시행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5년이었다.

세종의 역사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과반’의 지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협의 과정임을 알려준다. 의석 수 ‘176석’, 파업 비공감 비율 ‘55.2%’, 문 대통령 지지율 ‘45%’와 같은 단순한 수치를 넘어선, 정책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논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과거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은 한 토론회에서 “모든 정책은 시기, 순서, 속도가 중요하다”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 추진은 한 마디로 뚝딱 정부”라 지적한 바 있다. 이는 당시 충분한 논의 없이 정책을 추진하는 문 정부의 모습을 ‘아마추어’라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었다.

과연 정부는 이번 정책에 앞서 삼박자(시기‧순서‧속도)를 얼마나 고려했는가. 정책 제안 전 의협과 충분한 논의를 했는가. 그리고 이 정책이 국민들에게 끼칠 영향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는가. 새롭게 원점에서 재논의하기 전 정부가 스스로 되물어야 할 질문이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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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0-09-05 00:04:44
파업공감도가 낮기는 ㅋㅋㅋㅋㅋ 이번사태에 의사말고 정부편드는 것들은 대깨문말곤 없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