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현 변호사의 법률살롱] 민식이법은 최선이었을까
[조기현 변호사의 법률살롱] 민식이법은 최선이었을까
  •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 승인 2020.09.08 10: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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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민식이법’이란 지난해 9월 김민식 군이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후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이다.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내 자동차 운전자 과실로 13세 미만 어린이가 상해를 입었거나 사망했을 경우 해당 법이 적용된다. 어린이 사망 시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해지며,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민식이법은 개정안 발의 시부터 시행이 이뤄진 지금까지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과실로 발생한 어린이보호구역 내의 모든 사망사고가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는 점이다. 운전자에게 과중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식이법에 대한 논란은 결국 아동혐오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물론 아이들은 절대적 약자다. 교육을 시켜도 말을 안 듣고,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것이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발달 특성이다. 백날 뛰지 말라고 교육을 시켜도 뛰는 것이 어린이기 때문에 이성적인 성인에게 법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스쿨존에서 운전자의 주의의무위반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와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야기한 운전자에 대해 부과하는 형량이 같다는 점은 어린이를 보호하겠다는 입법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형법상 원칙인 책임주의를 위반하는 것이 아닌지 논의해볼만 하다.

우리 형법에서는 고의와 과실을 구분한다. 고의란 어떤 행위를 했을 때 행위자가 그 행위를 의욕했던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내가 앞에 있는 사람에게 주먹질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러한 행위를 한 경우 폭행죄의 고의가 인정된다. 형법에서는 원칙적으로 고의의 경우만을 처벌하고 과실은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형법 제14조) 과실치사상죄, 과실교통방해죄 등 과실범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다.

과실과 고의의 책임 크기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근대형법부터 과실범을 처벌하지 않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민식이법은 과실에 의한 운전자의 책임을 음주운전 사망, 강간 등의 형량과 같게 규정해 ‘책임 없으면 범죄는 성립할 수 없고 형벌의 양도 책임에 상응해야 한다’는 근대형법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인다.

형법상 책임을 도의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이를 윤리적 비난으로 받아들인다. 자유의사를 가진 자가 적법한 행위를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법행위를 한 데 대해 형벌을 가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과실에 의한 사고와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 똑같은 비난의 잣대를 들이밀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입법에 있어 피치 못할 흠결이 생겼다면 사법부를 통해 시정해나가는 방법도 존재한다. 운전자에게 과실이 없는 경우 민식이법 적용 대상이 아니지 않냐, 조심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겠다. 운전자가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법원의 판단이 있다면 민식이법에 따른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보행자와 자동차의 접촉 사고 발생 시 운전자의 무과실이 인정되는 비율이 0.0002%인 점을 보면 앞선 주장들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워 보인다.

한 아이의 사망 사건에서 비롯된 민식이법은 언론과 국민의 과도한 관심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짧은 시간 내에 체계 정당성을 무시한 채 처리되다 보니 졸속법안이라 불리기도 하며,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기도 한다. 아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통안전 교육과 불법주정차에 대한 강력한 규제, 운전자의 과실의 크기에 따른 합리적인 책임 부과 등 제반사정에 대한 규제가 가능함을 고려할 때 과연 민식이법이 최선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 본 칼럼은 본지 편집자의 방향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조기현 변호사

-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

-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법률고문

- 제52회 사법시험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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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몸비 2020-09-11 09:29:31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제한 스마트 솔루션 등장
http://www.issuemaker.kr/news/articleView.html?idxno=32520
https://youtu.be/-pKqvd_Jt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