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연이은 부실시공 논란…“예년 같으면 국감 줄소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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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 연이은 부실시공 논란…“예년 같으면 국감 줄소환인데”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9.10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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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제는 물건너가…다른 방향으로 부실시공 방지 위한 법제화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지에스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SK건설(에스케이건설), HDC현대산업개발(에이치디씨현대산업개발), 한화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에 위치한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들이 연이어 부실시공, 하자 문제를 야기해, 대형 건설업체에 대한 수요자들의 신뢰에 금이 가는 눈치다. ⓒ시사오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들이 연이어 부실시공, 하자 문제를 야기해, 대형 건설업체에 대한 수요자들의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 ⓒ시사오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형 건설사들이 연이어 부실시공 논란을 야기하면서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하자 건수는 2226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211건) 대비 0.7%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지난해(4290건) 수준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실제로 지난 8~9월 장마철 집중호우와 태풍 영향으로 튼튼한 줄만 알았던 아파트에서 비가 줄줄 새면서 부실시공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급격히 커졌다(관련기사: 장마철 호우 쏟아지자…비 새는 부실시공 의혹 아파트 속출,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898). 본지에 제보된 사례만 20여 건, 경기 과천, 광주, 안성, 오산, 평택, 용인, 고덕국제신도시, 미사강변도시, 화성 동탄2신도시, 대전, 전남 나주, 경북 포항 등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제보가 이어졌다.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된 아파트 대부분은 GS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효성중공업, 제일건설, 부영, 동부건설, SM우방 등 유명 건설사가 지은 단지들이다. 건설사 규모와 역량, 브랜드 인지도 등을 믿고 신뢰하며 내 집을 마련한 입주민들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이에 따른 사회적 논란은 이달 들어 더욱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대형 건설사들이 지은 아파트 입주민·입주예정자들이 SNS 등 온라인을 통해 균열, 누수 등 단지의 실상을 고발하면서다. 최근 국내 크고 작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HDC현대산업개발과 대림산업이 시공한 전주의 한 아파트 상가 건물 콘센트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영상이 빠르게 확산돼 누리꾼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GS건설이 경기 고양 삼송 지역에 공급한 단독주택형 단지도 세대 내부 균열과 곰팡이 사진이 SNS 등을 타고 공유되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밖에 천장에서 쓰레기가 쏟아진 현대건설의 경기 김포 지역 아파트, 외벽에 균열이 생긴 현대엔지니어링의 경기 하남 주상복합단지 등도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문제는 부실시공을 해소할 수 있는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데에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건설 감리자에 대한 처벌 강도를 높이고, 부실벌점 제도 강화를 추진하는 등 부실시공 사전 방지 차원에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건설현장에 잔존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하자 발생 이후에도 시행사나 시공사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나 강제력이 약하고, 최악의 경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각 개인이 대형 업체들을 대상으로 불리한 소송전에 돌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축물은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하는 게 아니다. 하청, 재하청업체들이 짓는 거다. 이렇다 보니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밖에 없다. 시공사와 시행사가 서로 부실시공·하자 책임을 미루고, 또 하청이나 재하청업체에게 떠넘긴다. 하자보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점이 이 같은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며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권한이 너무 약하고, 건설사에 대한 페널티도 부족하다. 과태료 좀 내고 시간만 끌면 입주자들이 먼저 꼬리를 내리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회 국정감사라는 최소한의 견제 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공산이 커 보인다. 오너일가나 CEO들의 국감 소환을 막기 위해서라도 건설업체들이 부실시공이나 갑질 이슈에 적극 대응하는 시즌인데, 애초에 소환 가능성이 낮아진 만큼 수수방관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요즘 아무래도 장마와 태풍 때문에 각 지방의원들로부터 부실시공 관련 민원은 많이 받고 있다. 예년 같았다면 무조건 줄소환 대상"이라며 "2017년 동탄 사태와 같은 대규모 부실공사 문제가 벌어진다면 모르겠지만 국감 일정 자체도 불투명하고, 전염병이 재확산되는 상황에서 업계 인사들을 소환했다가 자칫 비난여론에 휩싸일 수 있어서 국토위뿐만 아니라 모든 상임위가 증인을 소환하는 계획은 가급적 삼가는 분위기다. 소환하겠다는 의원들도 있는데 다들 만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장과 업계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부실시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수도권에 위치한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일단 하자담보책임기간을 늘렸으면 좋겠다. 우리 아파트의 경우는 하자보수기간이 끝나고서 올해 장마로 비 피해가 발생해서 어떻게 방향을 설정해야 할지 상당히 어려움을 겼었다. 기술이 발전해서 아파트도 이전보다 더 튼튼하게 짓는다고 하지 않느냐. 그럼 하자보수 기간도 더 늘리는 게 상식적이고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느냐"며 "책임 소재도 명확히 법적으로 가렸으면 좋겠다. 뭐 문제가 생기면 이건 외주업체랑 계약한 사항이라 자기들 책임이 아니라고 하고, 이건 시행사에 물어보라고 하고, 또 구상권은 어떻고 저떻고, 평범한 입주민들이 대응하기엔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장의 악습이나 구조적 문제를 혁신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이건 중장기적으로 접근할 문제다. 정부나 국회에서 부실시공·하자 문제를 손보려면 업체들에게 책임을 세게 물으면 된다. 최소한 집 문제에 있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든지, 일정한 가이드라인이나 기준을 마련해서 어느 정도 이상 하자가 발생하면 분양가의 몇%를 뱉어내도록 하든지, 택지 구입이나 정비사업 추진에 강력한 페널티를 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후분양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후분양제는 부실시공의 답이 되기 어렵다. 오히려 분양가가 오르거나, 중견중소 업체들이 도산하는 부작용이 생길 거고, 이 과정에서 비용 등 문제로 오히려 부실의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사전청약제 시행으로 이미 후분양제는 물건너간 게 아니냐. 다른 방향에서 부실시공 방지를 위한 법제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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