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 17조 돌파, ‘빚투’는 계속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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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거래융자 17조 돌파, ‘빚투’는 계속되나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0.09.11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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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17조2121억 기록…이달 7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증가세
투자자 리스크 부담 지적…주요 증권사 연체, 2017년부터 상승
증권사 폭리 논란 여전…금융위 ‘금리 인하’ 압박, TF 구성될 듯
잔고 상승세 지속이나, 폭은 감소 전망…증권사 잔여 한도 때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1월2일~9월 10일 신용거래융자잔고 추이(단위:억원) ©자료=금융투자협회 / 그래프=정우교 기자
1월2일~9월 10일 신용거래융자잔고 추이(단위:억원) ©자료=금융투자협회 / 그래프=정우교 기자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결국 17조 원을 넘어섰다. 그동안 '빚투'가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고금리 논란이 계속됐지만, 증권사의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가 꾸준히 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9일 17조646억 원을 기록했다. 전일과 비교해 1444억 원이 늘어난 금액으로, 유가증권(코스피)은 8조5406억 원, 코스닥은 8조5240억 원으로 나타났다. 또한 10일에는 17조2121억 원으로 집계 되면서 이틀 연속 17조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증가세는 코로나19의 재확산이 시작된 지난달 20일 이후 다소 주춤한듯 보였으나, 이달 들어 계속되면서 지난 7일에는 10거래일 연속 잔고가 늘어나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은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끊이질 않았다. 무엇보다 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증권사들이 '반대매매'를 실시할 경우,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였다.

얼마 전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5곳(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의 연체금액은 지난 2017년부터 꾸준히 늘기 시작했다. 2017년 119억 원에서 2018년 132억 원으로 이어지다가, 지난해는 440억 원으로 크게 폭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421억 원을 나타내면서, 지난 한해 수준과 맞먹게 됐다. 이는 곧 투자자들의 연체금액이 늘어난 만큼 감당해야 할 리스크도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또한 증권사들의 금리에 대한 논란도 지속됐다. 기준금리가 낮아지고 있는 동안, 신용융자에 대한 증권사들의 금리가 '요지부동'이라는 지적이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해당 사안을 공론화했다. 

당시 은 원장은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75bp 인하하는 동안, 신용융자 금리를 전혀 변동시키지 않은 증권사들이 있다고 한다"면서 "이를 두고 개인투자자들이 불투명성과 비합리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직접 증권사 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과 증권업계는 이달중 TF를 구성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여전히 냉랭하다. 신용융자 이자율을 인하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가 오히려 증가하고 '묻지마 투자'도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객관적인 투자 판단을 위해서는 어느정도 이자율은 유지돼야 한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여러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신용거래융자 잔고의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풍부한 유동성이 아직까지 꺼지지 않았고, 최근 공모주 흥행도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거래도 여전히 활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들어 60조 원을 넘나들고 있어 유동성 장세와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상승폭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용잔고의 상승세는 다소 제한적"이라면서 "증권사들의 신용 잔여 한도가 대부분 차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 예탁금 대비 신용잔고 비중은 40% 선임을 감안하면, 우상향 방향은 유지되겠으나, 속도조절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용거래융자 잔고를 기반으로 향후 시장을 전망했다. 그는 "지난 2007년도 지금과 같이 신용공여 잔고 급증과 시장금리 상승이 나타났다"면서 "(그러나) 신용잔고 급증이 끝난 이후 증시 상승세가 둔화됐고, 2008년 금융위기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물론 지금 금융위기가 임박했다고 볼 수 없지만 유동성 랠리가 이어지려면 꾸준한 신용공여 잔고 증가와 금리 하락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랠리의 종료 가능성을 염두해둬야 한다"고 판단했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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