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개혁에 온 힘 쏟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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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 개혁에 온 힘 쏟겠다"
  • 박지순 기자
  • 승인 2009.10.30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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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인공 총무원장 취임식 열려

지난 달 28일 취임한 태고종 박인공 총무원장은 많은 난제를 안고 태고종의 행정을 총괄하게 됐다. 선출과정에서도 진통을 겪어야 했다. 후보자로 4명이 출마했지만 그 중 3명은 추천자수 부족으로 태고종 종헌, 종법에 의해 후보 자격이 없는 상태여서 인공 총무원장의 무투표 당선이 유력해 선포절차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무자격 후보자들이 ‘사회법’에 호소해 태고종 내부 규정을 무효라고 주장했고 법원은 그들의 손을 들어줬다. 2달에 걸친 선출과정을 거쳐 인공 총무원장이 취임하게 된 것이다. 인공 총무원장은 취임에 앞서 종무원 인사를 일부분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도 괴문서가 나도는 등 잡음이 일었다.  

▲ 태고종 인공 총무원장 취임식이 서울 봉원사에서 화창한 날씨 속에 치러졌다.     © 시사오늘 권희정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취임식 당일은 더없이 화창한 날씨에 평온한 분위기에서 행사가 치러졌다. 취임식이 열린 태고종의 총본산 서울 서대문 봉원사 입구에는 행사시작 시간인 오전 11시 훨씬 이전부터 행사장을 찾은 불자와 승려, 취재진으로 사람들이 뒤엉켜 있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불자들과 승려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도 여러 대 보였다. 
절 주차장에서 봉원사 경내로 들어서자 한복을 차려 입은 여신도(보살)들이 손님들을 안내했고 방명록에 서명한 손님들은 행사장인 대웅전 마당에 마련된 의자를 찾아 앉았다. 절 입구 주위는 물론 대웅전 마당 둘레로 수 백 개의 화환이 둘러쳐져 장관을 이뤘다. 
타 종단에서 보낸 화환이 많았고 사찰 단위로 보낸 것도 다수였다. 그 밖에도 언론기관, 대학, 정치권 등에서도 축하의 화환에 동참했다. 대웅전 단상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의 화환이 눈에 띄었다. 
이 날 행사의 귀빈으로는 태고종 종정 혜초 대종사와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등 불교계 원로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자유선진당 박선영, 권선택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대웅전 마당은 자리가 좁아 선 채로 행사를 지켜보는 불자들도 수 백 명은 되는 듯했다. 그럼에도 행사에 참여한 모든 불자와 승려들은 화창한 날씨처럼 얼굴 표정들이 즐거워 보였고 불교 의식에 따라 함께 정성껏 염불을 외우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오전 11시 공식 행사가 시작되기 조금 전 한 스님이 사회자석 마이크를 잡고 “소승이 사부대중이 모인 가운데 한 말씀 하려 한다”고 말하자 곧바로 “뭐하는 거야” 소리가 옆에서 튀어 나왔고 두 명의 스님이 마이크를 빼앗았다. 
‘소승’이라고 밝힌 스님이 “이거 놓으라”며 거칠게 항의하자 마이크가 꺼지고 두 세 명의 스님이 달려들어 그 스님을 대웅전 뒷 편으로 끌고 나가는 돌발사태가 발생해 잠시 행사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그 스님은 끌려가면서도 계속 “이거 놔”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곧 사태는 정리됐다. 인공 총무원장이 취임하기까지 태고종 내부적으로 분란이 심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봉원사 관음 합창단이 찬불가를 부르는 것으로 행사 시작을 알렸고 반야심경 봉독이 이어지자 객석에 앉은 승려와 신도들도 함께 소리를 냈다. 
선암사에서 상경한 태고종 종정 혜초 대종사는 법어에서 “이 같이 좋은 날에 무슨 법어가 필요하겠는가”라며 “인공 총무원장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 총무원장은 내가 총무원장을 할 때 부원장을 했다”고 인연을 소개하며 “태고종 창종 당시부터 태고종의 발전을 위해 노고가 많은 분”이라고 인공 총무원장을 치하했다. 
혜초 대종사는 “태고종에는 큰 일이 많지만 (인공 총무원장에게) 믿고 맡기자”면서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을 보려는 노력을 하라”고 당부했다. 
인공 총무원장은 취임사에서 “종단 발전의 진퇴가 걸린 중차대한 시기에 저에게 총무원장이라는 막중한 소임을 맡겨주신 중앙종회의원 스님들께 깊은 감사의 예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태고종의 시급히 해결해야 할 종책(宗策) 방향의 일단을 천명했다.
우선 태고종은 한국불교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한 전통종단임을 분명히 하고 확고한 종단관과 정체성을 확립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태고종을 원융화합종단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 혜초 태고종 종정은 축사에서 "긍정적인 면을 보고 인공 총무원장을 격려해 달라"고 말했다.     © 시사오늘 권희정

태고종은 오랜 불교 법란의 여파와 개별사찰 중심의 취약성 때문에 승단 중심의 전통적 법도와 승가공동체적 인식의 중요성이 간과돼 온 과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각종 제도개혁을 통한 종단의 구조적 모순을 개혁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를 위해 종단제도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승가의 법도에 부합하고 변화하는 사회질서에 부응해 종도 모두가 공감하고 따를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보편타당하게 정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투명한 종무행정을 추구하며 능력 있는 인재의 고른 등용도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시대적 소명의식을 갖고 사회적 역할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공 총무원장은 “태고종이 그동안 인적, 재정적 여건의 취약으로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사회적 역할 증대를 위한 전문조직을 구성해 사회봉사활동과 복지사업분야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공 총무원장은 “종단이 환골탈퇴해 보다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과 뜻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는 말로 취임사를 마쳤다. 
이어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과 정몽준 대표, 한화갑 전 대표, 이회창 총재의 축사가 이어졌다. 다른 이들과 달리 이 총재는 정치적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고 행사장에 잠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 태고종 인공 총무원장 취임식에 참석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시사오늘 권희정

그는 “타협을 거부한 채 반대론을 밀쳐내고 자신만의 일방적 주장을 강행하는 세력이 있어 이 사회에 갈등과 분란과 대립이 일어나고 있다”며 “부처님의 가르침은 화합”이라고 말해 이명박 정권을 겨냥했다. 
인공 총무원장의 취임식은 봉원사 관음 합창단이 ‘하늘과 땅 위에’와 ‘새 천년’ 두 곡을 연이어 부르며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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