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딜펀드②] 녹색·통일…선배 관제펀드의 기록
스크롤 이동 상태바
[뉴딜펀드②] 녹색·통일…선배 관제펀드의 기록
  • 김병묵 기자
  • 승인 2020.09.18 1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성기 2년, 정권과 운명 함께해…‘녹색펀드’는 재평가되기도
“文 정부의 소·부·장 펀드, 앞선 펀드보다 구체적…지켜봐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성공한 승부수가 될까, 실패의 답습일까. 정부가 발표한 '뉴딜펀드'에 대한 이야기가 무성하다. 기대보단 우려가 좀 더 많다. 시대의 요구에 부합한다는 호평도 있지만 불안한 시선이 압도적이다. 앞선 '관제펀드' 징크스를 비롯해 손실보전 우려 등이 제기된다. <시사오늘>은 정권 후반기 등장한 뉴딜펀드를 바라보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왜 지금 뉴딜펀드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편집자 주>

2009년 2월 24일 KB국민은행은 친환경보존 및 녹색성장기업을 대상으로 금리우대 및 각종 금융서비스를 지원하는 'KB Green Growth Loan'를 출시했다. ⓒ뉴시스=KB 국민은행 제공
2009년 2월 24일 KB국민은행은 친환경보존 및 녹색성장기업을 대상으로 금리우대 및 각종 금융서비스를 지원하는 'KB Green Growth Loan'를 출시했다. ⓒ뉴시스=KB 국민은행 제공

뉴딜펀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정부가 주도하는 '관제(官製)펀드'라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경기회복 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정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목적이다.

이 관제펀드가 사실 처음 있는 사례는 아니다. 과거 이명박(MB)정부에선 녹색펀드, 박근혜 정부에선 통일펀드가 대표적인 '관제펀드'로 손꼽힌다. 뉴딜펀드의 등장과 함께 이들 과거의 관제펀드들도 주목받고 있다.

재평가? MB정부의 녹색금융과 녹색성장펀드

저탄소 녹색성장은 그 유명한 '747공약(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불, 세계 7위권 선진국)'과 함께 MB 정부를 대표하는 정책 기조였다. 전국에 자전거 도로망 확충 열풍을 몰고 오기도 했다.

2009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주도로, 전국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 등이 모여 '녹색금융협의회(Green Finance Council)'가 출범했다. 당시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금융계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인 녹색성장을 선도하고 이를 통해 세계적인 녹색기업과 기술이 등장해야 한다"며 금융권의 전폭적 동참을 약속했다. '녹색금융'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정부는 녹색펀드 가입자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등 금융권 지원사격에 나섰다. 기세를 타고 업계에선 소위 '녹색성장펀드'로 불리는 상품들이 쏟아져나왔다. 한 때 50여개에 달할 정도로 늘어난 녹색펀드상품들은, 2009년 한때 평균 수익률이 58.6%에 달할 정도로 호황을 이뤘다.

그러나 2010년까지만 해도 25%의 수익률을 기록하던 녹색펀드는 정권 말기로 향하며 하락세로 접어든다. 2011년 12월, 펀드평가사 제로인은 녹색성장펀드 수익률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23% 이상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상품들은 수익률이 떨어지며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정부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급기야 정권이 바뀔 즈음엔 MB 정부에서 지원사격을 위해 만들었던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국무총리 직속으로 격하됐다. 녹색펀드들은 그 규모가 줄어들며 침체기가 시작됐다. 마지막 녹색펀드 출시는 2014년이었다.

녹색펀드의 성쇠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관제펀드의 한계 탓에 정권과 운명을 같이했다는 해석이다. 임지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일 리포트에서 "(녹색펀드들은) 정책 추진력이 떨어지자 친환경 관련주의 수익률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현직 금융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1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정권 말기로 가면서 간판만 '녹색'을 걸어놓고 실제로는 전혀 관계없는 곳에 투자하는 펀드도 많았다"면서 "애초에 정책 추진에 대한 기대감으로 생겨난 탓에 기대가 빠지면 같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혹은 정권과는 별개로, 녹색성장이라는 테마의 속성으로 인해 녹색펀드가 줄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2011년 임세찬 하나대투증권 펀드 연구원은 "외국의 경우에는 풍력기자재 등 녹색 기업이라고 딱 말할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 펀드 문화가 조성됐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나아가 세간에선 녹색펀드가 '실패한 관제펀드'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십여 개 남은 녹색펀드는 아이러니하게도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올렸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가 5월 '그린뉴딜'을 천명한 뒤다. 지난 8월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의 분석에 따르면, MB 정부에서 조성된 녹색펀드들의 수익률은 3개월 동안 최대 300%까지 올랐다. 다만 대형으로 분류할만한 규모(1000억 원 규모)의 펀드는 없다.

MB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녹색금융은 세계적인 화두인 저탄소 녹색성장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정부가 최대한 독려하고 도와주기 위한 한 수였다"며 "일회성 슬로건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있는 테마"라고 주장했다.

2015년 7월 31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창립 54주년 기념행사에 권선주 당시 기업은행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통일나눔펀드 통일나눔펀드 참여를 선언하고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뉴시스
2015년 7월 31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창립 54주년 기념행사에 권선주 당시 기업은행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통일나눔펀드 통일나눔펀드 참여를 선언하고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뉴시스

'대박에 웃다 개성에 운' 박근혜정부의 통일펀드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관제펀드는 '통일펀드'다. 사실 통일펀드는 엄밀히 말해, 정부가 주도한 정통 관제펀드라기 보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형태의 펀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을 제1정책으로 추진할 뜻을 내비친다.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문구가 결정적이었다. 

금융권 자산운용사들이 앞장서서 호응했다. 발언 이후 2014년 6월까지, 상반기에만 20개가 넘는 '통일펀드'가 만들어졌다. MB 정부와 달리 세제 혜택 등 뚜렷하게 눈에 보이는 정부의 지원이 없었음에도, 남북경협주의 높은 수익률을 연료삼아 상당히 흥행했다.

위기는 2년 뒤에 왔다. 2014년 말 기준으로 543억 원까지 늘어나며 절정을 찍었던 통일펀드는, 2015년 북한의 핵실험을 중심으로 동북아 국제정세가 경색되자 하락을 시작했다. 급기야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펀드 자금이 빠른 속도로 이탈했다. 2016년 12월엔 2014년 말 대비 약 200억 원이 빠져나가면서 대부분의 펀드가 청산을 앞두게 됐다. 

2020년 현재 당시 통일펀드는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플러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C1형 등을 운용 중인 신영자산운용 단 한 곳에서만 운용 중이다.

통일펀드가 단 한 개만 남은 이유에 대해 현직 자산운용사의 핵심 관계자는 지난 15일 "간단하다. 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며 "기본적으로 자산운용 시 운용규모가 큰 경우(1000억 대) 하나의 펀드에 집중해야만 목표 수익률이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초에 잘 되기는 어려웠다고 본다"라고 풀이했다.

또한 전 정권의 관제펀드에 관여했던 한 핵심관계자는 "정부의 펀드 운용은 정권의 흐름에 맞춰 시기가 지날수록 관심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면서 "정치적인 부분도 있지만, 다 열거하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26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지난해 8월 26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반일 바람 타고 순항 中, 文 정부의 소·부·장 펀드

뉴딜펀드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미 여러 개의 관제 펀드가 운용 중이다. 그중에서도 주목할만한 것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가입하기도 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펀드다. 일본과의 외교 마찰이 경제 보복 등 무역분쟁으로 이어지자 주 수입품인 '소·부·장' 관련 기업에 투자를 하기 위해 출범했다. 소부장 펀드는 개인투자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국가펀드와 사모운용사들이 먼저 손실을 보고, 그다음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구조로 설계됐다. 

소부장 펀드는 지금까지는 상당한 순항 중이다. 지난해 8월 14일 출시된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 펀드'는, 문 대통령의 가입으로 화제를 모으며 순식간에 1000억 원 규모를 돌파했고 1년간 무려 56%의 수익률을 냈다. 에프앤가이드의 지난 4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후속 출시한 소부장펀드인 '골든브릿지레인보우중소성장기업펀드' 등도 12%를 상회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직 한 펀드매니저는 1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소부장 펀드는 그간의 관제펀드들보다 훨씬 구체적인 투자목적과 명확한 투자처가 있기 때문에 다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