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보험사 매물에도 우리금융지주 여전히 ‘고민’…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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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보험사 매물에도 우리금융지주 여전히 ‘고민’…왜?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0.09.2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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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KB·하나금융지주, 최근 대규모 보험사 통합 및 인수·출범에 속도
지주 중 은행 순익기여도 가장 높아…빅테크, 보험업 진출도 주목해야
“보험사 인수? 제외하는 것 아니다…복합적인 작업, 충분한 검토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김정태(왼쪽부터) 하나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알림 1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회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김정태(왼쪽부터) 하나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알림 1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회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우리금융지주의 보험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초 신년사에서 증권·보험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외국계 보험사의 매각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고, '디지털 전환'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최근까지 보험업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보험업계는 올해 상반기 푸르덴셜생명, 더케이손해보험 등 굵직한 매각이 진행됐다. 각각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품에 안겼는데, 우리금융지주는 각 매각과정마다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수차례 거론됐을 뿐, 실제 완주하지는 않았다. 특히 지난 18일 예비입찰이 시작된 악사손해보험의 매각에 '참전'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국, 교보생명만 단독으로 참여했다.  

우리금융지주의 보험업 진출이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다른 금융지주보다 은행 순익기여도가 높기 때문에, 비은행권 강화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손태승 회장도 신년사 이후 전략회의에서도 수차례 언급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보험사들이 '디지털 강화'를 연이어 선언하면서 금융지주들도 자사 보험사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는 현재까지 보험업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공시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다른 금융지주보다 은행의 순익기여도가 높은 곳이다. 올해 상반기 자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7740억 원으로 우리은행은 이중 6821억 원(88.1%)을 차지한다. 또한 KB금융지주(72.6%)과 하나금융지주(79.0%), 신한금융지주(60.7%)보다 높은 수준으로, 그만큼 은행이 부진할 경우, 우리금융지주의 실적은 다른 금융지주보다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 

실제,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1조2464억 원에서 올해는 6821억 원으로 45.3% 급감했다. 코로나19의 영향과 사모펀드와 관련된 손실 준비금을 쌓아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만큼 우리금융지주의 순이익도 1조2720억 원에서 7740억 원으로 줄었다.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등 비은행권의 선전이 있었지만 금융지주의 순익을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보험업계의 '디지털 트렌드'를 쫓는 타 금융지주의 행보도 우리금융지주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최근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신한·하나·KB금융지주는 기존의 보험사를 인수하거나 새로운 보험사 통합작업을 거치면서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해 '하나손해보험'을 출범시켰다. 더케이손해보험은 인수 전 9000억 수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보험사로,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손해보험을 출범시키면서 '디지털'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내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을 앞두고 있는데, 특히 디지털 추진동력을 강화에 방점을 둔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아울러 KB금융그룹의 새 식구가 된 푸르덴셜생명도 중장기 전략 방향 중 하나로 '디지털 혁신을 통한 차별화된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은행과 보험사가 보험상품을 제휴해 판매하는 '방카슈랑스'의 시너지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네이버, 토스,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잇따라 보험업에 진출하면서 비은행권 강화를 내세운 우리금융지주는 더욱 신중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이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직접 디지털 혁신을 챙기겠다고 나섰지만, 비대한 은행권과 미미한 비은행권의 협업부터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21일 통화에서 "사실 회사를 인수한다는 것은 매력도나 가격 등을 복합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일"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보험사 인수 자체만 보고 보험업 자체에 관심이 없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재 상태에서는 보험사보다 증권사 인수 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그렇다고 보험사는 전혀 검토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면서 "현 상황을 복합적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라이나생명을 비롯한 메트라이프생명, AIA생명, 동양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의 매각설이 연이어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아무래도 시장의 상황이 어렵고 성장성에 한계가 왔기 때문"이라며 "특히 외국계 자본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도 용이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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