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매수’ 외치는 증권사 리포트…투자자 “더 이상 신뢰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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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매수’ 외치는 증권사 리포트…투자자 “더 이상 신뢰無”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0.09.22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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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분사한 LG화학에 매수 의견…실제로는 16~21일 86억 원 순매도
‘씨젠’도 유사…2분기 실적발표 관련 긍정 전망 내놨지만, 105억 원 팔아
“증권사 60%, 2분기 매도 의견 한번도 낸적 없어”…규모 작을 수록 심해
“분석기업 광고 연결로 부정의견 ‘부담’”…중립·목표주가 하향으로 대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상기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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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의 기업 분석 리포트에 대한 신뢰도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매수' 의견만 내는가 하면, 리포트에는 '매수' 의견이었음에도, 실제 '매도' 집행을 하는 경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의 불신은 계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증권사들은 지난 16일 배터리 사업을 분사하기로 결정한 LG화학의 리포트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배터리 부문의 분사가 LG화학의 주가에 긍정적으로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문제는 실제 집행에서 시작됐다. 나름 객관적인 근거를 들어 LG화학에 대한 목표주가, 투자의견을 긍정적으로 조정했지만, 실제 금융투자(증권사, 자산운용사)는 16일부터 18일까지 LG화학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투자는 지난 16일 252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후 17일 84억원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이내 18일 37억 원 수준을 다시 순매도 했다. 이렇게 해서 금융투자는 16일부터 21일간 총 7852주, 86억 원을 순매도 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들도 LG화학의 주식을 팔면서 총 1만 6326주, 금액으로 환산하면 164억 원의 주식을 매도했다. 

또한, 지난달 13일 실적을 발표한 씨젠도 LG화학과 유사한 경우인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 따르면, 몇몇 증권사들은 지난달 씨젠의 실적 발표 이후 매수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발간했다. 일부는 긍정적인 전망과 함께 씨젠의 목표주가를 상향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포트가 나왔던 지난달 14일과 다음 거래일인 18일, 총 2거래일 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씨젠의 주식 105억 여원을 매도했다. 

이외에도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논란은 또 있었다. 특히 시장의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음에도 매도 의견을 전혀 내지 못하는 증권사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의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증권사 47곳 중, 60% 이상인 29곳이 매도 의견을 한번도 내지 않았다. 또한 1% 미만인 곳도 4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교보증권, 리딩투자증권, 유화증권, 초상증권 한국주식회사, 한양증권은 1분기에 이어 매수 의견 리포트만 발간하고 있었다. 또한 중소형 증권사일수록 매도 의견을 못내고 있었고, 지난 2월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페이증권도 75%였던 1분기 매수 의견이 2분기에는 90%까지 늘어났다.  

매도 의견이 없다는 지적에 증권업계도 할 말은 있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같은 자료를 보더라도, 애널리스트의 성향에 따라 분석이 달라질 수 있고, 대상 기업들이 증권사 수익원 중 하나인 '광고'와 연관돼 있어 자유롭게 의견을 내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일부 기업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일반적인 자료조차 건네지 않는다는 뒷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매도 의견 대신 '중립' 의견을 내거나 목표주가를 낮추고, 리포트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등 여러 방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시장 안팎에서는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예측이 틀렸다는게 문제가 아니라 실제 분석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는 점과 투자 정보의 편향성도 계속 지적되고 있기 때문에 업계 전체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노심초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더욱이 거론되고 있는 종목들은 최근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보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개인투자자들은 리포트를 기반으로 한 '묻지마 투자'가 이어질 수도 있다. 

한 개인 투자자는 "기본적으로 투자는 개인의 책임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매수' 의견만 내는 증권사 리포트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은 문제는 하루 이틀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아예 리포트를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다른 투자자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증권사 리포트는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관심이 있는 기업의 신사업, 사업계획 등만 보고 다른 내용은 읽지 않는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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