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책 현주소] 청년,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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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책 현주소] 청년,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0.09.27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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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책의 현주소는 ‘당사자성’이다
청년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문제 해결에서 모두의 문제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청년은 바쁘거나 외롭다”는 그들에게, 청년 정책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시사오늘 김유종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청년은 바쁘거나 외롭다”는 그들에게, 청년 정책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시사오늘 김유종

현대 사회에서 ‘청년’이란, “소환되거나 소외되거나” 혹은 “바쁘거나 외롭거나”다.

정치권은 청년 정책 변화를 모색 중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청년 정책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청년 정책은 어디까지 왔는가. 그리고 왜 청년 정책이어야 하는가. <시사오늘>이 이번 커버스토리를 통해 던지는 세 가지 질문이다. <편집자주>

 

청년 정치는 19대 국회에서 시작됐다

청년 정치의 시작은 8년 전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청년 정치인은 고작해야 16명에 불과하다. 여기서 말하는 청년 정치인이란 청년기본법에 근거해, ‘35세 미만의 국회의원’으로 정의했다.

제 13대~21대 국회의 역대 청년 의원 수(만 35세 미만)를 정리했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제 13대~21대 국회의 역대 청년 의원 수(35세 미만)를 정리했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13~14대 국회만 해도 35세 미만의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15대 국회에서 비로소 탄생했다. 당시 ‘젊은 피 수혈론’에 입각해 배지를 단 새정치국민회의(現 더불어민주당) 김민석(1964년‧31세) 의원과 무소속 원유철(1962년‧33세) 의원, 단 두 명이다. (정당‧나이 등은 당선 당시를 기준으로 했다)

16~18대 국회에서는 각 1명에 그쳤다. 16대 새천년민주당 임종석(1966년‧33세), 17대 한나라당 김희정(1971년‧33세), 18대 친박연대 양정례(1977‧30세) 의원이 그들이다.

그러다 획기적인 변화는 19대 국회에서 찾아왔다, 청년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당사자들이 본격적으로 원내에 입성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바로 이 점이 19대 국회를 청년 정치의 시작으로 단언하게 되는 이유다.

어떻게 탄생했을까.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청년 세대에 대한 담론이 형성됐다. 가장 먼저 청년 국회의원을 만드는 데 목표를 세운 정당은 민주통합당이었다. 민주당은 <슈퍼스타K> 방식을 차용해 청년 비례대표 후보를 선발했다. 당시 ‘청년정치캠프’에 참가한 청년은 372명으로, 이들 가운데 최종 16명이 선정됐다. 이후 청년 선거인단 투표에 의해 확정된 최종 4명은 앞 순번에 배치됐다. 뿐만 아니라 1등을 한 청년에겐 최고위원으로 임명될 기회도 주어졌다. 그렇게 2박 3일간의 합숙 과정을 거쳐 최종 당선된 이들이 김광진(1981년‧30세), 장하나(1977년‧34세) 의원이다.

같은 시기 통합진보당은 ‘위대한 진출’이란 비례대표 선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김재연(1980년‧31세) 의원이 당선됐다. 반면 새누리당(現 국민의힘)은 35세 미만 중 그 누구도 당선되지 못했다. 대신 김상민(1973년‧38세), 이재영(1975년‧36세) 의원이 35세 이상이긴 하나, 청년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그나마 원외에서는 이준석(1985년‧26세), 손수조(1985년‧26세) 등의 20대 정치인이 두각을 드러냈다.

2016년 20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 신보라(1983년‧33세), 국민의당 김수민(1986년생‧29세) 의원이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비례대표 승계를 통해 2019년 민주당 정은혜(1983년‧33세) 의원이 뒤늦게나마 배지를 달았다.

2020년 21대 국회는 더불어시민당 전용기(1991년‧28세), 정의당 류호정(1992년‧27세)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오영환(1988년‧32세), 기본소득당 용혜인(1990년‧30세), 정의당 장혜영(1987년‧33세) 의원이 청년 정치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청년 정책의 현주소는 ‘당사자성’

오늘날 청년 정책의 현주소는 ‘당사자성’이다. 즉 “청년이 청년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것”이란 생각에서 출발한다.

우선 이들이 늘어난 직접적 배경인 ‘국회의원 숫자 늘리기’가 대표적이다. 청년 당사자가 원내에 많아지면, 청년 문제 해결이 용이할 것이란 믿음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각 정당은 지역구 경선에서 청년 가산점을 주거나, 비례대표 앞 번호를 부여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이번 21대 국회다. 13명의 20‧30대 국회의원 당선이야말로 정치권의 변화 속 가능한 결과였다. (35세 미만 국회의원은 5명, 20‧30대 전체로 보면 13명)

그러나 문제는 이들에게 ‘다음’이 없다는 것이다. 19대 국회 이후 지금껏 청년 의원 그 누구도 재선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는 각 정당이 당내에서 발굴한 차세대 정치인을 키워내는 능력이 부족함을 드러낸다. 결국 정당은 매 선거마다 새로운 이야깃거리의 청년들을 찾아 제자리걸음할 뿐이다.

일회성에 그쳐서일까. 이들이 발의한 청년 법안의 통과율도 현저히 낮다. 19대 국회에서 의안명에 ‘청년’이 포함된 법안은 민주당 김광진 의원 13건, 장하나 의원 6건이다. 총 19건의 법안은 모두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 폐기됐다. 결국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정계 입문한 청년들의 목소리는 그 어디에도 반영되지 못했다. 정치권은 청년을 선거 전에만 활용할 뿐, 임기 중반과 그 이후는 없었다.

20대 국회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신보라 의원이 9건, 김수민 의원이 5건을 발의했다. 이 법안의 대부분은 19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임기만료 폐기됐다. 이는 여전히 청년 의원 수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다시 연결된다. 두 의원은 지난해 8월과 9월, <시사오늘>과의 인터뷰 내내 청년 의원이 적어 집단을 형성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만약 청년 의원이 300명 중 10%만 있었다면, 그 어떤 청년 의제든 정책이든 관철시키기 쉬웠을 거다.” - 신보라 전 의원, 지난해 9월 <시사오늘> 인터뷰 中

“한국의 총 유권자 중 20‧30 비율은 30%니, 국회의원도 90명은 돼야 한다. 지금은 신보라 의원과 나 둘이서 각각 45명의 국회의원 몫을 하고 있는 거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밥도 안 먹고, 사람도 안 만나고, 24시간 청년 정책만 개발하더라도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이것이 내가 국회에 들어와서 느낀 아쉬움이었다.” - 김수민 전 의원, 지난해 8월 <시사오늘> 인터뷰 中

이들의 아쉬움이 만들어낸 해법은 희망적이다. 정치‧사회 전반의 변화를 가져올 ‘정책 과정 참여’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같은 골자의 청년기본법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4년 내내 계류하다, 국회 막차를 탔다. 올해 2월 제정된 법안에 근거해, 각 부처의 정책 과정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일종의 거버넌스(governance)가 탄생했다. 앞으로 청년들은 국무총리 산하에 신설된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직접 청년 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조정하게 됐다. 청년 의원들이 주도해 청년 정책의 당사자성을 높일 계기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는 평가다.

정치권에서 생겨난 또 다른 변화는 ‘당 내 당’이다. 최근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당 내 각각 ‘청년의힘’과 ‘청년정의당’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는 기존의 청년위원회나 대학생위원회와는 달리, 독립적인 주체라는 차별점이 있다. 이는 독일의 기독민주당의 당내 청년 정치 조직, ‘영 유니온’을 모델로 했다.

“독자적인 예산권뿐만 아니라 의결권을 통해 자체적인 청년 조직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법문화된 조항을 당에 요구했다. 이는 당의 산하기관인 청년위원회와는 달리 독립적인 주체로서, 당의 눈치를 보지 않고 활동할 수 있다.” - 김재섭 국민의힘 비대위원, 2월 <시사오늘> 인터뷰 中

관건은 예산권과 의결권의 비중이다. 당 내 당의 성공 가능성은 결국 기존 정당이 이들에게 얼마나 권한을 주느냐에 달렸다. 제6기 정의당 당직선거 중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에 출마한 강민진 후보는 18일 “청년정의당에 대한 의지는 예산권에서 드러난다”며 “당비 50%, 연 2억 규모 예산 편성을 확보할 것”이라 약속했다.

 

청년 문제는 청년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13명의 20‧30대 국회의원, 24세 여당 최고위원, 청년비서관 신설, 청년기본법 제정, 9월 셋째 주 토요일 청년의 날 지정까지…. 2020년 일련의 변화는 지난 19~20대 국회의 실패가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정계 입문한 청년들이 뿌리를 내리고, 청년기본법과 청년의 날이 공허한 울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청년 문제가 당사자들만의 문제라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업, 고용 불안, 높은 주거비 등의 문제는 오늘날 그들이 당면한 문제지만, 청년의 문제는 아니다. 이들이 경험하는 문제와 고민들을 당사자가 직접 해결하라는 정치권의 해법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청년 문제는 우리 사회의 모순이자 아픔이다. 함께 청년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청년 세대는 우리 사회의 여러 모순에 의해 가장 고통 받는 세대다. 청년 문제만 해결해도 우리 사회가 크게 바뀔 것이다. 오직 청년들만 좋아지는 게 아니다. 같이 힘을 합쳐서 사회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 박주민 의원, 지난해 10월 <시사오늘> 인터뷰 中

“청년 정책의 패착은 세대 문제로 보는 것에서 시작됐다. 흔히 ‘청년이 노력하지 않아서’라는 꼰대 의식처럼, 모든 문제를 청년 본인의 잘못으로 한정시키는 기득권 정치인에게 문제가 있다. 정책 입안자들이 청년의 문제를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라고 전제를 바꾸지 않는 한 그들에게 100만 원을 주든 50만 원을 주든 똑같을 것이다.” - 김수민 전 의원, 지난해 8월 <시사오늘> 인터뷰 中

지금껏 청년 정책의 수혜자는 청년이 아니었다. 정치권은 청년에게 청년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제공했다. 그 대가로 선거 때 청년의 이미지를 빌려 쇄신과 변화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결과적으로 지지율과 표를 얻었다. 임기 중 청년 세대와 기성 정치인들과의 입장 차가 드러나는 극명한 사안이 생기거나, 지지율이 떨어질 때 역시 청년을 찾았다.

어쩌면 이번 정부와 국회가 가져온 변화 역시 정치의 필요에 따라 활용되고 버려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또 청년 정치에 실망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도는 계속돼야만 한다. ‘바위에 계란을 치는 듯’ 보이는 청년 정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13대~21대 국회 역대 청년 법안 수ⓒ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제13대~21대 국회 역대 청년 법안 수ⓒ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19대 국회에서 청년 정치인의 등장은 법안명에 ‘청년’이 포함된 법안을 19건에서 30건으로 늘렸으며, 20대 국회에서는 2배에 달하는 69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또한 제안이슈 및 주요내용에 ‘청년’이 포함된 법안으로 확대하면, 19대 국회 133건에서 20대 국회 346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21대 국회 역시 약 4개월 만에 90건의 청년 법안을 내놓았다.

이제 우리는 청년 정치를 향한 첫 발을 겨우 뗐다. 정치란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청년은 바쁘거나 외롭다”는 청년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일이다. 야당의 한 청년 정치인은 23일 <시사오늘>과 만나 “청년 정책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것을 넘어, 함께 해결하자고 내미는 손이 돼야 한다”며 “그때 비로소 청년 정책의 수혜자는 청년을 넘어 더 나은 사회를 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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