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 재건축 아파트서 하자 대거 발생…조합-입주민 간 갈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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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 재건축 아파트서 하자 대거 발생…조합-입주민 간 갈등도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09.25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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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태풍後 세대·공용부서 누수·곰팡이…샤워기 쇠침까지 나와
입주민 "실시설계도면 내놔라" vs. 조합 "하자보수 기준은 준공도서"
일각선 HDC현산-조합 간 유착 의혹 제기…"고지 없이 설계변경 의심"
HDC현산 "유지보수 조속히 처리할 것…양측 갈등에 시공사 관여 못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 강동구 일원에 지은 A아파트에서 부실시공 또는 하자로 의심되는 현상이 대거 발생했다. 사진은 곰팡이, 누수 등이 발견된 A아파트 단지 내 공용시설인 실내 골프연습장 ⓒ 독자 제공
에이치디씨현대산업개발이 서울 강동구 일원에 지은 A아파트에서 부실시공 또는 하자로 의심되는 현상이 대거 발생했다. 사진은 곰팡이, 누수 등이 발견된 A아파트 단지 내 공용시설인 실내 골프연습장 ⓒ 독자 제공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A아파트에서 대규모 부실시공·하자 문제가 발생했다. 하자보수 방향성을 두고 해당 사업 시행자인 조합과 일반분양 입주민 간 갈등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25일 본지에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일대에 위치한 A아파트에서는 일부 세대 내부와 공용부에서 누수, 곰팡이 등 부실시공 또는 하자로 의심되는 현상이 최근 대거 발견됐다. 특히 환기구·우수관 누수, 지하주차장 누수, 주출입구 배수 불량, 조경 불량, 실내 골프연습장 등 공용부 곰팡이 등으로 입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아파트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재건축사업을 통해 서울 강동구 일대에 공급한 1700여 세대 규모 단지로, 지난해 말 시작한 입주가 이달 들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해당 아파트는 입주 초기부터 누수, 주방 싱크대 수압 불량, 현관문 경첩 불량 등 문제가 지속 제기된 상황이었다. 그리고 지난 여름 장마와 태풍을 겪으면서 대규모 하자가 발생한 것이다. 최근에는 샤워기 헤드에서 쇠침이 나오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와 조합은 지난 8월 강동구청 관계자,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등과 하자보수에 대해 논의하고,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입대의와 조합은 시공사에 보다 적극적이고 근원적인 하자보수를 요청했으며,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주께 입주민들에게 하자보수 관련 종합 브리핑을 실시하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아파트 부실시공·하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이후 보통 입주민과 시공사 간 마찰을 빚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A아파트에서는 조합과 입대의가 서로 반목하는 특이한 일이 벌어졌다. 어느 도면을 하자보수 기준으로 설정할 것인지를 두고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A아파트 입대의는 최근 조합 측에 실시설계도서(착공도면)를 공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간 보이지 않았던 부실시공·하자로 의심되는 부분들이 여름철 집중호우로 대거 목격된 만큼, 최종 승인된 준공도면은 물론이고 착공도면부터 상세도면까지 꼼꼼하게 살펴야 HDC현대산업개발에 확실하게 하자보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합은 착공도면은 최종 설계변경이 이뤄지기 전 도서고, 설계가 변경된 내용이 모두 반영된 준공도면을 토대로 사용검사 등 승인을 받은 것이기에 하자보수 기준은 준공도면이 돼야 한다는 이유로 입대의의 요청을 거절했다.

이후 입대의는 조합이 착공도면을 넘겨주지 않아 하자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며 A아파트 입주민들에게 호소하면서 조합을 압박했다. 반대로 조합은 "착공도면을 공개하면 조합원 재산에 손해를 줄 수 있다. 입대의에서 하자 소송 용도로 쓸 경우 소송이 끝날 때까지 하자보수가 중단된다"는 내용의 문자를 입주민들에게 돌리며 대응했다. 

양측 간 신경전은 계속 이어졌다. 입대의는 단지 곳곳에 조합을 규탄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붙이고, 착공도면 공개의 필요성을 알리는 아파트 방송을 진행했다. 조합은 지난 23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착공도면을 공개해선 안 된다며 인계 불가 방침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A아파트 입대의와 조합 관계자들이 만나기도 했으나 서로 고성이 오가면서 오히려 갈등만 심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A아파트 일부 입주민들은 시공사인 에이치디씨현대산업개발과 조합 간 유착 의혹도 제기한다. ⓒ HDC현대산업개발 CI
A아파트 일부 입주민들은 시공사인 에이치디씨현대산업개발과 조합 간 유착 의혹도 제기한다. ⓒ HDC현대산업개발 CI

하자판정의 기준도면은 원칙적으로 준공도면이다. 대법원(2012다18762)은 "아파트 하자 발생 여부는 준공도면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타당하다. 아파트가 착공도면과 달리 시공됐어도 준공도면에 따라 시공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하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록 대법원 판결은 아니지만 사뭇 다른 판례가 나왔다. 올해 초 서울중앙지법은 대형건설사와 한 재개발조합 간 하자 관련 소송에서 "시공 의무는 적법한 설계변경에 따라 도면이 변경되지 않는 한 착공도면을 기준으로 그 범위가 정해진다. 조합이 주장하는 하향 시공과 관련 양측이 설계변경에 합의했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ㅇㅇ건설사는 착공도면과 달리 시공한 부분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도급계약에서는 입찰 당시 제안서나 착공도면이 하자보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해석 가능한 판례다.

이처럼 사법부 판단도 사안에 따라 엇갈리는 만큼, 통상적으로 조합이나 입주민은 확실한 하자보수를 요구하기 위해 착공도면을, 시공사는 하자보수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준공도면을 각각 고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A아파트에서는 조합이 준공도면을 내세우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때문에 A아파트 일부 입주민들은 조합과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간 유착 의혹까지 제기하는 상태다.

본지에 이번 사안을 제보한 A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일반분양을 받은 입주민들에게 사전 고지 없이 조합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항목을 누락하거나 하향 설계변경을 해서 착공도면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건지 무척 의심스럽다. 그렇지 않는 이상 조합이 착공도면을 공개하지 않을 리가 없다. 철저히 도면들을 비교·검증해서 최대한 하자보수 책임을 물어야 조합도 재산권을 지킬 수 있는 건데, 오히려 착공도면을 공개하면 조합원 재산에 손해를 줄 수 있다는 논리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그게 아니라면 조합과 시공사 간 유착 관계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왜 조합이 시공사 편을 드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조합 내부에서도 현재 조합 집행부의 움직임에 동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일부 조합원은 착공도면 인계 불가 방침을 세우는 데에 있어 절차가 잘못됐다고 공식 비판하기도 했다. 이사회가 아니라 대의원회의를 통해 의결할 문제였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의 한 관계자는 "조합과 입대의 간 갈등 문제는 시공사로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일부 입주민들이 제기하고 있는 조합과의 유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최근 기록적 폭우로 인해 발생한 불편사항에 대해 입주민들에게 유지보수 브리핑을 진행했다. 조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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