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무너진 공정 평등 정의
[이병도의 時代架橋] 무너진 공정 평등 정의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09.26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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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은 공돈' 풍조(風潮) 만연
親정권 인사들 법령 어기고 ‘편법 월급’
대통령의 유체이탈식 ‘공정’
제 식구 챙기기부터 중단을
감사원 할 일 했다…사과 한마디 없는 靑
與 윤리감찰단 가동…각오 다져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문재인 정부는 '공정(公正)'을 앞세우지만 현실은 반대로 흐른다. 감사원이 최근 청와대를 감사한 결과와 공표된 내용은 놀랍기만 하다. 

문 대통령 스스로 취임이후 지금까지 줄곧 국정의 '공정성'을 내세워 왔으나, 가장 지근거리인 측근 실세들의 불법 편법 세금 나눠먹기 행태를 비롯, 공직 사회 일각에서 만연되기 시작한 이른바 '나랏돈은 공돈' 인식 풍조에 이르기까지, 국정운용 도덕성은 계속 파행일로다. 

정권 출범 초부터 내걸었던 '공정'을 정면으로 이반(離反)하는 사례들이 속출, 과연 이 정권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비관적 전망을 가늠케 할 정도다. 한마디로 점입가경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公正)'을 앞세우지만 현실은 반대로 흐른다.ⓒ뉴시스
문재인 정부는 '공정(公正)'을 앞세우지만 현실은 반대로 흐른다.ⓒ뉴시스

모두가 국민 세금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 기구들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고위직을 지낸, 친문(親文) 성향 대통령 측근 실세들인 비상임위원장 등에게 월급 형태의 급여를 편법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랏돈을 1인당 최소 5000만원 이상 2억원 이상까지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임위원장에게는 전문가 자문료를 월급처럼 주면 안 된다는 법령을 위반했다. 

모두가 국민 세금이다. 대통령 측근 실세들의 편법적 세금 나눠먹기 및 '나랏돈은 공돈' 실태가 감사원 감사로 처음 확인된 셈이다. 고위층 행태가 이런 분위기니 일선 공무원 사회의 '나랏돈은 공돈'이란 풍조도 번져나갈 수 밖에 없다. 그 실제 결과도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 스스로에 의해 산출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제, 공직 기강의 모범을 보여야 할 청와대 내부의 위법·편법 사례들은 정면으로 검증됐다. 국가부채 급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재정을 화수분처럼 사용하니, 고위직이든 공무원이든 나랏돈을 곶감 빼먹듯 하는 경향이 뚜렷해 질 수 밖에 없다. 

논공행상 편법허용 안돼 

문 정권이 출범 때부터 내세운 공정·정의 다짐도 무색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공정은 촛불혁명의 정신이며 우리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목표”라고 했지만, 이제 공정의 가치는 크게 훼손됐고 ‘이중잣대’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번 대통령 자문위원회의 고위 측근들에 대한 감사는 처음 있는 일이다. ‘대통령 직속’이란 간판 뒤에서 세금을 편법으로 나눠 먹다 감사원에 적발된 것이다. 대통령의 정치적 고위 최측근들을 위해 나랏돈이 이처럼 주먹구구식으로 빠져나가는 분위기니, 일선 현장의 기강해이인들 오죽하겠는가. 

그런 점에서 최근 기획재정부 통계는 확연하다. 지난해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는 국고보조사업 부정 수급 적발 건수는 20만6,152건으로 금액은 862억6,000만원에 달했다. 적발 건수는 전년보다 5배, 금액은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일자리 정책의 핵심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부정 수급 환수 건수가 144배 폭증한 것을 보면 '나랏돈은 공돈'이라는 생각이 곳곳에 만연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논공행상하듯 위원장 자리를 나눠 주고, 위원장직을 꿰찬 뒤엔 별 기여하는 일도 없는데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는 이유로 국민 세금을 함부로 주는 편법을 허용해선 안 된다. 

기준 없이 매월 정액 고정급

진상의 전모를 위해 상황을 좀 더 세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감사원이 최근 감사를 벌인 곳은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 청와대 3개 기관과 대통령 자문위원회 4곳이다. 대통령 자문위원회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처음 이뤄진 것으로, 19개 위원회 중 연간 예산이 30억 원 이상으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4개 위원회가 대상이었다.

감사 결과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명확한 지급 기준도 없이 매월 정액의 고정급을 받아온 사실이 적발됐다.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 위원장·부위원장을 맡은 친문 인사들에게 매월 보수를 준 것은 편법이자 형평성에 어긋난 것이다. 법에 의하면 비상임위원장에게 전문가 자문료를 월급처럼 고정급으로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한마디로 사례금을 정기적인 월급처럼 받는 것은 불가하다. 

감사원은 또 균발위가 국민소통위를 만들어 놓고 2018년 이후 회의를 두 번만 했다며 ‘없애거나 형식적 운영을 말라’고 했다. 어린이날 기념영상 납품 계약과정에서 빚어진 국가계약법 위반 행위도 적발해 공개했다. “계약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통보하고, 실세인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주의’를 줬다. 

감사원, 실정·비리에 계속 엄정해야

한편, 이번 감사원 감사는 그동안 권력기관에 대해선 형식적인 감사에 그쳐온 감사원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감사와 관련해 청와대·여당과 갈등을 빚으면서 자진 사퇴를 요구받기까지 했는데, 그런 와중에도 최고 권력기관에 엄정한 감사를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감사원의 책무는 국가의 세입·세출을 검사하고, 행정기관과 공무원의 직무 감찰을 통해 국가 기강을 세우는 사정기관이다. 정부 직제상 대통령 밑에 있더라도 헌법에 규정된 독립기관이다. 이번 일은, 추상같은 감사에는 청와대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감사원 측도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다. 문제가 있는 것을 문제가 있다고 밝힌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에 대한 감사처럼 감사원은 앞으로도 정권의 실정·비리에 대해 엄정하게 감사해야 한다. 

청와대와 대통령 위원회 감사는 추상같이 더욱 엄해져야 하고,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누가 감사원장을 맡든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확고하게 정착시켜야 한다. 이번에 감사 대상이 아니었던 나머지 15개 대통령 자문위원회에서도 같은 문제점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실히 점검해봐야 한다.

오만해지는 정권의 민낯

이번에도 감사원이 할 일을 하지 않았다면 국민은 대통령 측근들의 세금 나눠 먹기와 주먹구구식 편법 실태를 몰랐을 것이다.

실제 감사결과를 세부적으로 보자. 국가균형발전위원장으로 위촉됐던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매달 400만 원씩 총 5200만 원을, 2017년 대선 당시 민주당 선대위 노동위원장을 지낸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2년 10개월 동안 총 2억1759만 원을 급여 성격의 고정급으로 지급받았다. 이목희 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같은 편법으로 1년 11개월 동안 총 1억4099만 원을 받았다.

이들 가운데 송 위원장은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 국민성장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이용섭 부위원장은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 비상경제대책단장을 맡았다. 또, 이목희 부위원장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 기획본부장을 지냈다.

이같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청와대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했다. 반성은커녕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청와대 태도에서 갈수록 오만해지는 정권의 민낯을 볼 수 있다. 

권력 내부 불공정 국민 우롱

문 대통령이 그렇게 힘주어 ‘공정’을 외치는데도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왜 인가. 그것은 이처럼 끊임없이 벌어지는 권력 내부 불공정 논란 행위들 때문이다. 

최근 대통령의 청년의 날 기념사 초점은 ‘공정’에 맞춰졌다. 공정이라는 단어를 무려 37번, 불공정도 10번 언급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연설이 공허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20대 지지율은 갈수록 떨어져 일부 여론조사 결과에선 부정 평가가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집권세력이 공정의 기준을 놓고 편가르기를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취임사에서도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를 강조했다. 3년 반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은 평등·공정·정의로운 나라가 됐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의혹,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특혜 논란을 보면서 국민의 분노지수가 치솟았다. 

자고 일어나면 불공정 사례가 계속 터져 나오는데 공정을 외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행동이 없이 말로만 공정·정의를 외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일 수 밖에 없다. 대통령 약속과는 반대로 불평등·불공정·불의가 횡행했기에 더욱 그렇다.

‘유체 이탈’ 행태 반복

지난해 온 나라를 두 동강 냈던 조국 사태에 이어 추 장관 아들의 특혜 의혹은 국민들, 특히 청년들로 하여금 우리 사회 공정성의 현실에 대해 심각한 회의가 들게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의 경우 이제 추 장관 본인의 정치자금 불법 사용 논란으로까지 비화했다. 

말로만 공정을 외친다는 것은 ‘유체이탈’이다. 공정을 입에 담으려면 당장 추 장관부터 경질하는 것이 옳다. 공정을 앞세운 정권에서 불공정이 판을 치는 이 기막힌 사태, 문 대통령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자신에게 있는데 마치 남 얘기를 하는 듯한 ‘유체 이탈’ 행태가 4년 가까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의 날을 만들고 청년정책조정위원회라는 거창한 기구가 출범한다고 해서 청년들의 공허한 마음을 달랠 순 없을 것이다. 공정을 외친다고 해서 공정 사회가 구현된다고 믿을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핵심은 우리 사회 권력 주변 인사들이 누리는 특권과 특혜를 없애고, 기회의 문을 모든 이에게 동등하게 열어주어야만 한다. 

면죄부 악용 감찰, 없느니만 못할 것

이번 일을 계기로 범여권 감찰 조직을 점검치 않을 수 없다. 우선,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 척결을 위한 청와대 내부 감찰기구다. 문 대통령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임기 3년4개월이 지나도록 법에 규정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 

여당은 특별감찰관 임명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위한 협상 카드로 삼는 꼼수를 부린다. 특별감찰관 임명은 정치적 흥정 대상일 수 없다. 문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기능 공백 상태를 서둘러 끝내야 한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판사 출신 최기상 의원에게 단장을 맡겨 윤리감찰단(감찰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감찰단은 앞으로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와 주요 당직자 등의 부정부패, 젠더 폭력 등 문제를 법·도덕·윤리적 관점에서 판단해 윤리심판원에 넘기는 역할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전문성 갖춘 당 안팎 인사들로 구성되는 감찰단은 당대표 지시를 받아 윤리심판원에 징계를 요구하거나 당무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하니 두고 볼 일이다. 없었던 기능이 새로 생긴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평가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어서다. 민심과 종종 동떨어지게 마련인 당심에 기울거나 온정주의에 끌려서 문제를 무마하고 당사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데 악용된다면 없느니만 못할 것이다. 

공정한 국가사회 기본 토양을

문 대통령은 “기득권이 부와 명예를 대물림한다”고 했는데, 현 집권 세력 스스로가 불공정의 기득권이 된 지 오래다. 공정을 실천할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말이라도 꺼내지 않길 바란다. '공정'이 없으면, '평등'과 '정의'도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말로만 공정을 외칠 게 아니라 사회 구석구석에서 비리와 차별을 실제로 뿌리 뽑아야만 한다. 공정한 국가사회의 기본 토양을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그래야 대통령의 ‘공정’ 연설도 비로소 설득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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