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칼럼> 당명 논란으로 본 '박근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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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칼럼> 당명 논란으로 본 '박근혜 리더십'
  • 김동성 자유기고가
  • 승인 2012.02.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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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력의 운명을 쥔 그의 결정은 그래서 더 신중해져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동성 자유기고가)

한나랑이 새누리당으로 새옷을 갈아 입었다. 일부 당 안팎의 반발이 적지는 않았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당내 불만 세력이 박근혜 중심의 비대위에 힘을 실어 준 것으로 사려된다. 

실제로 한나라당, 아니 새누리당은 당명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암초를 만났다. 기존 한나라당의 구태를 털어내기 위해 당명을 바꾼다는 취지에는 모두가 동의를 표하면서도 정작 새로운 당명으로 '새누리'를 선정했을때는 여러 의구심과 함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당이름이 유치원 같다는 말을 시작으로 심지어 혹자는 '강아지' 이름 같다고 혹평하며 당명을 다시 개정하자는 의견이 팽배했다. 하지만, 당명 변경을 진두지휘한 박근혜 위원장의 의지(?)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불만과반발을 드러내는 의원들을 설득하는 행보로 보였다. 한마디로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더욱 박 위원장이 펼친 설득 과정을 들여다 보면, 그 다급함은 어렵지 않게 드러난다. 유치원 이름이다, 강아지 이름 같다는 반발에 '유치원생은 국민이 아니냐'는 말로 반박했고 강아지 이름 중 '쫑'을 예로 들어, 본래는 미국식 이름인 '존(john)'이었던 것이 우리식으로 '쫑'으로 불리게 됐다는 웃지 못할 해명을 한 것으로 전해 졌다. 

여러 곡절을 거쳐 새누리당이 의원총회와 전국위원회를 열어 어렵게 당명 개정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여의도 제1당의 이름은 이제 '새누리당'이 됐다. 그런데 지난 당명 개정 과정에서 드러난 새누리당 내부의 문제는 비단, 당명만을 놓고 벌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은 주목해 볼만하다. 

겉으로는 당명 갈등으로 보이면서도 논란의 핵심에는 다름 아닌, 비대위를 이끌고 있는 박근혜 위원장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는 당명 개정과정에서 당내 의원들이 드러낸 여러 목소리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특히 박근혜 위원장의 브레인이라 할 수 있는 친박계 유승민 의원은 "당내 여론은 무시한 채 비대위가 당명을 일방적으로 밀어 붙였다"고 말하며 의원 총회 개최를 강하게 주장했다. 

다른 중진급 의원들 역시, 의사 결정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박 위원장에 대한 항명성 멘트를 여러 차례 날리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가뜩이나 당의 정체성 논란 당시, '보수냐' '중도냐'를 두고 한바탕 설전을 벌였던 터라 그리 대수롭지 않을 듯 보였던 당명 개정이 난맥에 휩싸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새누리당으로 탈바꿈해 대수술에 들어간 여당이지만, 박 위원장의 이른바 '독단적' 리더십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더하고 있다는 당내 목소리는 볼륨을 더하는 분위기다. 대권에 앞서 치러지는 총선에서 단일대오가 아닐 경우, 힘겨운 승부가 예측되는 마당에 지도자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야당의 예봉'보다 치명적일 수 있다. 

대권가도에서 대세론을 구가하며 높은 지지율을 보일때는 '신비롭던' 이미지가 지지율 전선에 문제가 생기자 단번에 '독단적'으로 비춰지는 이유도 곱씹어 볼 대목이다. '독보적' 지위에 틈이 생기자 정적들의 흔들기도 한몫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향후 생존 전략은 누가 뭐라해도 '변화' 다. 그 길목의 중심에는 박근혜 위원장이 있다. 세력의 운명을 쥔 그의 결정은 그래서 더 신중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눈을 크게 뜨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귀를 더 열어 달라는 요구가 최근 '박근혜 리더십'의 주요 논점인 듯 하다.  <월요시사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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