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오늘] 日 중의원 “성폭력 피해여성 거짓말한다” 발언… 사퇴운동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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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오늘] 日 중의원 “성폭력 피해여성 거짓말한다” 발언… 사퇴운동 전개
  • 정인영 기자
  • 승인 2020.10.05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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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역서 시위 열리고 의원직 사퇴 운동엔 13만 명 서명
“여성, 성소수자 등 약자 인권 생각 않는다” 비판 이어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인영 기자]

최근 일본 내에서 여성이나 성소수자 등의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자민당 소속 스기타 미오(杉田水脈) 중의원 의원이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은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5일, 스기타 의원은 당내 회의에서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인 ‘원스톱지원센터’ 증설에 대해 논의하던 와중 이같이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그녀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다음날 블로그 글을 통해 “여성들을 멸시하는 취지의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파장이 커지자 1일 자신의 블로그에 “지적 받은 내용의 발언이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발언 내용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녀가 문제가 된 발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자, 성폭력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주도로 시작된 ‘스기타 의원의 발언 철회와 사퇴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에는 13만 명 이상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저녁 도쿄역 인근에서는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모여 스기타 의원의 발언에 항의하는 ‘플라워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200명 가량의 시위 참가자들은 일제히 모여 꽃을 들고 우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마이크를 통해 스기타 의원을 비판했는데, 그 중 10대 시절 성폭력을 당했다는 한 여성은 “스기타 의원의 발언은 성폭력 경험에 괴로워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에게는 참기 어려운 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스기타 의원의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녀는 올해 1월에는 선택적 부부별성과 관련해 “그럴거면 결혼하지 말라”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선택적 부부별성이란 부부가 같은 성을 쓸지, 다른 성을 쓸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결혼을 하면 아내가 남편의 성을 따라가는 부부동성 제도를 따르고 있는데, 최근 이 제도가 “여성인권을 침해하는 장치”라고 비판하며 폐지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녀는 앞선 2018년 7월에도 성소수자에 대해서도 “아이를 만들지 않는다. 생산성이 없다”며 “그들에게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좋을까”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여성이나 성소수자 등 약자의 인권에 대한 문제가 연일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서점에서는 여성인권과 관련된 서적이 인기를 얻고, 일본항공에서는 성소수자가 배제된다는 이유로 기내방송의 ‘신사 숙녀 여러분’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기도 했다. 이에 스기타 의원을 비롯해 약자에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오던 정치인들의 발언이 더욱 주목되고 있는 듯하다.

담당업무 : 국제뉴스(일본)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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