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노동법 개정 카드 꺼낸 김종인…왜 지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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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노동법 개정 카드 꺼낸 김종인…왜 지금일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10.08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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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4차 산업혁명 가속화…노동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커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코로나19로 노동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진 것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시사오늘
코로나19로 노동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진 것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시사오늘

이번에는 ‘노동법 개정’입니다.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사회적 화두를 던져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번에는 노동법 개정을 테이블에 올렸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새 당사에서 열린 첫 비대위 회의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사회 전 분야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된다”며 “노사관계, 노동법도 함께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집토끼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사실 보수층 내부에서는 기본소득을 정강·정책에 명시하고, 이른바 ‘공정경제 3법’에 찬성하는 등 거침없이 ‘좌클릭’하는 김 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었습니다. 국민의힘의 중요한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 국회의원 가운데 64%가 김 위원장의 좌클릭 행보를 우려하고 있다는 여론조사(매일신문이 9월 24~26일 실시해 27일 공개) 결과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러자 김 위원장도 ‘당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전통적 ‘우파 담론’인 노동법 개정을 테이블 위에 올림으로써 국민의힘이 보수정당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주장입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공정경제 3법으로 골머리를 앓던 원내지도부가 김 위원장이 꺼내든 노동법 개정 카드를 보고 반색했다는 후문을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노동법 개정이 정치적 의도에서 나온 제안은 아니라는 말도 나옵니다. 단순히 보수층을 달래기 위한 카드로 쓰기에는, 노동법 개정이 가져올 충격파가 적지 않은 까닭입니다. 그간 김 위원장이 목표로 해온 ‘중도 확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고요. 그래서 노동법 개정은 김 위원장의 ‘소신’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자신의 저서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에서 “노동 유연성을 한층 강조해 임의로 정리 해고할 수 없는 현행 노동법을 개정, 젊은 세대와 자식 세대를 위해 아버지 세대가 양보해야 한다”고 썼습니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에게 일자리를 주려면 저성과자나 부적합자의 해고를 가능하도록 해 기회를 터줘야 하는데, 경직된 노동법이 이를 막고 있다는 거죠.

하지만 그동안은 이 같은 논의가 활성화되지 못했습니다. 노동법 개정은 ‘뜨거운 감자’였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필요성을 알고 있었지만, 워낙 민감한 문제였던 까닭에 다루기 어려웠습니다. 유권자 절대 다수가 근로자인 나라에서,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들이 ‘지금보다 근로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고치겠다’는 말을 하기는 쉽지 않았으니까요.

그렇다면 왜 지금일까요. 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 쥐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건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지만, 코로나19는 그 양상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6일 국제노동기구(ILO)의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올해 1·2분기 전 세계의 근로시간은 지난해 4분기 대비 각각 5.4%, 14.0% 감소했습니다. 이 시간을 전일제 일자리로 환산하면 각각 1억5500만 개, 4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파트타임 일자리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아집니다.

더 큰 문제는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사라진 일자리가 회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입니다. 고용노동부가 9월 28일 발표한 8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를 보면, 8월 마지막 영업일 기준 국내 숙박·음식업 종사자는 전년 대비 15만100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bbc리서치는 세계 대화형 키오스크 시장이 2015년 492억 달러에서 2021년 83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AI가 빠르게 인간을 대체해가고 있는 겁니다.

비단 서비스업만의 일도 아닙니다. 아마존(Amazon)은 이미 자율주행 차량과 자율주행 드론을 활용한 배송시스템 구축에 들어갔고, 우리나라에서도 ‘자율주행 이동우체국’ 서비스가 시범 운영될 예정입니다. 심지어 ‘키오스크 산업 분석 : 도입 효과와 시장 분석’ 보고서는 키오스크가 점차 금융, 의료, 법률 등의 업무에도 도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노동시장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서, 노동법 개정을 논의할 만한 토대가 마련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로 그 어느 때보다 노동법 개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지자, 김 위원장이 ‘숙원 사업’이었던 노동법 개정 논의에 시동을 걸었다는 겁니다.

심지어 몇몇 진보 측 학자들도 ‘긱 이코노미(Gig Economy·빠른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정규 프리랜서 근로 형태가 확산되는 경제 현상)’ 시대에 대응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노동법에 손을 대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시의적절하게 화두를 던질 줄 안다는 평가를 받는 김 위원장의 이번 승부수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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