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건설을 이끌어온 대우건설…결국 외국계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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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건설을 이끌어온 대우건설…결국 외국계 품으로
  • 차완용 기자
  • 승인 2009.11.30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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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계-미국계 펀드 우선협상 선정에 부실 매각 논란 가열
영욕의 36년史 ‘건설명가’의 파란만장한 주인찾기 10년史
세계 건설산업의 산실인 대우건설이 36년 만에 외국계 품으로 넘어갈 상황에 처했다. 세계 건설시장에서 한국 건설업체의 위상을 드높인 해외건설의 명가(名家), 국내 주거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린 주택개발 선도 건설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순간에 놓인 셈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최근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 컨소시엄을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는 “기업가치 제고, 경영능력, 자금조달 여력, 입찰 가격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며 “두 곳 모두 자금조달 능력이 충분히 검증된 투자자로 판단돼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인수가격으로 주당 2만원 이상을 써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11월 기준) 대우건설의 주당가격이 1만 2000~3000원 인점을 감안하면 금호아시아나로서는 이번 대우건설의 매각이 그룹전체의 위기를 극복할 중요한 카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매각이 성사되면 3조원 안팎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유동성 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우건설의 매각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기대와는 달리 대우건설 노조를 비롯한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대우건설 매각에 대해 득보다는 실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금호건설의 유동성 위기와 함께 찾아온 대우건설의 재매각. 바람 잘 날 없는 대우건설의 매각과 이를 둘러싼 논란 그리고 앞으로의 진행상황은 어떻게 이뤄지게 되는지 살펴봤다.
 

◇대우건설 부실 매각 논란 가열


대우건설 매각에 대한 논란은 우선협상대상자들의 자격 시비에서 비롯됐다. 일각에서 인수후보의 진정성과 자금조달 능력, 실체 유무에 대해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했다.

자베즈파트너스와 미국계 TR아메리카 등 2개 우선협상대상자들은 자금 조달 계획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고 산업은행에 인수 자금의 30~40% 정도를 지원해줄 것도 요청했다는 것이 의혹의 근거이다.

만약 대우건설 매각 가격이 주당 2만 원에서 결정된다면 산업은행의 지원 대출액은 1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또 우선협상대상자인 자베즈파트너스의 경우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GP)로 아직 펀드를 설정하지도 않았고 자베즈파트너스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아부다비투자공사(ADIC)가 이 컨소시엄에 실제 참여하고 있는지도 불투명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금호아시아나 측이 자베즈파트너스를 대리인으로 내세웠다는 소문이 있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결과적으로 대우건설을 오른쪽 주머니에서 왼쪽 주머니로 옮겨놓는 형태가 된다"며 매각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이러한 의혹의 눈초리는 산업은행으로도 쏠리고 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인수 후보에 대해 인수자금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식 선언하자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전날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이해상충 논란 등을 고려해 대우건설의 공동매각주간사 역할 수행을 자진 철회하고 인수금융 지원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지난 6월부터 대우건설의 공동매각 주간사 역할을 수행해왔으나 우선협상대상자들이 선정된 뒤 특정 당사자와 산업은행이 인수금융 제공, 가격·조건 등에 대해 모종의 합의를 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해 매각주간사를 그만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인수금융 제공, 가격 등에 대해 특정 주체와 어떠한 합의도 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대우건설 매각 작업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산업은행이 특정 주체와 인수금융 지원에 합의했고 대우건설을 실질적으로 인수한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2곳 중 인수에 대한 진정성과 능력이 있는 인수자가 최종 선정되면 인수금융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 "아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단계여서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으며 (자금지원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여러 상황에 대비해 (자금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현 단계서는 뭐라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우건설 노조는 "산업은행이 인수자에 금융을 지원하고 매각대금이 금호아시아나 측에 흘러들어가게 하는 구조는 건전한 대우건설이 차입금만 떠안고 또다시 고난의 길을 가게 되는 결과만 낳게 된다"고 주장했다.
 

◇굴곡 많은 대우건설, 어쩌다 또 이렇게…


이렇듯 매각과 관련해 관련 업계를 비롯한 정·제계 인사들의 관심과 걱정을 받고 있는 대우건설은 그동안 명실공이 한국을 대표하는 건설사로 그 기술과 이름을 알려왔다.

하지만 이러한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된지 3년 만이며 2000년 모그룹 해체로 계열사에서 분리, 대우건설로 출범한지 꼭 10년만에 다시 매각을 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대우건설은 1973년 창립 이후 리비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등 세계 42개국을 무대로 한국건설의 위상을 떨쳤다. 월성원전 3·4호기, 시화호 조력발전소, 국내 최초의 해상침매터널 건설 등 국내 건설시장도 선도했다. 최근 10여년간 주택공급실적 1위를 기록하는 등 성장가도를 달렸다.

외환위기로 1999년 대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2000년 3월 워크아웃, 같은 해 12월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며 대우건설의 기구한 운명은 시작됐다.

웬만한 건설사라면 워크아웃 중에 쓰러지거나 인수합병의 먹잇감이 됐겠지만 대우건설은 이를 버텨냈다. 우수한 인재와 풍부한 노하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뒷받침돼 2003년 워크아웃에서 조기졸업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6~2008년에는 3년 연속 시공 능력평가 1위, 총자산 9조원, 매출 6조 5000억원에 이르는 초우량 건설사로 성장하면서 재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우건설은 잘 나갔다. 하지만 기구한 운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에 올인하면서 2006년 금호아시아나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와 대우건설의 궁합은 맞지 않았다. 금호아시아나는 인수자금을 무리하게 끌어들이며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자초했고, 대우건설은 다시 새 주인을 만나야 하는 운명에 놓인 것이다.
 

◇대우건설 매각, 앞으로 진행 절차는?


대우건설의 새 주인을 결정할 우선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동계인 자베즈(Jabez)파트너스와 미국계인 티알아메리카(TR America) 컨소시엄은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매각 절차가 진행된다.

주간사는 우선 우선협상대상자들과 함께 인수예정가격, 대금지급조건 등 기본사항에 대해 협의를 한다. 또 정밀실사를 비롯한 향후 추진일정에 합의한 뒤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이후 주간사는 회사가 제시한 자료를 근거로 정밀실사를 벌인 뒤 우선협상대상자와 가격협상에 돌입하게 된다. 실사는 보통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등 전문기관에 의뢰한다.

실사가 마무리되면 우선협상대상자와 매각조건에 대한 최종 협상을 벌인 후 주당가격, 대금지급조건 등이 포함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게 된다.

계약이 체결되면 주간사, 우선협상대상자 등 매각 주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명식을 한 뒤, 대금납입과 주권양도 절차가 끝나면 매각이 마무리 된다.

단, 대우건설 매각의 경우 이례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복수로 선정됨에 따라, 통상적인 M&A 절차에 우선협상대상자를 단수로 압축하는 과정이 추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우건설을 매각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연내 최종매매계약자를 선정, 매각을 마무리 지어 대우건설 풋백옵션을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대우건설 풋백옵션이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3년 전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동참한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3조5000억 원을 지원 받는 대신, 올 12월 이후 대우건설 주가가 3만2500원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이들이 보유한 주식을 이 가격에 모두 되사주기로 한 계약이다. 12월15일 풋백옵션 행사일이 돌아온다.
 
 
<대우건설 M&A 추진 일지>
 
-1999. 8. 26 ㈜대우 등 대우그룹 12개사 워크아웃 개시
-2000. 1. 29 23개 투신사 보유 대우채권(18조4천억원) 양도.양수 계약 체결
-2000. 12. 27 대우, ㈜대우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 및 잔존회사인 ㈜대우로 분할
-2001. 12. 29 채권단 출자전환 결의
-2003. 12. 30 대우건설 및 대우인터내셔널 워크아웃 졸업 및 출자지분 공동매각 협의회 구성
-2004. 11. 11 매각주간사(시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삼성증권) 선정
-2005. 8.22-11.4 대우건설에 대한 매각자문사 실사
-2005. 12. 9 입찰참가의향서(LOI) 접수
-2005. 12. 16 예비입찰안내서 발송(18개사)
-2006. 1. 20 예비입찰제안서 접수(금호아시아나그룹, 두산그룹 등 10개사)
-2006. 1. 26 최종입찰대상자 선정(금호아시아나그룹, 두산그룹 6개사)
-2006. 2. 13 최종입찰대상자의 대우건설 실사(5.19 종료)
-2006. 6. 9 최종입찰제안서 접수 (5개사)
-2006. 6. 22 공자위, 전체회의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금호아시아나 선정
-2006. 11. 15 금호아시아나, 대우건설 인수 본계약
-2009. 6. 1 금호아시아나-산업은행 재무구조 개선 약정 체결,
-2009. 6. 28 금호아시아나, 대우건설 재매각 발표
-2009. 7. 1 금호아시아나, 대우건설 매각주간사(산업은행, 노무라증권) 선정
-2009. 8. 26 매각주간사, 대우건설 매각 투자안내서 발송(50여개사)
-2009. 9. 22~29 인수의향서(LOI) 접수
-2009. 11.18 본입찰 마감…3곳 입찰 제안서 제출
-2009. 11.23 우선협상대상자에 자베즈파트너스, TR아메리카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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