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형주 ˝국회에 체육분야 출신도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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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형주 ˝국회에 체육분야 출신도 있어야˝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2.02.13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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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년 LA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스포츠 정신은 정정당당한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 84년 LA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하형주 동아대 교수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하형주 선수를 기억하고 있다. 하형주 선수가 1984년 미국 LA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감격은 지구 반대 편 대한민국 텔레비전 브라운관을 통해 생생히 전달됐다. 키가 185cm나 되는 거구가 역시 거구인 서양의 경쟁 선수들을 하나하나 쓰러뜨리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큰 힘을 줬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그가 새로운 도전에 나설 태세다. 정치에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그 때 그 믿음직스럽던 모습을 다시 재연할 수 있을까. 2011년 12월 7일 부산의 한 식당에서 동아대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그와의 인터뷰에서 스포츠인 출신의 순박함과 강인함은 물론 유도의 정교한 기술까지 느껴졌다.

스포츠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하 교수가 즉흥적으로 정치에 눈을 돌린 건 아닌 듯 싶다. 오랜 기간 소리없이 밑거름을 쌓은 것 같다. 교수가 된 것도 그 중 하나다. 하 교수는 "유도는 내게 종교였다. 구원이었다. 매일 매일 유도를 통해 부활했다"고까지 말했다. 그렇게 유도에 모든 것을 바쳐 금메달을 딴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길에 도전했다.

"유도 선수 대부분이 일단 유도가 좋으니까, 가장 잘하는 것이니까 유도를 할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오로지 유도 생각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운동만 하다보니 공부를 전혀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졌을 때 어떻게 할 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새로운 도전 거리를 찾았고 그 게 대학교수였습니다."

하 교수는 선수시절에도 학자로서의 섬세한 관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유도만 잘하면 교수가 되는 것으로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또 다시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들의 훈련방식에 대해 메모를 했었어요.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을 보면서 지도자로서 배워야 할 점과 고칠 점을 유심히 살피고 기록했습니다. 또 경기 도중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지, 지도자가 어떤 행동을 보여줘야 하는지,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싶었습니다. 특히, 정신력이나 의지력이 경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궁금했습니다. 이런 점들이 제가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입니다."

스포츠 심리학은 하 교수에겐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의 선수 생활 경험과 융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다른 분야는 운동을 하지 않아도 교수를 할 수 있지만, 스포츠 심리학만큼은 선수출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극한 상황 속에서 동기부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자신감은 언제 줘야 하는지, 정신력은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 지는 선수 입장이 아니면 제대로 느끼기 어렵잖아요? 저는 올림픽과 같은 큰 대회에 많이 참가하다보니 긴장을 다스리고 극한 상황속에서 직접 한계에 도전해 봤는데 이게 지금 제가 강의 하는데도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처럼 스포츠 심리학 분야에서 정상에 도달한 하 교수는 이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꿈에 대해 털어놨다. 대한민국의 스포츠 외교를 대표하는 IOC 위원이었다.

"2004년도에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 있을 때입니다. 앞으로 10년 쯤 되면 지금 IOC 위원을 하고 계신 김운용, 박용성, 이건희 이 분들이 물러나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북미나 선진국에서는 IOC 위원을 올림픽 출신 선수들이 많이 합니다. 반면 못 사는 나라에서는 기업인과 정치인들이 많이 해요. 우리나라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있으니 제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준비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 현실은 하 교수에게 다소 실망스럽게 비쳤다.

"한 1년 뒤인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 때 정치인 출신 인사가 IOC 위원을 하려고 움직였어요. 이제는 체육인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엄청난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때 '태능 선수촌은 돈이 없어서 선수들이 훈련도 제대로 못하는데 쓸데없는 국제 행사만 많이 한다'는 체육계 불만도 들었던 터라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또,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체육인을 바라보는 정서가 그렇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체육을 천하게 보는게 아닌가 하고요."

이 같은 좌절감이 하 교수로 하여금 정치에 도전하도록 불을 당긴걸까. 그는 마음에 담아둔 체육 정책들에 대해 쏟아냈다. 

"경제가 발전한다고 해서 하루에 밥 다섯 끼를 먹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 지나칠 정도로 경제, 경제합니다. 물론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그 바람에 문화나 체육 등의 발전에 관심을 덜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특히, 체육 관련 법령은 1960년대 그대로입니다. 체육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신체도 정신도 건강한 사회를 만들면 그게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게 아닙니까.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몸집에 비해 체력은 무척 약하고 요즘 뉴스를 보면 정신적으로도 건강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체육 정책을 제대로 세워야 합니다. 당연히 국회에도 체육분야 출신도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사회 각 분야가 고르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국민이 건강한 사회 만들어야 경제 발전에 도움"

-지금 교육 현장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체육 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당연하다고 봅니다. 지금 당장 무엇으로 인성교육을 할 것입니까? 스포츠 정신이 무엇입니까? 기본적으로 정정당당한 것입니다. 또 자기자신을 이겨내는 훈련입니다. 혈기왕성한 청소년들의 에너지를 건전하게 발산시키는데 체육만한 게 있습니까. 체육 교육이 중요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지만 체육이 교육으로서의 역할이 큽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하 교수는 체육이 민간외교 분야에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체육은 민간외교로서 절대적입니다. 미개발된 나라가 제일 먼저 하는게 스포츠입니다. 그 곳에 태능 선수촌 같은 걸 지어주면 상당히 좋아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 나라의 은퇴한 선수들을 보내면 그 곳에서 영웅도 될 것이고 우리나라를 알리게 될 것입니다. 민간외교 차원에서 그 만한 기회가 없을 겁니다."
그는 고령화시대로 접어든 우리나라에 체육 '인프라'가 필수라고도 했다.

"의료보험비가 고령화시대로 넘어가면서 모자란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외국의 경우는 개별적으로 건강을 체크해서 매일 하루 운동량에 식단까지 짜서 제시합니다. 만약 말을 안 들으면 돈을 더 내게 하고, 공무원의 경우는 진급도 안 시킨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체육과 학생들 중에 국민 건강관리에 필요한 자격증을 갖춘 사람들을 쓰면 됩니다. 취업대책일 수도 있습니다. 1조원만 되면 전국에 봉급을 다 깔 수 있습니다. 인구 몇명당 티칭프로 관리자가 있으면 되는 겁니다. 온 국민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이날 하 교수는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하려다 유도로 진로을 바꾼 얘기도 들려줬다.

"중학교 때까지 가졌던 꿈이 육사에 들어가 군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도에 더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부산체고로 옮겨 본격적으로 유도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제 딸이 현재 육사 2학년 생도입니다. 아빠 꿈을 대신해주고 있는 셈이죠."

하 교수는 부산이 배출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도 "부산은 내 안식처고 나를 키워준 곳"이라고 말했다. 19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 교수가 부산에서 출마하는 그림이 쉽게 그려진다. 인터뷰 내내 하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체육을 천하게 생각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가 이런 불만을 여의도 입성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 지 무척 궁금하다.

담당업무 : 산업1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人百己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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