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빅히트’ 못한 빅히트, 왜 보수적으로 못봤나
[기자수첩] ‘빅히트’ 못한 빅히트, 왜 보수적으로 못봤나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0.10.19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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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정우교 기자)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코스피 상장 첫날인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서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의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코스피 상장 첫날인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서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의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되는 리포트에는 종종 '보수적 접근'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매수 시점의 상황을 총체적으로 판단한 후 객관적으로 결정하라는 의미인데, 때에 따라서는 '사지 말라'는 표현도 포함돼 있다.

지난 15일 시장에서는 '보수적 접근'을 했어야 할 종목이 상장됐다. 하반기 IPO '대어' 중 한 곳이라고 불렸던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공모주 열풍과 방탄소년단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화려하게 데뷔했다. 하지만 결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잠시 상한가를 기록하더니, 곧바로 하락하면서 결국 첫날 시초가보다 1만 2000원 떨어진 25만 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튿날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하락폭은 20%를 넘었고, 20만 500원으로 마감하며 간신히 20만 원을 유지했다. 

상장 기업은 어느 정도 조정기간을 거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빅히트의 주가 하락은 너무나 가팔랐다. 기대감은 단지 몇분이었고, 쏟아진 매물에 개인 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손해를 봤다. 상장 전 불거졌던 '고평가' 논란이 실제 지표로 드러난 것이다. 실제 각 커뮤니티 주식 토론방에는 공모주를 환불할 수 없냐는 문의글이 쇄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상을 어떻게 봐야할까. '사람'이 자산인 엔터주였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상대적으로 컸고, 추가적인 수익구조와 기업가치에 대한 의구심은 상장 전에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같은 불안요소는 공모주의 열풍에 가려졌다.

게다가 증권사들은 리포트를 통해 '빅히트'에 대한 후한 평가를 내렸고, 언론은 이를 나르기 바빴다. 본 기자도 똑같았다. IPO시장의 호황과 함께 증권사들은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겠다는 산업에 대한 조망(眺望)이, 투자자들의 투심(投心)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헤아리지 못했다. 현재 증시가 활황장을 지나 조정을 받고 있다는 점도 간과했고, 풍부한 유동성에서 시작된 '열풍'에 대해 한번쯤 의문을 가져봤어야 했다. 

증권사 리포트도 한몫했다. 줄곧 '매수'만 외쳐오던 이들의 목소리는 '빅히트'를 만나 더욱 커졌다. 누구도 '보수적'으로 접근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고 글로벌한 '팬덤'과 플랫폼을 근거로 빅히트에 대한 목표주가를 오히려 높게 잡기 시작했다.

여기에 부정적인 표현을 직접적으로 쓰지 않는 업계의 관행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수익과 연결돼 있다는 점과, 대상 기업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도 이해하지만, 기업의 현재·미래 가치에 대한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했어야 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증권사 리포트의 '투자의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고 하지만, 몇년간 축적돼 온 업계의 관행이 한순간에 해결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앞으로 여러 기업들이 공모주 시장에 등장할 예정이다. 열풍이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상대적으로 정보 습득에 취약한 개인 투자자들에 대한 '구조적인 개선'은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기관·외인들만 시장에 있는게 아니기에, 이들(개인)을 위한 정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동시에, 개인투자자들도 단순히 '팬심'이나 '유행'이 아닌, 기준을 갖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주길 바랄 뿐이다. 증시와 시장의 환경은 늘 변하기 때문이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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