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 속 빈곤’…부산시장 보궐선거 앞둔 국민의힘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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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 속 빈곤’…부산시장 보궐선거 앞둔 국민의힘의 고민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10.19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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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군 풍부하지만 확실한 후보 없어…“후보 키우는 것도 당의 책무” 비판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야권 내 출마 희망자들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시사오늘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야권 내 출마 희망자들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시사오늘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야권 내 출마 희망자들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이미 직·간접적으로 출사표를 던진 후보만 해도 다섯 손가락을 채웠고, 물밑에서 출마를 준비하는 인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경쟁을 두고 ‘풍요 속 빈곤’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양적으로는 풍부하지만, 질적으로는 승부의 추를 기울게 할 만한 ‘확실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다. 심지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금 거론되는 인물 중에는 내가 생각하는 후보는 안 보인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예상 밖 박빙 구도…국민의힘 “인물론으로 승부봐야”


당초 국민의힘은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보궐선거 자체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열리게 된 데다, 선거 시점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로 예정돼 있는 까닭이다. ‘보궐선거 책임론’에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까지 더해진다면, 부산시장은 말 그대로 ‘따 놓은 당상’이라는 게 국민의힘 내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분위기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부산 민심이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해 16일 공개한 자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4%로 32%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보다 8%포인트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10월 12일부터 16일까지 수행해 1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부산·울산·경남 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은 32.7%로 더불어민주당(30.7%)과 오차범위 내 박빙이었다. 정의당, 열린민주당 등 범(汎) 여권 지지율까지 고려하면 결코 국민의힘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국민의힘에서는 ‘인물론’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궐선거 책임론이나 문재인 정부 심판론으로는 선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보니, 부산 시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참신하고 확장성 있으면서도 승리 가능성이 높은 인물을 내세워야 부산시장 자리를 탈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세연 불출마…‘확실한 후보’ 없어


국민의힘의 고민은 바로 이 대목에서 비롯된다. 현재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박민식·유재중·이언주·이진복(가나다 순) 전 의원과 박형준 동아대 교수 등이다. 유력 후보로 점쳐지던 김세연 전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김 위원장이 ‘현역 불가론’을 내세우면서 이들에게 시선이 쏠리게 된 상황이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참신성과 확장성, 승리 가능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만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산 북·강서갑에서 제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민식 전 의원은 제20·21대 총선에서 잇따라 패하며 경쟁력에 물음표가 붙었고, 3선 중진 출신인 유재중 전 의원이나 이진복 전 의원은 풍부한 경험과 조직력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언주 전 의원의 경우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지나치게 선명성이 강해 중도층 표심을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이다. 반대로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지닌 박형준 교수는 확장성에 강점이 있으나, ‘부산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약한 데다 선거를 치를 만한 조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 지역 언론인은 1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전체적인 구도는 국민의힘 쪽이 유리한 게 사실이지만, 민주당 쪽에서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이 차출되면 거기에 맞설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후보군이 좀 약하다”면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승리 확률이) 99% 확실한 카드였던 김세연 전 의원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점보다 장점 봐야…“후보 키우는 것도 당의 책무”


다만 국민의힘이 풍부한 카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병수 의원이나 장제원 의원처럼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현역 불가론’으로 막아놓고,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원외 인사들도 장점을 살려 띄우기보다는 ‘부적격자’로 낙인찍는 행태가 오히려 승리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 말처럼 정말 국민의힘에 서울시장감이 없고 부산시장감이 없나”라고 반문하며 “사람을 키우는 것도 공당과 그 지도자의 책무 중의 하나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같이 노력해서 좋은 인물로 다듬어주는 것이 도리”라고 꼬집었다.

장제원 의원 역시 같은 날 페이스북에 부산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뒤 “당 대표 격인 분이 가는 곳마다 자해적 행동이니 참 걱정”이라며 “격려하고 다녀도 모자랄 판에 낙선운동이나 하고 다녀서 되겠느냐. 당 대표가 이렇게까지 내부 총질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1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중진이지만 대중성이 약하다는 건 거꾸로 말해서 그만큼 조직이 강하다는 뜻이고, 인지도는 높지만 조직이 약하다는 건 반대로 조직만 보강하면 얼마든지 선거에 이길 수 있을 만큼 이름값이 높다는 뜻”이라며 “지금 나온 후보들에게 경쟁력이 약하다고만 하지 말고 경쟁력을 강화시킬 방법을 찾는 게 당이 해야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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