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칼럼> '돈 봉투 사건' 진실 없이는 정치개혁도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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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칼럼> '돈 봉투 사건' 진실 없이는 정치개혁도 후퇴
  • 김동성 자유기고가
  • 승인 2012.02.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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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자금 출처와 ‘윗선’ 개입 의혹에 대해 다각도 조사 벌여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동성 자유기고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행보가 바쁘다. 특히 검찰은 최근까지 정권의 핵심으로 알려져 온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소환해 사건 경위를 따지는 한편, 자금의 출처와 소위 ‘윗선’ 개입 의혹에 대해 다각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사건이 당초 검찰이 예측한 피라미드식 자금 흐름이 아니라는 점과 정치권 특유의 출처 불분명 내지는 애매모호한 책임 소재가 뒤엉키면서 일부 난항도 예고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새누리당은 사건에 대해 전당대회 당시 자금의 유포와 흐름을 인정하면서도 주도자와 공모자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소극적 자세를 보여 온 바 있다. 좋게 표현해 사건이 사법 대상인 만큼, ‘검찰의 조사를 지켜보자’는 것이다.
 
물론, 당장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새누리당으로서는 자칫 민심으로부터 일말의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염려에서 사건의 무게를 간단히 할 수 없다는 것에는 공감이 간다.
 
더욱, 지난 지방선거 참패와 재보선 결과에 따라 재건축에 가깝게 당을 뜯어 고치는 마당에 표심의 향배를 자극하고도 남을 소위 ‘돈 문제’에 엮이는 것은 누가 봐도 자살행위에 가까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새누리당의 자세는 분명 어딘지 어색한 측면이 있다. 굳이 이를 비유하자면, ‘제 집에 난 불을 구경만 하면서 남이 꺼주기를 기다리는 형국’이다.
 
어렵사리 전면에 나서 ‘고군분투’ 국면을 수습하고 있는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임시 지도부의 입장도 모르는 바 아니다. 새누리당이 한나라당 시절, 친이계와 친박계로 나뉘어 치열한 세력 싸움을 벌였고, 이 와중에 친이계가 대권을 잡으며 ‘돈 봉투 사건’의 발단이 됐다는 정치적 배경도 십분 이해한다.
 
당을 정비해 총선 승리에 일조하고 이후 대권으로 가는 것이 현 박근혜 위원장의 의중이라는 것도 어렵지 않게 헤아려진다. 이런 이유로 사건을 조금은 다른 방향에서 볼 필요도 있다.
 
이번 돈 봉투 사건이 친이계가 주류를 이루던 당시 벌어졌고, 이 ‘돈 봉투’로 당선됐던 박희태 전 대표도 도의적 책임을 들어 국회의장직을 내놨다. 사건의 중심에 이때 박 전 의장의 상황실장을 지낸 김효재 전 정무수석이 있다는게 지금까지의 사건 정황이다.
 
친박계와 잔여세력 등 비주류의 도전을 받는 친이계가 무리수를 동원해, 당권을 장악하려 한데서 사단이 벌어진 셈이다. 문제의 난맥도 여기서 발생한다. 친이계와 친박계, 중도적 잔여 세력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고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 ‘한나라당’에서 벌어진 불미스런 사태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난 지도부가 2선으로 후퇴했다고 해서, 과연 ‘돈 봉투 사건’에서 자유로울 것이냐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해 볼 대목이다. 국민이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을 원하고, 그에 대한 화답으로 정치권은 대규모 물갈이 등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노력이 결실을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정권을 잡고도’ 버젓이 돈 봉투가 난무했던 거대 여당의 행태를 뿌리부터, 바꾸지 않는다면 정치개혁의 바램은 요원할 듯하다. 물론 새누리당의 당명 변경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건과 관련해 근본적 치유가 필요하다. 몇몇의 희생양으로 마무리될 성질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무거운 짐을 지고 설거지에 들어간 만큼, 그에 대한 대가를 얻기 위해서라도 새누리당의 현 핵심부는 이번 사건을 ‘전 주류 세력의 잘못인데 뭘 그러느냐?’라는 안일한 자세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티끌이 묻어 손해를 볼 사람은 과거의 세력이 아니다. 그 부담은 현재와 미래 주류를 꿈꾸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월요시사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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