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그리고 검찰개혁
[기자수첩]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그리고 검찰개혁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10.23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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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지휘 따르는 검찰, 중립성·독립성 보장되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지난 2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뉴시스
지난 2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뉴시스

지난 2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검찰총장이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부하(部下)’인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윤 총장은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 부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김 의원은 “장관과 대통령 지휘를 거역하지 않는 총장이 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총장은 법상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공무원’이라고 밝히면서 김 의원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역시 관련 법 규정을 SNS 계정에 올려 윤 총장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기자는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 부하인지 아닌지를 따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검찰총장과 전·현직 법무부 장관이 벌이고 있는 법리 다툼에 끼어들 능력도 없습니다. 다만 상식선에서 생각했을 때, 검찰개혁을 외치는 여당이 ‘검찰총장은 대통령과 장관의 지휘를 따라야 한다’는 주장을 거리낌 없이 펼치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검찰이 중립적이고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정언명령(定言命令)입니다. 검찰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거나 특정 정파(政派)에 종속되는 순간, 우리 사회의 사법적 공정과 정의는 무너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검찰의 견제 세력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한 개혁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2일 여당 인사들이 한 발언에서는 이 같은 문제의식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장관의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습니다. 따로 임기도 정해져 있지 않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경질할 수도 있습니다. 현 제도상, 장관은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는 자리입니다.

그런 장관이 검찰총장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자명합니다. 검찰은 그야말로 ‘정권에 충성하는’ 조직이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자신의 생사여탈권(生死與奪權)을 쥐고 있는 상급자의 비위(非違)를 ‘감히’ 캐내고 수사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누군가의 말처럼, 검찰이 ‘정권의 애완견’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현상이 결코 정의롭지 않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권 인사들은 검찰총장에게 “장관과 대통령 지휘를 거역하지 말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검찰총장이 장관과 대통령 지휘에 따라야 한다면, 대체 장관과 대통령, 나아가 정부여당의 잘못은 누가 수사하라는 것일까요.

앞서 언급했듯이, 기자는 법적으로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부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현행법이 그렇다면, 그것이야말로 ‘개혁 대상’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따르게 돼있는 것 자체가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조항일 테니 말입니다.

검찰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합니다. 검찰 또한 적절한 통제와 감시를 받아야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복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해결할 일이지, ‘대통령과 장관의 말에 복종하라’는 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검찰총장에 대한 대통령과 장관의 지휘야말로 정부여당을 치외법권(治外法權)으로 만들 우려가 있는 까닭입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검찰개혁의 본질은 검찰이 ‘정치의 시녀’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고, 검찰권 오남용의 방지는 그 다음 과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의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으려면, 검찰권 오남용 방지만큼이나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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