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삼성물산, 다시 한번 大합병 시대 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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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삼성물산, 다시 한번 大합병 시대 열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10.28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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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기업가치 축소 의혹 받았던 삼성물산
2020년 이젠 기업가치 높여야 하는 삼성물산
삼성생명법은 상수…중공업·SDS·ENG 거론中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오너일가가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내 지배력을 유지·강화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상속세만 마련한다면 기존에 이건희 회장이 확보한 지배구조를 충분히 이어갈 수 있을 텐데, 증권가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인대요. 그 이유는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때문입니다. 해당 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액 평가방식을 기존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해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0%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 영향을 받는 보험사는 삼성생명, 삼성화재뿐입니다. 특히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51% 중 대부분을 처분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이건희 회장이 자신과 자녀들을 위해 생전에 구축한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라는 지배구조가 깨집니다. 현재 삼성그룹 오너일가는 삼성물산(최대주주 이재용 17.48%, 이부진 5.60%, 이서현 5.60%, 이건희 2.90%)-삼성생명(최대주주 이건희 20.76%, 삼성물산 19.34%)-삼성전자(최대 단일주주 삼성생명 8.51%, 삼성물산 5.01%, 이건희 4.18%, 삼성화재 1.49%)-기타 계열사 순으로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최대 단일주주 지위를 잃게 되면 그 지배력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겁니다. 보험업법 개정안에 '삼성생명법'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입니다. 이를 두고 최근 언론에서는 삼성그룹 오너일가가 지배력을 유지·강화하는 데에 있어 삼성생명법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보도를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삼성생명법은 '변수'일까요? 해당 법안을 발의한 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이용우 의원이고, 민주당은 180석이라는 압도적인 권력을 갖고 있는 집권여당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이든 만들 수 있습니다. 공정경제3법 우선 처리, 이건희 회장 별세에 따른 여론 악화 등으로 다소 일정이 지연될 순 있어도 법안 통과 가능성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꽤 높아 보입니다. 더욱이 오는 2021년 서울시장 등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라도 뭔가 시도하겠죠. 또한 이번엔 통과되지 않더라도 삼성그룹 오너일가는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서든, 리스크 해소 차원이든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빨리 처리하는 게 낫습니다. 아울러 국제보험회계기준 도입이나 보험사 지급여력비율 강화 등 삼성생명의 자체적인 리스크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미 삼성생명법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고 봐야 합리적일 겁니다.

삼성생명법이 상수라면 삼성그룹 오너일가 입장에서는 끊긴 연결고리를 다시 이어야 지배력을 계속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겠죠.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를 '오너일가-삼성전자' 또는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전자'로 개편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전자는 오너일가가 직접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데 삼성전자 지분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주식을 전부 사려면 30조 원 가량의 현금이 필요합니다. 10조 원이 넘는 상속세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 매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겠죠. 결국 남은 건 사실상 삼성그룹 오너일가의 가족회사이자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뿐입니다. 삼성물산이 새로운 지배구조 구축에 있어 핵심 키가 되는 셈입니다.

삼성물산 CI ⓒ삼성물산
삼성물산 CI ⓒ삼성물산

현재 증권가에서 거론되고 있는 유력한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삼성물산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전량 매각하거나 교환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는 시나리오입니다. 현재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은 43.44%, 시장 가치로 환산 시(주가 등락을 고려했을 때) 16조~25조 원 정도인데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전부 매입하긴 다소 모자란 금액이지만 삼성물산은 현금성 자산이 비교적 넉넉한 회사인 만큼, 여기저기서 좀 끌어다 모으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삼성전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네요.

또 다른 시나리오는 삼성전자의 지주사 체제 전환입니다. 삼성전자가 인적분할한 뒤 삼성전자 투자회사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을 인수하고,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투자회사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이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시나리오입니다. 여기서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이 투자회사 3 대 사업회사 7의 비율로 이뤄진다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투자회사 지분을 매입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7조~8조 원으로 예상됩니다. 자금 부담을 상당 부분 덜게 되는 거죠. 최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017년 4월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적으로 포기했지만 향후 5년 후에도 이런 원칙이 유지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삼성생명법에 대한 대응은 보험업법 개정에 대한 대응은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문제는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결정적인 선행 조건이 깔려있다는 겁니다. 바로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죠. 증권가 일각에서 삼성물산이 주도하는 '대합병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대로 상황이 전개될 경우 삼성물산은 반드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공정거래법에서 자회사 주식가치가 총자산의 50%를 넘길 경우 지주사로 강제 전환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은 지주사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자회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20% 이상, 공정경제3법 통과 시에는 30% 이상 확보해야 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전부 팔아도 삼성전자 주식 10%도 못사는 실정에 3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됩니다. 수십조 원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니까요.

그러나 삼성물산의 총자산을 인위적으로 늘린다면 완전히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닙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물산의 자산총계는 약 45조 원입니다. 여기에 과거 합병 또는 분할합병 얘기가 나왔던 삼성중공업(자산총계 약 14조 원)이나 삼성엔지니어링(자산총계 약 5조 원), 삼성SDS(자산총계 약 10조 원) 등의 자산을 더한다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더라도 삼성물산이 확보한 삼성전자의 주식가치가 삼성물산 총자산의 50%를 넘지 않게 됩니다. 상호출자나 신규순환출자 문제가 제기될 여지는 있겠지만 대세에는 큰 지장이 없는 수준입니다.

이중 삼성SDS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오너일가 지분이 많은 회사인 만큼, 향후 이 지분이 상속세 재원 마련에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합병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합병이 이뤄진다면 2016년 삼성그룹이 추진했던 방법대로 삼성SDS의 물류-IT 물적분할, 삼성전자의 IT부문 매입, 삼성물산의 물류부문 합병 순으로 상황 전개 시 삼성물산은 IT부문 매각 대가로 삼성전자로부터 10조 원 이상의 자금을 받는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이 자금은 그대로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데에 쓰이겠죠.

두 번째 시나리오대로 지배구조가 개편돼도 삼성물산의 기업가치 극대화가 필수적입니다. 삼성전자 인적분할 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투자회사 지분을 인수하거나, 아예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투자회사를 합병시킬 경우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최대한 높아야 삼성그룹 오너일가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에도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SDS 등이 삼성물산의 합병 대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합병 외에도 앞으로 당분간은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그룹 차원에서 이뤄질 공산이 클 전망입니다.

참 아이러니합니다. 5년 전인 2015년 국내 건설업계 1위인 삼성물산은 총 1만450가구를 분양했습니다. 이 가운데 1만194가구는 하반기에 몰려있었고, 상반기 분양 건수는 단 1건, 264가구에 그쳤습니다. 그해 상반기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을 무렵이었고, 증권가에서는 삼성물산이 기업가치를 낮추기 위해 일부러 주택분양을 축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삼성물산의 일부 소액주주와 시민단체들은 "삼성물산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췄다"며 최치훈 당시 삼성물산 사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당시 제일모직 사장 등을 주가조작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죠. 그해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 지분 16.40%를 확보했고, 이로써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완성됐습니다.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이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로부터 5년 후인 2020년 10월 삼성물산은 전혀 다른 처지에 놓였습니다. 기업가치 축소 의혹을 받았던 삼성물산은 이제 기업가치를 어떻게든 높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땐 합병이 결과였고, 이제는 수단이 될 겁니다. 5년 전처럼 삼성물산은 다시 한번 합병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까요?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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