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D요양원 폭행 사건…그 안에 숨겨진 법의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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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D요양원 폭행 사건…그 안에 숨겨진 법의 ‘사각지대’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0.11.05 21: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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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낮은 수가와 부족한 요양보호사
요양병원…간병인 학대에 대한 책임 없어
국립요양병원과 간호·간병서비스, 해결책 될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지난 10월 20일, 일산 동구의 D요양원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A씨 제공
지난 10월 20일, 일산 동구의 D요양원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A씨 제공

지난 10월 20일, 일산 동구의 D요양원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A씨(80대·남)가 B씨(70대·남)로부터 5분간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그러나 당시 업체 관계자 그 누구도 제지하지 않아, 요양원의 관리 소홀과 방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A씨와 B씨 모두 치매 환자로, A씨가 사건 당일 자리를 찾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됐다. B씨는 자신의 침대에 걸터앉은 A씨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양쪽 눈에 심한 멍이 들고 코와 이마에 여덟 바늘을 꿰맸으며, 치아가 흔들리는 부상을 입었다.

피해자인 A씨의 가족들은 여러 차례 폭행 사건이 있었음에도, 요양원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작년 9월에도 폭행 사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요양원은 ‘불가항력’이었다며, A씨와 B씨가 직접 해결하라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2019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 갈무리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2019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 갈무리

일산 D요양원에서 발생한 사건은 낯설지 않다. 그간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폭행·학대 사건이 꾸준히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2017년 광주시립요양병원 노인 환자 폭행 의혹, 2019년 대전 A요양병원 간병인 노인 폭행 사건, 2020년 인천 요양병원 노인 폭행 의혹, 군포 요양병원 폭행 의혹 등…. 지역과 관계없이 아픈 노인을 맡긴 시설과 병원에서 매년 학대 신고가 접수된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의 2019년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가정 내’ 학대에 뒤이어, ‘시설과 병원’ 학대가 총 662건(12.6%)을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D요양원 사건처럼, 전체 학대 사례 중 치매의심(10.5%)과 치매진단(15.8%) 노인 학대 건수가 1381건(26.3%)에 달한다.

 

요양원…낮은 수가와 부족한 요양보호사


요양원의 근본적인 문제는 ‘수가’와  ‘요양보호사 부족’이다.ⓒA씨 제공한 요양원 사진
요양원의 근본적인 문제는 ‘수가’와 ‘요양보호사 부족’이다.ⓒA씨 제공한 요양원 사진

요양원은 노인복지법(노인장기요양보험)을 적용받는 시설로,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는다. 요양원 내에서 막지 못했던 폭행·학대에는 ‘수가’의 문제가 숨겨져 있다.

윤현준 경기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 과장은 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요양시설의 근본적인 문제는 적정수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취임 후 의료계가 2017년부터 꾸준히 제기해온 문제다.

‘장기요양시설의 현실을 기억해 달라’는 국민청원에서도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노인복지의 획을 긋는 대단한 제도의 변화였다”고 인정하면서도, “현실은 저수가 정책으로 인해 소규모 요양시설들은 고사 직전에 있고, 무리한 법 적용으로 더 이상 사업을 수행할 수 없을 만큼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청원했다. 청원자 역시 ‘적정수가의 문제’를 지적하며 “소비물가지수 상승분이 수가에 반영되지 못해 소규모 시설 운영자들은 장기요양사업의 지속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요양보호사 부족 역시 문제다. 윤 노인복지전문기관 과장은 “요양보호사 대비 어르신 수가 많다보니, 한 요양보호사가 어른들을 계속 지켜보며 관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며 “돌아다니면서 케어하다 보니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린이집에서도 선생님이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6~7세 아동이 싸울 수 있지 않겠냐”며 “그런데 이를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만연한 폭행 사건 혹은 관리 소홀·방임 문제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노인복지시설은 일정한 수의 요양보호사를 둬야 하며, 현재는 노인 2.5인당 요양보호사 1명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요양보호사 1명이 2.5명의 노인을 관리하지 않는다. 보통 3교대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보호사 1명이 7.5명을 돌보는 셈이다. 특히 늦은 밤일 경우 1명에게 배정된 노인의 수는 더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요양병원…간병인 학대에 대한 책임 없어


한편 요양병원은 의료법(국민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의료기관이다. 따라서 의료인의 치료와 함께 간병인의 돌봄이 함께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요양원보다도 요양병원을 ‘법의 사각지대’로 봤다.

요양원의 경우 입소자 내 폭행 사건이나 요양보호사의 노인 학대가 발생할 경우, 요양원에게 책임이 있다. 요양원은 입소자에게 돈을 지불받고, 요양보호사를 직접 고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만약 학대로 판명 날 경우, 해당 요양원은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물론 D요양원 사건에서 보여줬듯, 이 역시 맹점은 존재한다. 시설 관리자가 노인 학대를 신고할 경우, 직원뿐만 아니라 시설 역시 영업정지를 당하기 때문이다. 청원자는 “신고 의무자임에도 시설 운영자들은 신고하지 못하거나 주저한다”며 “일반적인 시설의 경우 영업정지 단 1개월만으로도 파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요양병원의 경우 노인 돌봄의 주체는 요양보호사가 아닌 보호자다. 이때 보호자가 모든 돌봄을 감당하지 못해 보통 간병인을 쓰게 된다. 그러나 간병인은 요양병원과는 상관없이, 보호자와의 개별 계약으로 체결된다. 이때 요양병원은 보호자가 청구한 돈을 전달하는 곳에 불과하다.

윤 과장은 “만약 간병인이 어르신을 때리고 도망갔을 경우, 이를 요양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따라서 간병인이 어르신을 학대해도, 요양병원은 간병인과는 별개의 주체로 행정처분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립요양병원과 간호·간병서비스, 해결책 될까?


나의 부모가, 혹은 언젠가 내가 갈 수도 있는 요양원·요양병원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뉴시스
나의 부모가, 혹은 언젠가 내가 갈 수도 있는 요양원·요양병원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뉴시스

나이가 들면 자연히 몸이 아프기 마련이다. 보호자는 이를 효(孝)를 이유만으로 모든 돌봄을 감당할 수 없다. 이에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 시설의 도움을 빌리게 된다. 나의 부모가, 혹은 언젠가 내가 갈 수도 있는 요양원·요양병원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지난 제20대 국회에서 ‘공립요양병원’ 설립에 대한 법률이 제출됐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 등이 제안한 이 법안은 문 정부의 ‘치매 국가책임제’에 발맞춰, 국가 주도의 치매전문병원을 설립할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앞서 도립·국립 요양병원 역시 폭행·학대 사건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기 어렵다.

또한 국립병원이 만들어지더라도 간병인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윤 과장은 “간병인들은 대부분 조선족”이라며 “우리나라 사람 중에는 한 달에 한 번만 쉬면서 24시간 병실에 상주하며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포괄간호서비스)’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범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간호 인력이 간호와 함께 간병도 하는 것으로, 대안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 제도마저도 도입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윤 과장은 “좋은 제도지만 민간 차원에서 도입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이유로 “제도 개선에는 인건비가 많이 들고, 책임성도 더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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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리 2020-11-06 11:20:35
너무 안타깝네요ㅠㅠ 보호시설에서 저런 일이 일어나다니.. 다친 할아버지 잘 나으시기 바랍니다.
법의 재정이 꼭 이루어지기 바래요.

이경자 2020-11-05 22:25:01
요양병원의 실태에 대하여 잘 읽었습니다.
포괄간호서비스 제도가 하루빨리 도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