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조지 워싱턴의 아름다운 퇴임과 트럼프의 대선 불복
[역사로 보는 정치] 조지 워싱턴의 아름다운 퇴임과 트럼프의 대선 불복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0.11.08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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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때 떠나지 않는 자에게는 비참한 최후만이 기다릴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미국 핵항모 조지 워싱턴 호(좌)와 대선 불복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 우)떠날 때 떠나지 않는 자에게는 비참한 최후만이 기다릴 것이다. 사진제공=뉴시스
미국 핵항모 조지 워싱턴 호(좌)와 대선 불복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 우)떠날 때 떠나지 않는 자에게는 비참한 최후만이 기다릴 것이다. 사진제공=뉴시스

“그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노력가였으며 매사에 있어 신중을 기하였다. 책임을 지게 되는 중요한 서류는 특히 주의하여 읽고 결재하기 전에 깊이 숙고했다.”

이는 프랑스의 역사학자 앙드레 모로아가 <미국사>에서 미국의 국부로 추앙받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에 대해 평가한 글이다.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은 미국인들부터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위대한 정치인이다. 그는 미국이 영국 식민지일 때 영국군 정규군에 입대해 프랜치-인디언 전쟁에 참여했다. 요즘으로 치면 친영파로 비난받아 마땅했을지도 모른다.

친영파 워싱턴은 미국 독립전쟁이 터지자 식민지군 사령관이 돼 세계 최강 영국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둬 미국의 독립을 성취한 국민적 영웅이다. 미국인을 비롯한 전 세계인들은 누구나 워싱턴이 초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뜻밖의 일이 발생했다. 워싱턴은 독립전쟁이 끝나자 곧바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미국인은 워싱턴을 원했다. 그는 1789년 미국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영광은 잠시, 신생 독립국 미국은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일단 분열의 정치가 난무했다. 미국은 연방주의와 反연방주의가 맞붙어 투쟁과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 버렸다. 연방주의는 강력한 중앙정부를 원했고, 反연방주의는 개별 주의 독립과 자주를 지키고 싶었다.

워싱턴은 타협과 조정의 달인이었다. 그는 특정 세력을 지지하지 않고 정부에 각 세력의 인물들을 고르게 등용했다. 편 가르기가 아닌 탕평 정치의 묘미를 발휘한 것이다. 미국은 덕분에 건국 초기 대혼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워싱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퇴장으로 인정받는다. 다수의 미국인들이 워싱턴이 3선을 넘어 종신 대통령으로 남기를 원했으나, 그는 장기 집권의 폐단을 우려해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 고별사를 남기고 미련 없이 대권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는 국민에게는 ‘당파 감정의 비참한 결과에 대하여 엄정한 태도를 가질 것’을 당부했다. 정파 간 극한 대결의 감시자로서 국민이 가져야 할 자세를 경고한 것이다. 또한 외교 분야에 대해선 ‘특정국에 대하여 습관적인 증오와 호의를 갖는 것은 노예근성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은 대통령 임기를 2회로 제한한다는 멋진 정치문화를 남겼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미국 대통령들은 소중한 약속을 지켰다. 떠날 때 떠날 줄 아는 정치문화는 워싱턴의 최대 업적이다.

아직 당선인 확정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미국 제46대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당선이 확실시됐다. 반면 낙선인 트럼프 현 대통령이 대선 결과를 불복해 소송과 재검표를 남발하며 장기전을 불사할 태세다. 현직 대통령으로 국민 대통합에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는 패자로서 추한 몰락을 역사에 남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4년 동안 미국 경제를 회복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국수주의에 빠져 주요 동맹국과의 잦은 마찰과 자신의 참모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든 편협한 오만과 증오의 정치를 펼쳤다는 혹평도 받고 있다. 또한 숱한 스캔들과 의혹을 남겨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았다.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서, 민주주의의 롤모델로서 존중받는 이유는 조지 워싱턴의 아름다운 퇴장 정치문화가 살아 있었던 덕분이었다. 트럼프가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의 뜻을 제대로 받들어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면 불복 역사의 죄인이라는 오명은 얻지 않을 것 같다. 떠날 때 떠나지 않는 자에게는 비참한 최후만이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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