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국민의힘, ‘인물난 프레임’에 빠졌다”
[취재일기] “국민의힘, ‘인물난 프레임’에 빠졌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11.09 2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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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후보, 여권 후보군에 안 밀려…문제는 포장 능력 부족”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야권에서는 끊임없이 인물난 이야기가 흘러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이것이 프레임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시사오늘
야권에서는 끊임없이 인물난 이야기가 흘러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이것이 프레임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시사오늘

인물난(人物難).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야권에서 끊임없이 들리는 단어입니다. 차기 대선이 1년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대권 후보로 내세울 만한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죽하면 아직 정계에 입문조차 하지 않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에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이 인물난이라는 평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정말 인물이 없다기보다, 인물난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야권이 스스로 대권후보급 정치인들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주 <시사오늘>과 만난 야권 관계자의 말도 이런 맥락이었습니다.

“야권이 인물난이라고 하는데, 기자님은 그 말이 맞다고 보세요? 지금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 2위 하는 분들이 이재명 경기도지사하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잖아요. 만약에 이분들이 야권 후보였으면 어땠을 거 같으세요? 이 지사는 이미 예전에 끝났을 걸요. 그동안 사생활 때문에 말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아마 이 지사가 보수였으면, 유시민 씨, 김어준 씨 이런 분들이 물어뜯어서 너덜너덜해졌을 거예요. 근데 저쪽은 어찌됐건 지켜주고 키워주잖아요. 나중에 날릴 때 날리더라도 지금은 카드를 많이 준비해놔야 된다는 걸 아는 거예요.

이 대표는 애초에 대권주자급이 아니었잖아요. 그분이 총리 되기 전에 국회의원을 네 번 하고 도지사도 한 번 했는데, 한 번도 대권주자로 언급된 적이 없었어요. 4선을 하면서 딱히 눈에 띄지도 않았고, 도지사 할 때도 성과가 엄청나다거나 한 게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유력 대권후보가 됐잖아요. 이게 다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로 임명을 하면서 띄워준 거예요. 강력한 대권주자가 여럿 나오고, 거기서 이기면 확 뜬다는 걸 아니까 카드를 여러 장 만드는 거죠.”

실제로 이 대표는 2017년 제19대 대선 직전까지도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된 적이 없었습니다. 이 대표가 대권주자급으로 올라선 것은 총리 임명 이후로, 안정적이고 꼼꼼한 일처리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보여준 대처가 호평을 받으면서였습니다. 여기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낙마하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정치적 위기를 맞으면서 이 대표의 몸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야권은 안 그래요. 굉장히 수세적이에요. 프레임을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라, 프레임 속에서 발버둥을 쳐요. 괜찮은 인물이라도 조금만 흠이 있으면 알아서 제외시켜버리잖아요. 유승민 전 대표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찬성했다고 대권후보가 안 된다고 하는데,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건 윤 총장 지지율만 봐도 아는 거 아닙니까. 윤 총장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구속시키는 데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사람인데 지지율이 높잖아요. 보수의 구원자처럼 포장을 해서 띄우니까 지지율이 확 오르는 거예요. 어떻게 포장해서 어떻게 띄우느냐에 달린 거예요.”

윤 총장은 2016년 ‘박근혜·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으로 임명돼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을 이끌었고, 서울 중앙지검장에 오른 2018년에는 ‘적폐 수사’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며 일약 보수의 차기 대권주자로 떠올랐습니다.

“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뭘 잘못했습니까. 무상급식 투표로 서울시장 자리 내던진 거? 반대로 생각하면, 약속 지키겠다고 서울시장 자리를 내놓는 건 대단한 일 아니에요? 모르긴 몰라도 오 전 시장이 저쪽이었으면, 약속을 지킨 정치인이니 소신 있는 정치인이니 하면서 띄웠을 걸요? 오 전 시장은 약속 지키겠다고 자리 내놨는데 보수 망친 원흉이 되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불미스러운 일로 세상을 떠났는데 시민장까지 치러줬어요.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아예 걸고넘어질 것도 없잖아요. 근데 원 지사는 지지율이 낮아서 안 된다고 하고. 이게 뭐냐는 거예요. 인물이 없다는 건 프레임이에요. 새 인물이 없다느니 뭐니 하는데, 이낙연 대표는 새 인물인가요. 예전의 이 대표나 지금의 이 대표나 똑같은 사람인데, 민주당은 포장을 잘 하고 국민의힘은 그걸 못하는 그 차이예요. 우리가 프레임을 깨고 인물을 만들어야지, 거기 걸려서 자꾸 외부에서 사람 찾으면 민주당은 좋아할 거예요. 정치 경험도 없는 사람 데려와서 대권후보라고 내밀면 저쪽은 땡큐지. 새 사람 찾을 생각 말고, 있는 사람 띄울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미 인물은 충분해요. 인물이 없다는 건 그냥 프레임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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