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경제] 고려 광종의 과거제와 정몽구의 글로벌 경영
[역사로 보는 경제] 고려 광종의 과거제와 정몽구의 글로벌 경영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0.11.15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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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종과 정몽구 두 역사의 거인, 능력과 품질로 통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광종과 정몽구 두 역사의 거인은 능력과 품질로 통한다 사진제공=뉴시스
개성 광종릉(사진 좌) 정몽구 현대차그룹 전 회장(사진 우) 광종과 정몽구 두 역사의 거인은 능력과 품질로 통한다 사진제공=뉴시스

고려 광종은 태조 사후 호족들의 발호로 혼란에 빠진 나라를 바로 세워 475년 왕업의 토대를 쌓은 위대한 군주다.

광종은 태조 왕건의 넷째 아들이자, 선대왕 정종의 친동생이다. 당시 고려는 태조가 죽자 주로 외척인 호족들의 잦은 정변으로 대혼란기에 빠졌다. 혜종도 정종도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떴다.

광종은 강력한 왕권을 추구했다. 호족들을 제거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 물론 고려를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기 위한 큰 그림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정책이 노비안검법과 과거제다.

당시 호족은 삼한 통일 과정에서 공을 세운 창업 공신이다. 호족은 각자 막강한 사병을 보유하고 있었다. 사병 중에는 원래는 노비가 아니었으나 전쟁 포로나 채무로 인해 강제로 노비가 된 자들이 많았다. 노비는 평상시에는 호족들의 논을 경작하는 경제적 기반이고, 유사시에는 병사가 되는 군사적 기반이다.

광종은 이들을 해방시켰다. 이는 호족의 경제적·군사적 기반을 동시에 제거할 수 있는 묘수였다. 노비가 양민이 되면 국가 재정이 확충되고, 호족의 사병이 감축됨으로써 왕권을 위협하는 세력의 약화를 도모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절묘한 한 수였다.

또한 새로운 인재 그룹이 필요했다. 고려라는 신상품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시대 정신에 뒤처진 舊 신라의 6두품과 호족은 불필요했다. 새 나라에는 새로운 인물이 필요했다. 마침 중국 후주에서 고려로 귀화한 쌍기(雙冀)가 과거제를 건의했다.

과거제는 중국 수·당을 거쳐 정비된 획기적인 관료 선발제도였다. 호족은 신분제를 악용한 음서제를 선호했다. 음서제는 5품 이상의 관리의 자제를 무시험으로 등용할 수 있는 정치적 특권이었다. 이를 견제할 새로운 제도가 필요했다. 광종은 음서제도 인정하면서도 유교가 시험과목인 문과를 전격 시행했다. 또한 기술직을 뽑는 잡과와 승려를 위한 승과도 실시했다. 이는 고려가 숭불정책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광종은 신분이라는 간판보다 능력이라는 품질을 중시한 시대를 초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광종의 과거제 시행은 고려가 신분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나라로 진일보했다는 대표적인 업적이다.

아울러 백관의 복제(服制)를 제정해 관료의 서열을 체계적으로 정비했다. 태조가 창업의 공이 있어도 광종이 국가의 기틀을 만든 공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훗날 성종이 체제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도 광종의 개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광종의 개혁이 없었다면 고려는 신분제에 집착한 적폐의 나라로 단명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 그룹의 수장이 바뀌었다. 정몽구 전 회장이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에게 대권을 넘겨줬다.

정몽구 전 회장은 변방에 머물던 현대차그룹을 글로벌기업으로 성장시킨 세계적인 경영인이다. 현대·기아차를 단기간에 세계 5위 자동차 업체로 이끈 리더십과 경영철학은 선대 정주영 회장도 성취하지 못한 업적으로 인정받는다.

정몽구 전 회장의 리더십과 경영철학에 주목한 美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이 MBA 필수 강의주제로 채택할 정도로 인정받는 글로벌 경영인의 롤모델이 아닐 수 없다. 또한 2012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정몽구 회장을 ‘세계 100대 최고 경영자’에 선정했다.

정 전 회장은 ‘품질경영’ ‘현장 경영’의 상징어다, 그는 세계에서 제일 까다로운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10년 10만 마일’ 보증 실시라는 품질로 승부를 걸었고,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 특히 ‘쇳물에서 자동차까지’의 수직계열화 완비는 세계 최초로 친환경 자원순환형 사업구조라는 신경영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당진에서 만들어진 쇳물이 전국에 널리 퍼진 현대기아차 공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가 된다.

고려 광종은 신분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과거제 실시로 고려를 진일보시켰고, 정몽구 전 회장은 품질경영의 혁신 리더십으로 글로벌 경영인의 롤모델이 됐다. 광종과 정몽구 두 역사의 거인은 능력과 품질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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