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박진영 기자]

산업은행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아시아나 항공 매각 행보와 관련, 논란이 심상치 않다. 정치권에서 이번 매각에 대한 비판 의견이 선명하게 나오면서다.

산업은행은 16일 한진칼에 8000억 원을 투자하고, CG 한진칼이 2조 5000억 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아시아나 주식을 사들이는 통합추진안을 발표했다. 

이는 이동걸 회장의 ‘플랜B'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에 아시아나를 매각하려던 계획이 무산될 당시 이미 돌던 소문이다. 이 회장에게 이미 '플랜B'가 서 있으며, 연임을 통해 안정적인 진행을 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 이 회장의 연임은 이례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뜻밖의 곳에서 복병을 직면했다.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쪽이다. 이용우 의원을 비롯해 7인의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17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통합추진에 이의 있다"라는 제목의 회견문을 냈다. 이에 이 회장의 청사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회견문의 골자는 크게 세 가지 질문으로 요약됐다. △왜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는가 △한진칼 사외이사는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가 △부실기업의 대주주는 무슨 책임을 지고있는가 이다.

이를 풀이하면 산업은행이 경영권 분쟁에 관여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고, 사외이사의 중재 의혹에 대한 답변이 필요하며, 굳이 부실기업에 자금을 넣어 대주주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이유도 모호한데다 공정거래법상 독점을 유발하는 거래가 아니냐는 의문이다.

이용우 의원은 같은 날 "국민 혈세가 국가전략산업의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닌 대한항공 총수 일가와 아시아나항공에 책임있는 대주주 및 채권단을 위해 사용되고 더 나아가 향후 항공산업의 독점에 이용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면밀한 기업결합심사가 필요하며 독점으로 야기될 소비자 후생의 감소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 마련 역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1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번 통합이 왜 이뤄지는지, 그 목적을 상기해봐야 한다"면서 "(정치권의) 우려에 대해 한진칼 측은 경영정상화 의지를 보였고, 우리(산업은행)는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등을 통해 충분한 감시와 견제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정계의 한 핵심관계자는 같은 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동걸 회장의 연임 명분 중 하나가 아시아나 항공 매각의 안정적 마무리였다고 알고 있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이렇게 정치권에서 졸속통합 우려가 나온다는 사실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칫 일이 어렵게 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17일) "산은은 손해가 나면 정부가 자동으로 메워주는 곳이니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작업을 우회 비판했다.

한편 이동걸 회장은 두 달여 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전기만화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에서 ‘민주당 20년 집권’ 건배사로 물의를 빚었다. 국책은행 수장인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에 이날 한 정치권 인사는 "구설에 오를 정도로 무리하게 여당에 잘 보이려는 모습을 보였던 사람이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서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정치적 고아 신세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