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인터뷰] 김종철 “민주당은 성비위 의혹 정당…후보단일화, 있을 수 없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풀인터뷰] 김종철 “민주당은 성비위 의혹 정당…후보단일화, 있을 수 없다”
  • 진행 윤진석 기자/정리 조서영 기자
  • 승인 2020.11.21 17: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
“노동자·서민이 잘 살 수 있는 세상 꿈꿨다”
“역대 진보 대통령 중 1위는 DJ…文은 2위”
“노회찬은 고독한 천재…낭만을 알던 사람”
“긴 호흡으로 진보정당 발전시키고 키울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진행 윤진석 기자/정리 조서영 기자]

진보정당과 20여 년을 우직하게 함께한 김종철 대표를 1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만났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진보정당과 20여 년을 우직하게 함께한 김종철 대표를 1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만났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취임한지 한 달 된 김종철 정의당 대표를 만났다. 당 대표 당선은 그의 이력에 기록된 첫 승리였다. 이번 총선에서도 동지였던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서울에서 득표율 1위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비례대표 16번을 받아 낙선했다. 전당대회에서나마 이겼으니 ‘운이 들어오는 것 같으냐’ 물었다. 

“계속될지 모르겠다.” 미소를 지을 뿐이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진보정당의 치어리더’라고 소개했다. 

“당이 지고 있을 때, 침울한 분위기로 있을 수 없다며 분위기를 띄우는 스타일이에요. ‘아재 개그’는 그것의 일환이죠.(그는 아재 개그를 잘하기로 유명하다.) 처음엔 뜨뜻미지근했던 사람들도 나중엔 일어나 호응해줘요. 지고 있으니까 이기는 것밖에 안 남았다면서요(웃음).”

조직에 활력을 주는 존재인 듯.

“근데 그러고 나면 지쳐요. 남들 가만히 있을 때 에너지를 쏟으니까.”

눈은 웃고 있지만 쓸쓸함이 느껴졌다. 

1999년 건설국민승리21 권영길 대표의 비서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진보와 줄곧 함께였다. 진보정당이 몇 차례 분당하고, 동료들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수차례 봤다. 그 사이 민주노동당은 정의당이 됐고, 그는 7번의 선거에서 전패했다. 왜 쉬운 길을 두고, “고난뿐이었다”는 진보정당을 택했을까.

“회사를 4년간 다닐 때가 있었어요. ‘이러다 과로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회에서 잘 살려면 그렇게 살아야 했어요. 하지만 과로사할 만큼 일해 돈을 많이 버는 게 행복할까 싶었어요. 모두가 그만큼 일하면 사회가 좋아질까, 고민했어요. 아주 잘 살지는 못해도, 괜찮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더 보람차다고 결론 내렸죠.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삶은 결국 저를 위한 것이기도 했고요.”

괜찮은 사회, 그 길로 그는 가고 있을까. 진보정당과 20여 년을 우직하게 함께한 김종철 대표를 1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만났다. 어떤 질문에도 그는 거침없이 답했다. 

 

1. 재보선과 대선
“박주민보다 내가 훨씬 선명하다”


김종철 대표는 박주민 의원을 “민주당 내부에서는 개혁적일지 몰라도, 내가 볼 땐 과감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 대표는 박주민 의원을 “민주당 내부에서는 개혁적일지 몰라도, 내가 볼 땐 과감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서울시장 불출마 입장, 달라질 여지는 있나. 

“안 나가겠다고 최종 결정한 건 아니다.”

- 고민되는 건 다음 세대를 위해서?

“현재 정의당 구조를 보면 노회찬·심상정·이정미 세대 다음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있다. 그 가운데인 30대 중반부터 50대 초반은 비어있다. 중간 세대가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종철 대표도 올해 51세, 중간 세대다. 그가 서울시장 후보로 언급한 인물 역시 모두 중간 세대다. △권수정 서울시의원(1973년생) △정재민 서울특별시당 위원장(1980년생) △이동영 전 관악구의원(1971년생). 3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 내년 재보선을 구상하며 중간 세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 출마할 수도 있다는 의미인가.

“다른 후보들이 안 나설 경우, 나갈 수도 있다. 내가 최후의 방어선을 칠거다. 정의당에서 후보를 안 내는 일은 없다.”

- 민주당으로부터 후보 단일화 압박이 온다면.

“민주당은 명분이 없다. 성비위를 저지른 정당이 후보를 내 모든 야당이 비판을 했다. 그런 정당과는 단일화할 수도, 단일화 생각도 없다.”

- 민주당에서는 어떤 후보가 될 것 같나.

“박영선·박주민·우상호·추미애, 4명이 후보군이라고 들었다.”

- 박주민 의원도 주목된다. 어떻게 보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개혁적일지 몰라도, 내가 볼 땐 과감하지 못하다.”

- 박주민 의원과 본인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맞붙는다면.

“내가 훨씬 선명하다.”

김종철 대표는 박용진‧박주민 의원과 함께 범 진보 내 ‘97세대 트로이카’로 불린다. 

화제를 돌렸다. 

- 대선 출마 생각 있나.

“대선 후보군으로 활약할 생각은 있다. 당대표 임기 중 차기 대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만약 출마한다면, 심상정·이정미·김종철 셋이서 당내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 그때도 독자 노선? 

“물론이다.”

앞서 김종철 대표는 대화 중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서는 선명성 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보인 듯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도면 연대할 수 있나.

“우리는 우리의 내용으로 정치할 거다.”

 

2. 진보 정치인 평가
“文, 역대 진보 대통령 중 2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는 큼지막하게 쓰인 의제가 정의당이 향하는 곳을 말해주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는 큼지막하게 쓰인 의제가 정의당이 향하는 곳을 말해주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역대 진보 대통령 중 문재인 대통령은 몇 위인가.

“어정쩡한 2위다. 임기 초반에는 확실한 2위였다. 더 잘했으면 1위로 갈 수 있었지만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3위에 가깝다. 합쳐서 어정쩡한 2위다.”

- 어떤 모습이 아쉽나.

“현안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는 게 없다. 의석수가 많은데도 비껴가려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는 단호함이 없고, 차별금지법도 종교계의 눈치를 보고 있다.”

순간 김종철 대표가 앉은 자리 너머의 뒷걸개(백드롭)가 눈에 들어온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는 큼지막하게 쓰인 의제가 정의당이 향하는 곳을 말해주고 있다. 김 대표는 대규모 참사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묻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그럼 1위는.

“DJ(김대중)다. 나는 지도자를 평가할 때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본다. DJ는 대부분 뚝심 있게 해냈다.”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덧붙였다.

“YS(김영삼)는 ‘내 생에 다시는 군사 쿠데타가 없다’며 하나회를 청산했다. DJ는 평생을 빨갱이로 몰리면서도 남북 화해를 위해 정상회담을 열었다. MB(이명박)는 ‘건설 잘한다’ 해서 4대강을 개발했다. 그 기준에서 본다면, 박근혜는 대통령 돼서 하고 싶은 게 없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한을 푸는 것 말고는 자신만의 것이 없다. 그래서 최순실·김기춘의 나라가 됐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떻게 평가하나.

“원래 노 대통령이 가장 진보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집권 시기는 많이 실망스러웠다. 임기 중 태도는 진보적이라 보기 어렵다.”

빛과 그림자로 치면 진보정당사의 한 축인 故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도 떠올랐다. 비극으로 끝나 진보 진영 내 아픔으로 남은 두 사람이다. 김종철 대표는 노회찬 대표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다. 

- 평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나. 

“고독한 천재였다. 활발한 ‘샤이 가이’랄까. 내면은 굉장히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부인인 김지선 선배도 남편이 하도 말을 안 해서 싸우기도 했다더라. 사석에서는 절대 정치 얘기를 하지 않았다. 대신 식도락, 먹는 얘기뿐이었다. 이 생선은 어디서 잡히고, 다른 지역에서는 어떻게 부르고, 도마다 얼마나 요리 방법이 다른지…. 낭만을 알고 시대를 즐기던 분이었다.”

 

3. 진보정당 청사진
“지금 진보정당은 30% 와있다”


대화는 정의당의 갈 길로 넘어왔다. “민주당의 2중대가 되지 않겠다.”
김종철 대표가 취임 전후 강조해온 말이다. 4‧15 총선에서 정의당이 위기를 맞은 건 기본에 충실하지 않아서라고 지적한 그다. 민주당과 정책 경쟁을 통해 진보당으로서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취지였다. 구상하는 구체적 청사진은 무엇일까. 

김종철 대표는 “여당보다 선명한 진보, 과감한 진보 노선을 가져갈 것”이라 강조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 대표는 “여당보다 선명한 진보, 과감한 진보 노선을 가져갈 것”이라 강조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본인이 당대표로서 갖는 의미는.

“당에서 성장한 유일한 대표다. 전 대표들은 당에서 크기 전에 이미 다른 일을 해왔다. 권영길 대표는 민주노총 위원장이었고, 심상정 대표도 금속노조 사무처장이었다. 반면 나는 민노당(민주노동당) 때부터 정당에서 자란 원외 대표였다. 또 가장 젊은 당 대표다. 70년대 생이라는 신호탄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 목표가 무엇인가.

“임기 중반까지 두 자릿수 지지율 달성이다.”

- 왜 두 자릿수인가.

“세 자릿수 지지율은 불가능하니까(웃음). 두 자릿수 지지율이 되면, 이 당을 지지해서 뭔가 기대할 수 있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하지만 한 자릿수일 때는 지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이를 위해 여당보다 선명한 진보, 과감한 진보 노선을 가져가려 한다.”

- 구체적인 정책 구상이 있다면.

“심상정 대표가 제안한 청년기초자산제를 생애주기별 기본자산제로 발전시키려 한다. 20세 때 3천만 원을 받아 한 번에 다 써버리면, 남은 기간 동안 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생애주기마다 자산을 형성하지 못할 때 이를 메우는 거다. 삶의 고비들을 잘 넘어갈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또 자영업자까지 포함한 전 국민 고용·소득보험을 만들고 싶다. 장기 과제로는 연금개혁, 노동개혁을 통해 정의당이 시대를 선도하고 싶다.”

- 유능한 진보란 무엇인가.

“허황되지 않은 정책을 내는 진보다. 표를 얻는 쉬운 방법은 부자들에게만 조세를 걷는 거다. 하지만 그건 유능한 게 아니라 포퓰리즘이다. 저소득층도 형편에 맞게 세금을 내서, 지속가능한 사회 연대를 실현하려 한다.”

그는 복지를 저녁 식사에 빗댔다. 극빈층을 제외한 나머지는 형편에 맞게 식사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야만 식사 자리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진보정당의 선명성과 대중성, 경계를 어디쯤으로 보나.

“선명한 걸 대중적으로 하면 된다. 경계를 놓으면, 둘 중 하나를 포기하게 된다. 선명함이란 불씨를 꺼트려서는 안 된다. 지금은 대안이 없는 시대다. 선명한 것이 더 확장성이 있다. 지지율을 걱정해 급진적인 대안을 말 못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 민주당이 딱 그 모양이다. 국민의힘에서 개혁적인 보수가 나오면 한 번에 무너질 거다.”

- 진보당(舊민중당)과 합당할 가능성은 있나.

“내 임기 안에는 어렵다. 통합진보당(통진당) 분당 때 노선 차이가 워낙 컸다. 감정적인 부분이라, 논리적으로 설득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민노당 후신인 통진당은 부정 경선 논란과 진보 노선 간 정파 갈등을 극복 못하고 2012년 창당한지 1년도 안 돼 분열하고 만다. 이후 노회찬‧심상정 등 PD(평등파) 통합파는 NL(자주파) 중심의 구당권파와 갈라서 진보정의당을 거쳐 정의당을 창당했다. 김종철 대표는 이들과 함께했다. 

“가장 힘들었던 때죠.”

진보 정치인들에게 있어 상처로 남은 분당 사태에 대해서는 언제고 자세히 들을 기회를 달라고 했다.  

김종철 대표는 지금의 진보정당은 “30% 쯤 왔다”고 답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 대표는 지금의 진보정당은 “30% 쯤 왔다”고 답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인터뷰를 마치며, 오래 전 기억을 꺼냈다. 기자는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었던 그에게 곧 없어질 진보정당에 왜 이렇게 애정을 쏟느냐고 물은 바 있다. “우리는 긴 호흡으로 가는 정당”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그때로부터 20년이 흘렀다. 지금의 진보정당은 어디쯤 왔냐고 다시 물었다. 시간을 더듬듯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30% 쯤 왔어요.”

갈 길이 멀지만 단단해 보이는 입매로 희망을 얘기하고 있었다. 긴 호흡은 현재진행형. 

“민주노동당을 처음 만들었을 때 지지율이 1~2%였어요. 사람들이 그런 당이 있는 지도 모를 때였죠. 그러다 4년 만에 13% 정당 득표율로 총 10석을 배출했어요. 2007년 분당되지 않고 특별한 위기가 없었다면, 더 빨리 집권했을 겁니다. 1~2% 지지율의 민노당이 비약했듯, 정의당도 어느 순간 두 자릿수 지지율로 갈 수 있어요. 그간 긴 호흡으로 많은 경험이 축적돼있다고 봐요. 남은 70%도 탄탄하게 채워나갈 거란 믿음이 있어요. 지금껏 그래왔듯 저 역시 진보정당을 계속 키우고 발전시킬 생각입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