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의 의학이야기> 어린이 주관절 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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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의 의학이야기> 어린이 주관절 탈구
  • 이창민 자유기고가
  • 승인 2012.02.2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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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창민 자유기고가)

눈처럼 하얀 벚꽃 잎이 하늘하늘 내려앉는 공원길을 걸어본다.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양쪽 어른들 사이에서 대롱대롱 매달린 채 손그네를 타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따스한 봄햇살에 녹아들어 포근하게 다가오는가 싶더니 이내 점점 멀어져 가며 꾸물거리는 아지랑이 속으로 사라져 간다.

머지않아 올해도 어김없이 보게 될 따뜻한 봄의 풍경이다. 어른들 사이에서 손그네를 타며 깔깔거리는 아이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행복감과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해 준다. 허나 간혹 이러한 행복한 광경이 순식간에 아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심각한 상황으로 급변하는 경우도 있다.

방금 전까지 천진난만하게 손그네를 타던 어린아이가 일순간 팔꿈치의 통증을 느끼며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하는 것이다. 영문을 모르는 어른들은 그저 안타까워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이미 경험이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런 경우의 대부분은 팔꿈치 관절이 빠지는 주관절 탈구가 발생한 경우이다.

뼈와 뼈가 연결되는 우리 몸의 관절은 인대에 의해 탄탄하게 고정이 된다. 그러나 어린이의 경우 이러한 인대가 약해 외부의 힘에 의해 관절이 빠지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과도하게 팔이 잡아당겨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팔꿈치 관절의 탈구가 발생하면 아이는 갑작스럽게 고통을 호소하며 울게 된다. 그래서 이를 보는 주위 사람들은 한동안 당황하게 되지만,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이가 울음을 그치고 그럭저럭 노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보호자들도 방심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는 탈구가 발생된 팔을 아래로 축 늘어뜨린 모양으로 편 채로 지내게 되며 팔을 절대 구부리려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이가 아파하지 않아도 이러한 모양새를 계속 취하게 된다면 보호자는 반드시 탈구를 의심해야 하고 늦지 않게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사실 어린이 주관절 탈구만큼 치료가 극적으로 즉시 이루어지는 병도 드물다. 경험이 있는 시술자라면 대부분의 경우는 수십초 또는 수분 내에 즉시 빠진 관절을 맞출 수 있다. 관절이 제대로 맞춰진다면(특이 합병증이 없는 한) 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즉시 또는 짧은 시간 내에 팔을 원래대로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어린이 주관절 탈구는 치료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별 탈 없이 넘어간다. 하지만 드물게 관절이 빠지면서 인대, 신경, 혈관 등의 주위 구조물의 손상이 동반된 경우는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관절을 맞춘 후에도 부종이 지속되거나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팔의 감각이 이상한 경우 등은 추가적인 검사를 반드시 시행하여야 한다.

또한 드물게 팔꿈치 관절 부위 뼈가 골절이 된 경우도 관절 탈구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비록 주관절 탈구에 대한 확신이 많다고 하더라도 가급적 X선 검사 등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관절 탈구는 재발의 가능성이 많으므로 한번 탈구가 발생된 어린이라면 가급적 갑자기 팔을 당기는 등의 행위를 특히 더 삼가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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