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서거 5주기] “김영삼, 한 시대 당당히 걸어간 위인”
[YS 서거 5주기] “김영삼, 한 시대 당당히 걸어간 위인”
  • 윤진석 기자,조서영 기자
  • 승인 2020.11.20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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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원 추모식- 김영삼도서관 개관식 현장에서
유족‧상도동계‧문민정부 전현직 정관계 '추모'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조서영 기자)

“그날도 이렇게 추웠어요.” 바람이 매섭고도 맹렬했다. 5년 전 국회에서 열린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영결식 당일이 떠오른다며 한 말이었다. “눈 오고 찬바람 불고… 떠나는 사람을 놓아주기 싫어, 잊지 않겠다는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르지요.” 정영국 내외정보센터 이사장(정치학박사)의 회상.

60대 중반쯤 보이는 그는 고등학교 때 YS 연설을 듣고부터 오랜 팬이 되었다고 한다. YS가 있는 곳을 쫓아도 많이 갔고, 영결식에도 직접 가  고인을 애도했다. YS 서거 5주기(22일)를 이틀 앞둔 20일 오후 2시 서울 현충원 대통령 묘역에서도 한 시간 정도 일찍 와 “뭐 도울 게 없나요” 자원봉사들에게 묻는다.

YS 처제 손경희 여사가 현충원 추모식에 참석해 YS 얼굴이 담긴 시사오늘 표지를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시사오늘
YS 처제 손경희 여사가 현충원 추모식에 참석해 YS 얼굴이 담긴 시사오늘 표지를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시사오늘

"그래도 왔다"
"아, 형부"

올해 81세인 13대 국회의원을 지낸 오경의 전 마사회장은 양팔 모두 부축을 받고 한 걸음 한 걸음 추모식장을 향해 걸음을 뗐다. 궂은 날씨에 오기 어려웠을 텐데

“그래도 와야지.” 말을 대신한다. 어느덧 백발이 된 손경희 여사(YS 처제)는 체온을 재고 방명록을 적는 작은 테이블 위에 비치된 <시사오늘>(264호) 표지를 한참 들여다보다 눈시울을 붉혔다. 웃고 있는 YS 얼굴이 담긴 특집호였다. “아…. 형부….” 그 한마디에 많은 것이 담긴 듯했다.

YS와 함께 민주화 시대를 앞당긴 고 김대중(DJ)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도 눈에 띄었다. YS와 불편한 관계였을 법하지만 당을 대표해 묵묵히 자리한 ‘김종인’부터 눈을 감고 상념에 젖은 YS계 ‘서청원‧이인제’도 추모식 내내 시선을 잡아당겼다. 희끗희끗한 머리지만 더 연로한 형님들 뒤에 앉아 얌전히 지켜보던 ‘YS 적자 김무성’도 새로움을 안겼다. 양미간에 신경을 모으고 집중해 발언들을 듣는 ‘손학규’, 어딘지 불편해 보였던 ‘노영민‧최재성’, 아련한 표정의 ‘나경원’부터 저마다 핫팩을 손에 꼭 쥔 모습 등….

 

현충원 추모식


김덕룡 추모위원장, 서청원 전 대표, 김무성 전 대표 등 상도동계 전현직 정치권 인사들이 서울 현충원에서 진행된 김영삼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덕룡 추모위원장, 서청원 전 대표, 김무성 전 대표 등 상도동계 전현직 정치권 인사들이 서울 현충원에서 진행된 김영삼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 모두가 서울 현충원 대통령 묘역에서 고인의 뜻과 업적을 기리는 추모식에서의 장면의 한 순간이다. 김영삼민주센터와 동작구가 공동주관하고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가 후원한 이날 추모식은 코로나19여파에 따른 사회적 거리를 생각해 대규모 행사로 거행됐던 예년과 달리 참석 범위도 최소화하고 약식으로 진행했다. 유족과 민주화와 문민정부 시대를 함께 연 상도동계 동지들, 정치권 및 종교계의 주요 인사 50여 명만 참석하는 것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멀리서나마 자리를 함께한 인사들까지 생각하면 족히 100여 명이 함께 YS를 추모하며 마음을 나눴다. 

참석자 면면을 종합하면 YS 차남 김현철 동국대 교수, 손자 김인규 권영세 의원실 정책비서 등 유가족을 비롯해 박병석 국회의장, 정세균 국무총리,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김종철 정의당 대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사전에 계획된 지방 일정이 겹쳐 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화와 문민정부 시대를 함께 한 원로로는 상도동계 좌장 격인 김덕룡 김영삼민주센이사장 겸 민추협 공동이사장,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 박관용 전 국회의장, 손학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인제 전 노동부 장관 등이 자리했다. YS 오른팔로 불린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은 거동이 어려워 참석하지 못했다. 

상도동계를 비롯해 여야 정관계 전‧현직 인사들로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이성춘 민추협 사무총장, 김봉조 민주동지회 회장, 김기수 전 YS비서실장, 이각범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최양부 전 청와대 농림수산수석비서관, 문정수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 정상대 민주동지회 상임이사, 정병국 전 의원,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이성헌 전 의원,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나경원 전 동작구 의원, 김선동 전 의원, 이채익 의원 등이 참석했다.

 

“한 시대, 당당히 걸어간 위인”


현충원에서 진행된 김영삼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모식은 코로나 여파로 최소한의 인원이 참석하는 것으로 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현충원에서 진행된 김영삼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모식은 코로나 여파로 최소한의 인원이 참석하는 것으로 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추모식은 정병국 전 의원의 사회로 시작됐다.

“쌀쌀한 날씨에도 함께 해준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김영삼 대통령께서 저희 곁을 떠나신지 5년이 흘렀습니다. 대통령님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지어진 도서관도 올해 개관을 맞이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 날의 슬픔을 딛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언제나 국민과 나라를 가장 먼저 생각하시던 대통령님의 뜻을 생각해 유지가 후세에 이어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

뒤이어 국기에 대한 경례와 고인에 대한 경례,추모위원장 인사말, 국회의장‧총리 추모사, 종교 의식 및 유족인사, 헌화와 분향, 조총 및 묵념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김영삼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모위원장인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은 상도동계 좌장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영삼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모위원장인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은 상도동계 좌장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인사말은 김덕룡 추모위원장(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이 맡았다.

“김영삼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임혁택 교수는  '1987년 체제의 주역, 한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라 평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를 쟁취해낸 주역으로 1993년 2월 25일 역사적인 문민정부를 이 땅에 세웠습니다. 30년의 군부독재를 종식시켰고, 1995년 지방자치를 전면적으로 실시해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완결했습니다.

전광석화처럼 하나회를 척결한 분이요, 다시는 쿠데타가 없도록 국민과 역사 앞에 민주주의를 지켜낸 분입니다. 대통령은 문민정부가 기밀 3‧1운동 임시정부와 광주 민주화운동의 연장선에 있는 정부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광주 학살의 책임이 있는 군부 지도자를 사법 처리해 과거사 청산의 모범을 보였습니다.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 앞길을 개방하고 공직자 재산 공개에 솔선수범한 김영삼 대통령….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고 물을 마실 때 그 근원을 생각하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정의롭지 않은 사람이 개혁을 말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세태에 비춰볼 때 김영삼 대통령야말로 한 시대를 당당하고 떳떳하게 걸어간 위인으로 기억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울림을 주는 말이었다. 김덕룡 이사장은 거듭 힘줘 “오늘날 정치가 꽉 막혀 있어 YS의 대도무문을 향한 큰 걸음이 절실하게 느껴진다”며 “YS 서거 5주기를 맞아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어디에 있으며,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 멈춰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정세균 국무총리 등 추모식에 참석한 주요 정치권 인사들이 김덕룡 추모위원장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과 정세균 국무총리 등 추모식에 참석한 주요 정치권 인사들이 김덕룡 추모위원장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다음으로 박병석 국회의장은 “YS의 마지막 유언은 ‘통합과 화해’였으나, 우리는 아직도 갈등과 분열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며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멈춰 세우는 것이 정치의 소명”이라 말했다. 박 국회의장은 “하나된 국민, 단결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다”며 “하늘에서도 거대한 산이 돼 우리 국민들을 지켜달라”고 추모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YS는 한국 현대사 그 자체이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든 혁명가”라며 “대도무문, 옳은 길을 가면 거칠 것이 없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이끌었다”고 추모했다. 정 국무총리는 “유훈으로 남긴 통합과 화해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며 “이를 잘 받들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 국민 모두가 잘 사는 나라 만들겠다”고 말했다.

평소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YS를 위해 송태근 삼일교회 담임목사가 종교의식을 진행한 가운데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동국대 특임 교수)가 유족을 대표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현철 민주센터 상임사는 “오늘은 특별히 아버지께 도서관 개관이란 기쁜 소식을 말씀드리게 돼 감개무량하다”이라고 소회했다. 그러면서 “미래세대는 도서관에서 자랑스러운 주인공, YS를 배우고 기억하게 될 것”이라며 “어제까지 아버지는 혼자셨지만, 오늘부터 전개되는 미래는 아버지와 함께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자들의 헌화와 분향에 이어 멀지 않은 곳에서 조총이 세 번의 총성을 울렸다. 전년과 달리 실내가 아닌 외부에서만 약식으로 진행된 터라 분향하고 내려오기까지 소요 시간은 1시간 남짓이 채 안 됐다.

 

김영삼도서관 개관식


김영삼도서관 개관식이 리모델링을 거쳐 문을 열었다. 현충원 추모식에 참석한 인사들이 3시 30분 진행한 도서관개관식에 참석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영삼도서관 개관식이 리모델링을 거쳐 문을 열었다. 현충원 추모식에 참석한 인사들이 3시 30분 진행한 도서관개관식에 참석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오후 3시 30분부터는 동작구 김영삼도서관 개관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분향을 마친 참석자들은 개관식을 주관한 동작구청 버스를 이용하거나 자가로 목적지에 도착해 김영삼도서관이 개관된 것을 축하했다.

2년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지난달 30일 문을 연 김영삼도서관은 YS 자료 전시실은물론 주민 모두가 이용하는 구립복합문화시설 겸 공공도서관으로 조성됐다. 늘 국민과 함께하기를 원한 YS 정신을 살려 공동체 모임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원래 전직 대통령 도서관 개관식에는 현직 대통령이 반드시 참석하는 것을 원칙이지만 당일 문재인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박병석 국회의장과 정세균 국무총리, 청와대 두 주요 인사가 현충원 추모식에 이어 도서관 개관식에 참여해 예를 다하려는 모습이었다.
 

김영삼도서관은 YS에 대한 소장 자료와 함께 복합문화시설로 구성됐다. 사진은 김덕룡 추모위원장과 김현철 상임이사 등 주요 관계자들이 시설 라운딩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영삼도서관은 YS에 대한 소장 자료와 함께 복합문화시설로 구성됐다. 사진은 김덕룡 추모위원장과 김현철 상임이사 등 주요 관계자들이 시설 라운딩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대강당에서 열린 개관식은 주요 인사말, 경과보고, 영상 시청, 내외빈 기념사와 축사 등의 순으로 채워졌다.

국회의장과 총리에 이어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YS는 대한민국 정치 거물이자 민주주의의 큰 산이었다”며 “위대한 리더십으로 진정한 통합과 화합 정신, 깨끗하고 공정한 사회를 이끈 분이다. 많은 분들이 김영삼도서관을 방문해 치열한 삶과 정신을 기억하고 소통과 놀이의 공간으로 활용했으면 한다”고 축사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김영삼 대통령께서 거주한 상도동에 민주주의 신념과 소통의 정신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공간이 마련돼 기쁘다”며 “YS 민주주의 정신을 국민과 주민에 연결하는 가교 역할이자 소장된 사료가 대통령 정책에 대한 이해와 연구에 잘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동작구는 저와도 인연이 많다. 국회의원 4번 나가떨어진 곳으로 나경원 (전) 의원이 당선됐다”는 말을 시작으로 YS에 대해 담담히 기억나는 것을 전해 여운을 남겼다.

“(서울대 재학 시절) 김영삼 대통령에 항의하면서 데모를 많이 했다. 대통령이 막상 되고 나서 하나회를 척결한 것도 그렇지만 특히 금융실명제를 본격 도입하시는 걸 보면서 박수를 많이 쳤다. 오늘날의 옵티머스‧라임 사모펀드가 서민들을 해치는 것을 보면서 ‘김영삼이 살아있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생각했다. 아마도 ‘금융실명제 정신’으로 일갈하지 않았을까 싶다. 정의당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려는데 YS는 노동자가 산재로 죽고 있으면 대표이사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힘을 실어줬을 것 같다. YS 도서관을 이용하는 많은 분들이 고인의 단호한 정신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김영삼도서관 개관식을 마친 주요 참석자들이 도서관 앞에서 테이프커팅식을 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영삼도서관 개관식을 마친 주요 참석자들이 도서관 앞에서 테이프커팅식을 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행사는 최소하 학생의 감사의 말, 테이프커팅식, 도서관 투어를 통해 YS 정신을 추모하며 마무리됐다. 구 관할인 만 큼 이창우 동작구청장, 조진희 동작구의회 의장, 시‧구의원, 유관기관 단체장들도 함께 뜻 깊음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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