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더불어민주당은 진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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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더불어민주당은 진보인가?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0.11.22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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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하나 순결했던 진보가 유능하나 부패한 보수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떠난 이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문제가 있다. 민주당이 진보냐는 것. 오랫동안 일체감을 느껴온 정당을 외면한 까닭도, 전향을 결심한 변곡점도, 위 질문 속에 답이 있다. 민주당은 더 이상 진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정의는?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깃발을 든 보수와 피켓을 든 진보가 충돌했다.ⓒ뉴시스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깃발을 든 보수와 피켓을 든 진보가 충돌했다.ⓒ뉴시스

먼저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

좌파·우파는 역사적으로 개념이 달라져왔다. 프랑스 대혁명의 제헌 의회 시기, 급진파(자코뱅)와 보수파(지롱드)가 의장석을 기준으로 어느 위치에 앉았느냐가 시초였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자유주의자와 좌파가, 보수주의자와 우파가 동의어로 간주된다.

한국에서는 좌파·우파보다는, 진보·보수의 개념을 사용한다. 전쟁 이후 ‘친북좌파’ 혹은 ‘빨갱이’라는 이름이 붙여지면서, 좌파란 용어가 정치적 공세에 활용됐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의 좌파 정당은 진보를 더 즐겨 썼다. 그러면서 좌파·우파는 진보·보수와 거의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두 개념 쌍을 동일하게 보긴 어렵다. 책 <좌우파 사전(대한민국을 이해하는 두 개의 시선)>은 둘을 ‘공간적 은유’와 ‘시간적 은유’로 구분했다. “좌파와 우파가 일종의 공간적 은유로서 특정 시기에 형성된 정치적 대립에 관한 위상학적 묘사인 반면, 진보와 보수는 ‘변화’에 대한 태도에 따라 구별되는 시간적 은유(p.42)”라고 설명했다. 즉, 두 개념이 동일시되는 것은 좌파 중 변화에 더 긍정적인 진보 세력이 더 많다는 것일 뿐, 필연은 아니라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은 보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민주당은 진보일까. 학계에서는 거대 양당 모두 보수로 분류했다. 과거 민주노동당의 맥을 잇는 정의당과 진보당(舊 민중당) 정도만 진보 정당으로 봤다.

책에서는 “곧잘 좌파라고 공격당하는 현재의 민주당은 연원과 역사로 보나 현재의 정치적 지향을 따져보나, 세계적 기준으로는 보수주의 정당이거나 자유주의 우파 정당에 가깝다”고 정의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이후로 상대적으로 급진적 성향의 사회적 자유주의자들이 부상했으나, 원래 민주당의 뿌리는 극우 군부독재에 맞섰던 보수 야당이란 설명이다.

어느새 더불어민주당은 보수가 됐다.ⓒ뉴시스
어느새 더불어민주당은 보수가 됐다.ⓒ뉴시스

한편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는 ‘민주당은 보수’란 주장의 근거는 다양하다. ‘지킬 것이 많아졌다(진중권)’는 비판부터 ‘책임지는 정치를 하지 않는다(금태섭·김경율)’는 지적이 그것이다.

진보 논객에서 저격수가 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을 향해 “무능하나 순결했던 진보는 어느새 유능하나 부패한 보수로 변신했다”고 일갈했다. 그의 신작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저들은 대체 왜 저러는가?)>는 “산업화의 추억에 갇힌 미련한 보수를 제치고 정보화 흐름에 적응한 노련한 보수가 등장한 것”이라며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개혁의 레토릭을 자신들의 비리를 덮고 기득권을 지키는 데에 사용하고 있다(p.252-253)”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는 민주당이 ‘바꿀 것(변화)’보다 ‘지킬 것(보수)’이 많아진 기득권이 됐다고 봤다. 정계, 방송과 신문, 시민단체와 지식인층을 아우르는 조직적인 기득권 커넥션이,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기득권을 확보한 그들은 그 커넥션을 활용해 자신들이 누리는 특권을 자식 세대에 물려주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18일 “지금 민주당이 진보냐,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진보·보수를 따지기 전, 민주당은 정치의 기본인 ‘상식에 맞는 정치’, ‘책임을 지는 정치’를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 말했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지난 10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뭐가 다른가”라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비리가 드러나도 쌩 까는 것, 아예 국가에서 견제 감시 기능을 제거하려는 것이 두드러진 차이”라며 “파렴치함이 더해졌다”고 지적했다.

 

권력의 모습은 똑같다


어느덧 기울어진 운동장은 보수에서 진보로 향했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던 진취적인 보수의 모습은 민주당 몫이 됐다. 반대로 ‘국정 발목 잡는 야당’과 ‘무능함’의 진보 이미지는 국민의힘에게 돌아갔다. 대신 권력을 거머쥠과 동시에 도덕적으로 깨끗한 선(善)이었던 진보, 민주당은 사라졌다. 민주당을 외면한 이들은 ‘무능했으나 순결했던’ 진보의 과거와 ‘유능하지만 부패한’ 현재 사이 모순을 견디지 못해 떠났는지도 모른다.

‘진보는 선이고, 보수는 악’이란 이분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민주당에게서 느껴지는 기시감, 과거 수구 보수의 모습은 ‘권력’에서 비롯됐다. 권력은 그들이 서는 곳을 바꿨고, 달라진 풍경이 그들의 행동도 바꿨다. 어느덧 그들은 꿈꾸던 사회로의 ‘변화’ 대신, 지금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급급한 보수가 됐다. 그들 옆엔 모순된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변명과 위선만이 쌓여갔다.

더불어민주당이 진보인가. 정답을 찾기 위해 묻는 질문이 아니다. 과거 진보의 가치를 지키던 민주당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던진 씁쓸함이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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