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3%룰?…무익한 ‘팩트 공방’에 혼란 가중·회의론 ‘솔솔’
스크롤 이동 상태바
누구를 위한 3%룰?…무익한 ‘팩트 공방’에 혼란 가중·회의론 ‘솔솔’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0.11.23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조업 강국’ 한국과는 다른 해외 사례 들춘 시민단체
“이스라엘·이탈리아 대신 선진국 모델 들여다봐야”
최준선 교수, ‘대주주 의결권 제한’ 해외 사례 맹점 짚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을 비롯한 전임 한국상사법학회 회장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좌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에서 3번째가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을 비롯한 전임 한국상사법학회 회장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좌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에서 3번째가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뉴시스

상장사의 감사위원 분리 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 상법 추진과 관련해 재계와 전문가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해당 입법 추진이 국내 대기업을 노리는 해외 자본들에 의해 악용될 수 있는 만큼, 경제성장 모델로 자리할 수 없다는 회의론적 입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 측은 해외 국가에서의 대주주 의결권 0% 제한 입법례 사례가 존재함을 근거로 정부의 원안 도입을 강력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잘못된 해외 사례 해석을 통한 논리적 비약을 지양해야 한다며 무익한 논쟁을 일단락짓고 나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준선 교수는 지난 22일 일부 국가 회사법상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 논의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경제개혁연대가 근거로 제시한 이스라엘과 이탈리아의 대주주 의결권 제한 사례는 연구할 필요가 크지 않다"고 진단하며 "해당 사례들은 대주주의 의사가 도외시되고, 소수주주만으로 사외이사가 선임되는 사례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선 최 교수는 시민단체가 주장한 이스라엘 상장회사의 대주주 의결권 제한 사례를 두고, 대주주 의결권이 0%인 입법례인 것처럼 평가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 꼬집었다. 앞서 단체는 이스라엘 상장회사들이 사외이사 최초 선임 시 소수주주의 과반 찬성을 거쳐 자기감독 문제를 해결하고, 재선임 시에는 외부 소수주주(1% 이상 지분)도 추천권을 가지는 한편 소수주주의 과반 찬성만으로 재선임이 이뤄진다는 점에 기초해 대주주 의결권이 0%로 제한된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최준선 교수는 이스라엘의 경우 1% 이상 주주가 기존 사외이사를 재선임 후보로 추천한 경우와 사외이사 본인이 스스로를 추천한 경우에 지배주주와의 이해관계 없는 주주들의 과반 동의, 전체 주식수의 2% 이상 찬성만으로 재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외이사를 최초 선임할 때 이미 대주주의 의지가 반영된 점이나 최초 이사 선임 총회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이 전혀 제한되지 않았었던 점 등을 간과한 만큼, 진정한 의미의 대주주 의결권 제한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이탈리아 사례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갔다. 소수주주가 제안한 후보명부에 대주주가 투표하지 못하고, 소수주주가 제안한 명부에 포함된 후보 중 1인은 반드시 이사가 된다는 시민단체의 근거 사례는 대주주 의결권이 0%로 제한됐음을 의미하는 게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상장회사 이사 선임 시 후보가 아닌 '후보자 명부' 투표를 통해 이사회를 구성하는 데, 1순위 명단에서 대부분의 이사를 가져가고, 2순위 후보자 명부에서는 1명의 이사를 선임하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총회 투표 경쟁이 이뤄지는 데다, 증권거래법상 최대주주는 투표 후 결정되므로 대주주 의결권 제한 개념이 성립되기 어려운 셈이다.

오히려 이탈리아 내부에는 불투명한 투표절차로 비용을 심각하게 증대시키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목소리마저 나왔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실례로 지난 2015년 당시 이탈리아 증권위원회 위원장은 "이사 선임을 이처럼 법률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다른 선진국처럼 개별 회사의 자율 규제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는 공개 연설을 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이탈리아 사례는 결과적으로 누가 최대주주가 될지 예측 불가하고, 다양한 책략이 가능한 만큼 많은 비판과 부작용 문제를 안고 있다"며 "한국이 이를 본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글로벌 대기업이 없는 해당 국가들의 대주주 의결권 제한 사례가 제조업 강국인 한국의 모델로 될 수는 없다"고 밝히며, "한국은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 경제 대국과 경쟁해야만 더 큰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맺었다.

한편 최준선 교수의 입장과 같이 대주주 의결권 제한의 맹점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법원행정처는 감사위원의 분리선임 강제와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은 주주권 본질에 반한다는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 신중한 검토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