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우승] ‘택진이형’이 보여준 ‘선한 영향력’ 결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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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우승] ‘택진이형’이 보여준 ‘선한 영향력’ 결정판
  • 김병묵 기자
  • 승인 2020.11.25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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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회사 최초로 야구단 창단…9년만에 우승성공
홍보효과는 물론 게임산업 전체 이미지 제고까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뉴시스
  2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 한국시리즈 6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구단주 김택진 대표를 헹가래 치고 있다. '택진이형'이라는 친근한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김 대표는 야구와 게임, 언뜻 보면 경쟁콘텐츠라고도 볼 수 있는 두 가지를 한데 묶어 시너지를 냈다. ⓒ뉴시스

NC 다이노스의 우승으로 2020년 한국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창단 9년만의 우승 속에서 선수들 만큼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이 있다. 바로 NC의 구단주,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다. 

'택진이형'이라는 친근한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김 대표는 야구와 게임, 언뜻 보면 경쟁콘텐츠라고도 볼 수 있는 두 가지를 한데 묶어 시너지를 냈다. 야구단은 전폭적인 후원 속에서 감동적인 성과를 냈고, 홍보효과의 새 장을 보여줬다. 동시에 게임산업 전체에 대한 이미지 제고에도 성공했다. 그 발자취를 잠깐 살펴보자.

김 대표는 2010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9구단 창단의향서를 제출했다. 당시 엔씨가 서류에 기입한 2009년 매출은 6300억 원 이었는데, 매출이 1조원도 안 되는 회사가 야구단을 운영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나름 히트작 '리니지'를 앞세워 한국 게임업계를 선도하고 있던 엔씨지만 젊은 층을 제외하면 여전히 낯선 게임회사였다. 

야구광으로 알려진 김 대표는 당시 "제 재산만 가지고도 100년은 운영할 수 있다"며 정면돌파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2020년 기준, 시총이 약 17조 원으로 추정되는 엔씨의 야구단 운영에 대한 우려는 의미없는 걱정이 됐다.

이후 부침을 겪긴 했지만 결국 엔씨는 올해 창단 최초로 한국 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구단에 애정을 보여준 김 대표의 이미지는 야구팬들 사이에서 좋은 구단주의 교과서처럼 여겨지며 수직 상승했다. 수없이 많은 기업들이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오너 이미지 메이킹'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한국에서 늘 적자운영으로 물음표가 붙어왔던 야구단 운영에도 김 대표는 새로운 비전을 보여줬다. 24일, 팀의 간판스타 양의지 선수가 우승 세레머니로 거대한 검을 치켜든 장면이 상징적이다. 엔씨의 간판게임 '리니지'시리즈의 유명 아이템 '진명황의 집행검' 모형이다. 이 장면은 MLB닷컴 등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도 집중 조명했을 정도다. '리니지'를 모르던 사람들도 이제 엔씨가 우승 당시에 들어올린 검에 대해선 기억하게 됐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홍보 효과다. 야구단은 자신들에게 투자한 김 대표에게 제대로 보답했다. 김 대표의 오랜 염원인 북미 게임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열렸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야구계와 엔씨소프트를 넘어, 김 대표의 행보는 한국게임업계 전반의 이미지 제고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현재 게임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얼굴 중 한 사람인 김 대표는 화끈한 투자자와 겸손한 조연의 두 얼굴을 모두 완벽하게 선보였다. 거만한 오너의 모습 대신, 우승 세레모니를 위한 '집행검' 모형을 가져다주고 자신은 조연의 자리로 물러났다. 

게임업계가 벌어들인 만큼 사회적 자본으로 화끈하게 투자한다는 청사진도 선보였다. 창원의 한 엔씨팬은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야구라는 콘텐츠를 부산까지 안 가고 즐기고, 창원지역의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엔씨의 투자가 고맙다"고 전했다.

우승 이후 선수들은 김 대표를 헹가래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남아있는 우리의 꿈을 하나하나 이뤄내는 구단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김 대표가 언급한 남아있는 꿈들에 대해 정확히 알 길은 없지만, 당분간 김 대표와 엔씨소프트 순항은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이투자증권 김민정 연구원은 24일 리포트에서 엔씨소프트를 분석하며 "이만한 게임 회사가 없다"라는 보고서를 펴내기도 했다. 

게임업계가 낼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의 끝판왕을 보여준 김 대표와 엔씨소프트다. 헹가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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