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거대 新경제권 경쟁 임박…韓國, 재도약 일궈야
[이병도의 時代架橋] 거대 新경제권 경쟁 임박…韓國, 재도약 일궈야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0.11.28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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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주도 RCEP, 美 중심 TPP 태동
미·중 경제패권 다툼 본격화 전망
한국, 갈등속 경제 영토 넓혀야
TPP 대비하며 자유무역 선도를
역내 기업들간 무한 경쟁 예고
양날의 칼…역풍(逆風)도 경계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한국 무역사(貿易史)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미·중 갈등의 격화속에 한국이 중국 주도의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가입에 서명했고,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원도 시간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경제패권을 겨냥한 미·중 양국간 긴장기류도 높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구상 관련 회견에서 “중국 대신 미국이 국제무역 규칙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 주도의 RCEP에 미국이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게 답변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세계 무역 규모의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또 다른 25% 이상을 점하는 민주진영 국가들과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맞서 민주진영 간 연대를 통해 미국 중심의 새 무역질서를 만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미 중국 주도의 협정에 서명해버린 한국 정부로서는 이제 다자간 협정을 둘러싸고도 균형점을 찾아야 할 처지가 됐다. 경제외교 역량을 발휘해야 할 때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선 경제 영토를 넓힐 기회이자 전에 없던 새 도전이다.

역풍(逆風)도 경계해야 한다. 경제영토 확장이 반드시 이익이 되는 것만도 아니다. 국내 산업의 대외경쟁력이 약화되면 언제라도 재앙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번 거대 경제권의 탄생이 양날의 칼인 측면을 부인하기 힘들다.

한국 무역사(貿易史)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뉴시스
한국 무역사(貿易史)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뉴시스

세계 최대 아시아 태평양 경제블록 등장

한국이 서명한 RCEP은 출범에 필요한 각국 내부 비준 절차만 남겨놨다. 참가국인 한·중·일과 아세안 등 15국의 인구·무역·국내총생산(GDP·명목) 규모는 역내 인구 22억명, 전 세계 GDP의 약 30%를 차지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유럽연합(EU)을 능가한다. 세계 최대의 경제 블록이 된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경제영토가 크게 넓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관세장벽을 허물고 수출시장을 더욱 확장하는 계기가 될 만하다.

RCEP은 중국 주도로 만든 협정이다. 십중팔구 미국의 견제가 예상된다. 우리나라에 수출을 늘릴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소용돌이에서 자칫 난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의 TPP 복원도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이 경우 TPP 회원국이 아닌 우리는 미·중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처지가 될 수 있다.

우리로서는 이러한 기류 변화를 최대한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세계 GDP의 25%를 차지하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무역협정의 운전석에 복귀하려 할 때 또다시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재빨리 올라타야 한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도식 안 통해

미국은 차기 바이든 정부에서 일본이 주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면서 RCEP와 경쟁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동맹과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바이든의 통상 정책과 RCEP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미 바이든 당선인은 이미 “아시아·유럽 친구들과 21세기 무역 규칙을 만들고 중국에 맞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실제 바이든은 오바마 대통령 시절 부통령으로 추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에 적극적이다.

역내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이 RCEP와 TPP 간 경쟁 구도로 갈 경우, 우리나라로서는 민감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TPP와 관련해 우리의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을 상정해 우리 정부는 철저한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다시 역내 FTA 주도권 강화에 나설 것이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TPP 후퇴가 '중국을 운전석에 앉히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해왔다. 물론 바이든은 단순히 기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서둘러 가입하기보다 새롭게 발전된 협정 체결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이미 어떤 무역협정에서든 노동과 환경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으로서는, 미·중 갈등이 날로 격화하는 상황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도식은 통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의 거의 체질화한 ‘중국 눈치 보기’ 때문에 미국이 이끄는 경제 질서 참여를 머뭇거려선 더욱 안 된다.

한·중·일 추가 경제협력 발판

지금까지의 과정과 현재의 움직임을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RCEP는 10년 전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TPP의 대항마를 키우려는 중국의 전략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TPP는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탈퇴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으로 축소됐고, 우리는 여기에 가입돼 있지 않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앞으로 들어설 바이든 민주당 정부가 CPTPP를 대중국 견제 지렛대로 활용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한편, 대중국 무역적자 확대를 표면상 이유로 내걸고 빠진 인도를 제외하더라도 RCEP 회원국의 지난해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은 26조3000억 달러, 역내 인구는 22억6천만 명으로, 유럽연합과 CPTPP를 압도하는 규모다. 인도의 가입을 계속 설득해 나가기로 했다니 이것마저 실현된다면 지구촌 인구 절반이 RCEP 자유무역 블록으로 편입된다.

중국, 베트남, 일본 외에 새로운 지역과 ‘가치사슬’(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부가가치를 만드는 과정)을 구축할 기회도 생긴다. RCEP에 한·중·일이 동시에 참여하게 됨에 따라 한·중·일 추가 경제협력의 발판이 마련된 것 또한 의미가 작지 않다.

우리나라는 RCEP 참여로 기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관세철폐율이 기존 79.1~89.4%에서 91.9∼94.5%까지 높아지는 효과를 누리면서 ‘신남방정책’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일본과 FTA 체결 효과를 갖게 된 것도 중요한 진전이다.

협정의 정식 발효를 위해선 회원국들의 국내 비준 절차가 전제되어야 하는 만큼, 한국을 포함해 각국은 의회 비준 동의를 얻는 데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RCEP, 보호무역 파고 넘을 기회

RCEP 체결은 관세 혜택으로 인한 역내 교역량 확대와 그에 따른 일자리 증가로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에게는 보호무역의 파고를 넘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아세안을 겨냥한 신남방정책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한·아세안 FTA에 이어 RCEP로 상품 시장의 개방도가 더 높아지고, 게임·영화 등 시장도 추가로 열리면서 성장잠재력이 큰 아세안과의 경제협력이 한층 심화된다.

한국이 얻게 될 혜택으로 좁혀보면 회원국 간 관세의 문턱이 낮아져 교역과 투자 활성화, 수출시장 다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된다. 대표적으로, 인도네시아로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우리나라 업체의 경우 현재 최고 40%의 관세를 부담해야 하지만, RCEP 발효 후엔 무관세 수준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부품, 철강 등 핵심 품목뿐 아니라 섬유·기계부품 등 중소기업 품목과 의료위생용품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망 품목의 수출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원산지 기준이 통일돼 역내 여러 국가를 거쳐 만들어진 상품도 특혜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RCEP에는 지식재산권 조항도 포함돼 가맹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의 지재권이 효과적으로 보호받게 된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도 RCEP 무대에서 우리의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유기적인 민관 협력체제 구축이 절실하다.

무역 환경 복합적…맞바람도 대비를 

하지만, 맞바람도 대비해야 한다. 국내 산업의 대외경쟁력에 따라 RCEP는 언제든 부정적 환경으로 변모할 수 있다. 이번 거대 경제권의 탄생이 복합적 새 무역 질서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경계치 않으면 안 된다. 

당장 일본에서는 “일본 기업들의 한국 진출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이번 협정 체결로 일본의 대한국 수출공산품 관세 철폐율이 현재의 19%에서 단계적으로 92%까지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다르지 않다. 관세장벽이 허물어지면 역내 기업들 사이에 무한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경쟁력을 잃으면 패배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농업 등 취약 부문에는 개방에 따른 어려움을 겪게 할 수 있다. 정부는 쌀·고추·마늘·양파 등 민감품목은 양허(개방)대상에서 제외했다. 기존 FTA가 없는 일본과는 개방수준을 낮추는 등 피해를 줄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피해가 나타나게 마련인 만큼 국내 산업 보완대책 마련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사실, 미국과 중국의 경제패권 다툼이 본격화하는 시점과 맞물려 RCEP는 어느덧 중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경제블록이라는 프레임에 갇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 관점에서 TPP 탈퇴를 강행한 후 중국이 RCEP 논의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게 이런 선입견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한미 공조 유지 유연한 대응을

바이든 정부가 다시 TPP에 복귀할 경우, 한국은 중국 주도 RCEP냐, 미국 주도 TPP냐를 선택해야 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미국이 중국 견제용으로 CPTPP를 활용할 가능성에 대비해 우리도 참여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미국과의 협력범위를 넓혀 자유민주주의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 복원 흐름에서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 일본·호주 등이 주도해온 CPTPP 가입은 한미일 공조체제 복원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한국은 앞 정부에서 TPP에 참가할 기회를 놓쳤다. 통상 전략의 축을 다자간 협정이 아닌 양자 간 협정에 둔 데다 일본에 대한 시장 개방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농업 분야 반발의 눈치를 봤다. 그 결과 무역 영토 전쟁에서 한발 뒤처지게 됐다. 이제라도 TPP 가입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로서는 RCEP와 TPP에 모두 참여하는 게 최선이지만, 자국 편에 서길 바라는 중국과 내심 우리의 TPP 참여를 반기지 않을 일본의 견제를 극복해야 한다.

이제 와서 CPTPP에 가입하려 하면 창립 멤버인 일본의 텃세가 심할 것이다. 그럴수록 긴밀한 한미 공조를 유지하며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우물쭈물하다 역내 새 무역 질서를 만들어가는 데 소외되는 전략적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RCEP와 TPP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양 협정에 모두 가입한 나라가 일본·호주·베트남·싱가포르 등 7국이나 된다.

국내 정책도 개선돼야 한다. 현재 산업·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전략은 찾아보기 힘들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제한으로 대외 가격경쟁력은 추락하고, 거미줄 규제에 기업의 손발은 묶여 있다. 이런 식으로 ‘정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산업·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반기업·친노동 규제 철폐가 최우선 과제다.

자유무역 촉진 도전 정신 중요

RCEP와 TPP는 미중 무역협상 진전에 따라 점진적으로 협력과 수렴의 길로 나아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 경우, 우리나라는 RCEP 확대나, 두 협정체제의 통합에 건설적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방형 통상국가 한국은 다자주의 복원이라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선 중국 주도의 RCEP에 참가함으로써 한국이 미·중 갈등에 휩쓸리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RCEP에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미국의 핵심동맹국들이 참가한 점에서 보면 지나친 우려다.

우리로서는 어느 한 편에 서기보다는 자유무역 촉진이라는 일관된 원칙에 따라 전략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크다. 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 도약시킨 건 불굴의 도전 정신이었다. 중국 주도의 RCEP도, 미국 주도의 TPP도 우리는 도전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거대 新경제권의 경쟁적 등장을 수출 무역의 재도약대로 활용, 새로운 성장기반을 일궈내야만 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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