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뜨는 윤석열, 속 타는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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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뜨는 윤석열, 속 타는 국민의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12.03 20: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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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에 집중되는 시선…내부 주자 못 키우는 국민의힘 ‘속앓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국민의힘의 표정은 미묘하다. ⓒ시사오늘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율의 상승세를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표정이 미묘하다. ⓒ시사오늘 김유종

윤석열 검찰총장의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데일리안> 의뢰로 <알앤써치>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실시해 2일 공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은 24.5%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22.5%), 이재명 경기도지사(19.1%)를 오차범위 안에서 제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관의 지난 10월 넷째 주 조사(15.1%)와 비교하면, 한 달 새 지지율이 9.4%포인트나 오른 겁니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지지율이 전부’라고들 합니다. 일단 지지율이 오르면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고, 세력도 생기니까요. 실제로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윤 총장을 야권의 ‘대표 선수’로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여론조사만 보면, 윤 총장이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의 양강 구도로 흘러가던 대선 판도를 뒤흔드는 모양새기 때문입니다. 여권 후보보다 지지율이 높은 야권 후보. 아마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작 국민의힘에서는 윤 총장의 부상을 그리 반가워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검찰총장은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건데요. 주호영 원내대표는 2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윤 총장이 정치를 ‘안 한다’가 아니라 ‘하지 않겠다’고 명백히 선언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대한민국 법치주의가 살고 검찰의 중립성·독립성이 보장되는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이유는 좀 다릅니다. 국민의힘이 윤 총장의 경쟁력에 의문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얼마 전 만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윤 총장의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에게 핍박 받는 ‘검찰총장 윤석열’에 대한 지지 표시다. 그런데 대선에서 필요한 건 ‘정치인 윤석열’의 지지율이다. 여기에 대한 확신이 없다. ‘유엔사무총장 반기문’ 지지율과 ‘정치인 반기문’ 지지율이 얼마나 다른지 보지 않았느냐.”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정치권 밖에서는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해도 사람들이 박수를 쳐준다. 그런데 정치권 안으로 들어오면 다르다. 국민들은 정치인에게 코로나19를 어떻게 잡을지, 부동산 폭등은 어떻게 할지, 전세난은 또 어떻게 할지를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 한다. 이 간극이 문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봐라. 정치권 밖에서는 ‘새 정치’라는 말만 해도 지지율이 올랐지만 정치권 안에서는 ‘뭐가 새 정치냐’라고 답을 요구받지 않았나. 윤 총장이 그 검증 과정을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기에 윤 총장은 좀 특수한 리스크도 갖고 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입니다. 한 원로 정치인은 윤 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겠냐는 질문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기 때문에 보수 유권자들이 심정적으로 윤 총장을 지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만약 윤 총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흡수할 수 없다면, 보수의 분열은 필연입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죠.

종합하면, 현재 지지율과 별개로 국민의힘은 ‘윤석열 카드’를 상당히 불안한 카드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국민의힘이 ‘윤석열 현상’을 탐탁찮게 생각하는 원인이 나타납니다. 윤 총장이 확실히 믿을 수 없는 카드라면 내부에서 대권 주자를 키워야 하는데, 윤 총장이 모든 관심을 빨아들이는 바람에 다른 주자들에게 시선이 가지 않는 까닭입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름도 잘 눈에 띄지 않을 정도입니다.

앞선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야권 후보들인 무소속 홍준표 의원(5.6%), 오세훈 전 서울시장(4.5%),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2.7%),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2.4%), 원희룡 제주도지사(1.6%)의 지지율이 모두 한 자릿수에 그쳤습니다. 이들도 저마다의 비전을 제시하며 대권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라는 ‘블랙홀’을 넘어서기는 역부족입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주 원내대표가 “윤 총장이 정치를 ‘안 한다’가 아니라 ‘하지 않겠다’고 명백히 선언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도 이 같은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윤 총장이 굳이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시선을 야권 후보들에게로 모아줄 이유는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국민의힘과 윤 총장 사이의 미묘한 긴장 관계는 당분간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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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보수 2020-12-07 12:34:01
윤썩렬하고 늙종인은 문죄인이 파견한 스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