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탄핵의 강…국민의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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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탄핵의 강…국민의힘, 선택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12.07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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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사과 카드 꺼낸 김종인…“지금은 때가 아니다” 반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를 국민 앞에서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를 국민 앞에서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당내 반응은 시큰둥하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다시 한 번 ‘탄핵의 강’ 앞에 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를 국민 앞에서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가결한 12월 9일을 전후해 대국민 사과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자 당내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미 ‘과거의 인물’이 된 두 전직 대통령을 굳이 끄집어내 보수층을 자극할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오히려 오차범위 내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지지율을 앞선 조사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좋은’ 지금, 덜컥 대국민 사과 카드를 꺼냈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과 없이는 중도층 흡수 못 해”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청년당 창당대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기 국민의힘에 처음 올 때부터 미리 예고했던 사항인데 그동안 여러 가지를 참작하느라고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시기상으로 봐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를 국민 앞에서 사과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이러한 김 위원장의 행보는 취임 직후부터 계속된 ‘중도 확장’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현재 국민의힘 정당지지율은 30% 박스권에서 횡보하고 있다. YTN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수행해 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국민의힘은 31.3%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민주당(29.7%)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기는 했지만,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서라기보다는 민주당 지지율이 내린 탓이 더 컸다.

때문에 국민의힘이 내년 서울·부산시장 선거와 내후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도층을 흡수해 30% 박스권을 깨고 나가야 한다. 그리고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결국 ‘보수의 붕괴’를 촉발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판단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우리가 중도층을 끌어안고 30~40대의 지지를 다시 받고 싶다면 이제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지금은 조용하지만 선거가 다가오면 민주당 쪽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확인하려 들 것이다.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보수 내부 분열을 만들 수 있는 꽃놀이패기 때문”이라며 “선거가 다가왔을 때 시끄러워지는 것보다는 미리미리 정리를 해두고 가는 게 맞다”고 충고했다.

 

“스스로 불리한 프레임에 들어가는 꼴”


문제는 당내 반발이다. 우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 사과가 ‘집토끼’의 이탈을 불러올 것이라는 걱정이 만만찮다. 두 전직 대통령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생각하는 보수 지지층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사과가 자칫 ‘거리두기’로 해석될 경우 강성 보수층이 국민의힘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당내 최다선인 서병수 의원이 6일 SNS를 통해 “저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덮어씌운 온갖 억지와 모함을 걷어내고 정상적인 법과 원칙에 따른 재평가 후에 공과를 논해도 늦지 않다”면서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 같은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 사과가 문재인 정부 실정에 모아지고 있는 여론의 관심을 분산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들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지지율 하락은) 부동산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고 코로나19는 재확산되는데 검찰개혁이니 뭐니 하면서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는 정부여당에 국민들께서 지친 것”이라며 “이제 국민들께서 문재인 정부 실정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계시는데, 전직 대통령 사과 문제를 꺼내면 다시 관심이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우리 당에 유리한 프레임을 우리가 알아서 불리한 쪽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제원 의원도 지난달 18일 자신의 SNS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 당의 과거에 대해 사과를 할 만큼 정통성을 가진 분이 아니다. 당원과 국민들에 의해 직접 선출된 당 대표가 당원들의 총의를 모아도 늦지 않을 뿐 아니라, 잘잘못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차기 대선후보에게 일임하는 것이 도리”라며 “지금은 상대에게 정치적 공격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라고 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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