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KT가 SBS콘텐츠허브와 함께 제작한 오리지널 영화 ‘큰엄마의 미친봉고’에 원작자 사전 동의 여부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누리꾼의 이야기를 원작자 허락 없이 영화화했다는 것이다. 

KT는 지난 2일 오리지널 영화 ‘큰엄마의 미친봉고’를 공동 제작한다고 밝혔다. ‘큰엄마의 미친봉고’는 명절 당일 뒤집개 대신 봉고차 열쇠를 집어 든 큰 며느리가 남편 몰래 며느리들을 차에 태워 탈출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코미디 로드무비로, KT측은 “내년 설 연휴에 맞춰 공개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영화 제작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 7일 저녁 SNS에는 “원작자의 동의 없이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명절 봉고차 게시글 원작자'라고 소개한 익명의 한 누리꾼은 “영화의 줄거리가 내가 한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과 유사하다”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이 누리꾼은 “저는 돈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엔딩 크레딧에 제 이름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단지 ‘큰엄마의 미친봉고’라는 영화가 인터넷에 올라온 썰(이야기)을 보고 만든 이야기만 들어가면 만족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됐다. 

실제 몇 년 전 SNS에서는 ‘큰엄마한테 납치당함’이라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된 바 있다. 작성자는 당시 “큰엄마가 우리 엄마랑 작은 엄마랑 사촌언니 동생들 등 여자 가족들을 읍내에 장보러 가자고 봉고차에 태우더니 지금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면서 “우리는 강릉에 간다. 다들 어리둥절한데 큰엄마만 결의 가득한 얼굴로 운전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전해 누리꾼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누리꾼들은 “출처도 없이 인터넷 커뮤니티 이야기를 마음대로 영화화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큰엄마의 미친봉고’ 표절 의혹 사건은 영화 ‘졸라(Zola)’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영화 ‘졸라’는 트위터 사용자(AZIAH KING)의 트위터 타래를 영화화하면서 크레딧에 출처를 명기했다. 이는 저작권에 따르면 당연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KT 관계자는 “기획자는 3년 전 SNS에 올라온 ‘큰 엄마가 우리 봉고 태워서 강릉간대요’라는 글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작품을 구상했고, 이 과정에서 원글 작성자를 찾고자 몇 년 간 계속해서 작성자를 찾기 위한 노력을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은 것”이라면서 “결국 해당 컨셉만을 가지고 새로운 이야기를 구상해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원작자를 찾지 못할 경우 애초에 크레딧에 출처를 밝힐 것을 계획하고 진행한 프로젝트였다”면서 “비로소 원작성자와 연락이 닿았고, 크레딧 출처를 밝히기 위한 협의 등을 원만하게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표절 논란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논란이 된 ‘큰엄마의 미친봉고’는 내년 1월 말 KT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을 통해 선공개되며, 실시간 채널·IPTV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순차적으로 방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