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옥죄기 논란’ 계속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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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옥죄기 논란’ 계속되는 이유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0.12.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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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5조↑ 非지주 금융그룹 대상…삼성·한화·미래에셋·DB 등
이중 규제 + ‘옥상옥’ 논란 계속…“특정회사에 초점 둔 것 아니냐”
금융위, “계열사 간 전이 위험 등 그룹 차원 위험 관리” 논란 해명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법률안,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안 등 정무위 소관 법안을 가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법률안,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안 등 정무위 소관 법안을 가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대형 금융그룹의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금융그룹감독법에서 변경) 개정안에 대한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당초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돼 입법화를 추진해왔고 본회의에서 통과됐지만, '이중규제'라는 주장에 기반해 업계 안팎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기에 야당은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이 포함된 이른바 '공정경제 3법' 통과에 대해 '민주주의 합의정신'을 파괴했다며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산 5조↑ 非지주 금융그룹 대상…삼성·한화·미래에셋·DB 등

지난 8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개정안)'은 이날 정무위 상임위원회를 모두 통과했다. 세 개정안은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으며,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하지만, 이들 법률안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상임위에 불참했으며, 규제 대상인 재계 쪽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의 대상이 되고 있는 금융그룹에서는 우려섞인 반응과 함께 이미 법안의 통과를 예상해 허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은 금융자산 5조 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 중 非지주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한다. 현재 해당되는 곳은 △삼성 △한화 △미래에셋 △DB △교보 △현대차그룹인데, 금융당국은 각 그룹 내 대표회사를 지정, 금융그룹 전체 건전성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긴다는게 주요 골자다.

이렇게 지정된 대표회사는 분기별로 금융그룹 전반의 자본적정성 현황, 위험요인 등을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에 보고하고 공시하도록 돼 있으며, 만약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금융위는 해당 회사에 경영개선계획(금융그룹 차원)을 제출할 것을 명령할 수 있다. 또한 정당한 이유없이 보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보고할 경우, 금융위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임직원에게 주의·경고를 줄 수도 있다. 

이중 규제 및 '옥상옥' 논란 계속…"특정 회사 초점 둔 것 아니냐"

업계 안팎에서는 이에 대해 첨예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그룹에 속한 증권·보험·카드 등 금융계열사들은 각 업권별로 이미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중규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인데, 실제 현업에서는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9일 통화에서 "해당 법안의 취지는 공감하나, 최근 상황에 비춰봤을 때 특정회사에 초점을 둔 것 같기도 하다"면서 "다른 금융그룹은 법안이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첨부됐다는 업계의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무엇보다 중복된 규제가 있을 수도 있고, 대표회사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옥상옥(屋上屋, 불필요하게 거듭된 일)이 된 꼴이며, 오히려 기업을 옥죄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이날(9일) 통화에서 "해당 법안은 오랫동안 입법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업계에서도 공시 등 여러 준비들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계자는 "법안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특정회사를 겨냥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의견에서는 자유롭지 못할듯 싶다"면서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그룹에서는 그에 따른 추가적인 대응과 절차를 진행하겠지만, 법안 자체에 대한 실효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정치권도 같은 입장이었다. 특히 야당인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은 법안 심사 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유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9일) 통화에서 "법안 통과에 대한 문제 이전에 국회가 정한 법안 심사 절차 문제가 더 크다"면서 "(여당은) 해당 절차를 지키지 아니하고, 이것(공정경제 3법)에 대한 강행처리를 진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법 제정을 위해서는 각 조항별로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점을 찾아가야 하는데, 조항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제출한 '안' 그대로 통과를 시켰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은 5분만에 통과됐다고 전해졌다.

관계자는 아울러 "지난 2018년부터 정부와 금융당국은 해당 내용에 대한 모범규준을 시행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업계와 정부간에 합의점을 찾아내 자율화에 맡겼던 것"이 "(하지만) 이번 법안은 규준을 지키지 않으면 행정절차대로 처벌,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렇다면 처벌 및 징계 요구절차가 정당성이 있는지 없는지 따져보고 통과를 시켰어야 했으나, (여당은) 그러지 않았다"면서 "(결국) 금융당국의 편만 들어준 꼴이 됐다"고 재차 비판했다.

금융위 "계열사 간 전이 위험 등 그룹 차원 위험 관리" 논란 해명

금융위는 이같은 '이중규제' 논란이 가중되자, 지난 9월 해명자료를 통해 "기존 개별업권 감독과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이 규제 감독하는 위험이 서로 상이하므로, '이중규제'나 '옥상옥 규제'가 아니다"면서 "(특히) 계열사 간의 전이위험, 자본의 중복이용 등 개별업권법으로 미처 감독되지 못하는 그룹차원의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맞물려, 법조계나 학계에서는 이번 법안에 대해 유보·찬성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9일) 통화에서 "이중규제 등 현재 제기되고 있는 논란 자체만으로 법의 위헌여부 등을 판단하지는 못한다"면서도 "법리적인 견해보다는 실제 실무 운영 과정에서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법 내용에 대해서는 기존 업무에서 추가적인 절차가 생겨난 꼴이기 때문에, 해당 법안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같은날 통화에서 "해당 법안은 대기업들이 금융계열사들을 활용해 공정거래에 어긋나는 행위를 제재하고자 추진되고 있는데, 기본적인 취지는 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지금까지 금산분리법(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 등을 통해 제조기업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관리·감독했지만, 비은행권의 경우 규제가 느슨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이번 법안이 이같은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시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중규제 논란에 대해서는 "물론 (이중규제의)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예를 들면 기존 규제는 삼성생명이 보험사로서 규제를 받는 것이고, 새로운 법(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의 경우는 각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는 금융그룹 자체를 규제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대상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고 본다"면서 "대기업이 그동안 금융 계열사에 대해 규제를 받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 취지에서 법안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의 안을 살펴보면, 금융자산 5조 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 중 非지주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곧 금융업에 진출할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도 추가적인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계열사에 한정된게 아니라,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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