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삼성물산·현대건설, ‘수장 교체’가 갖는 의미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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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삼성물산·현대건설, ‘수장 교체’가 갖는 의미 ‘셋’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0.12.15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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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건설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 연말 인사 시즌을 맞아 일제히 사령탑을 교체했습니다. 삼성물산은 지난 8일 2021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고 건설부문 오세철 부사장을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한다고 밝혔으며, 현대자동차그룹은 15일 2020년 하반기 임원 인사를 내고 현대건설 윤영준 주택사업본부장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내정한다고 전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앞이 보이지 않는 환경이기에 대부분 건설사들이 변화보다 안정을 택하는 추세임에도, 업계 양대산맥인 두 업체는 이와 다른 결정을 내린 겁니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의미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선, '그룹 오너일가의 뜻'입니다. 이번 인사로 물러나는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주도한 인물입니다.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 중인 데다, 그의 부친 故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지분승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인 만큼, 불법 승계 의혹 관련 흔적을 지우는 동시에 향후 여론전 포석을 쌓기 위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그룹 계열 노조 파괴 공작 등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정금용 리조트부문 사장,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등 이영호 사장과 함께 쳐냈습니다. 사법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겠죠.

현대건설의 수장 교체에서는 총수일가의 입김이 대놓고 엿보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 조치의 핵심으로 "그룹의 미래 사업 강화와 창의적이고 열린 조직문화 혁신 가속화"를 꼽았습니다. '정의선 회장 시대'에 맞춘 '세대교체'입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정의선 회장의 최측근이라 불리는 장재훈 사장을 택했습니다. 장재훈 사장은 국내사업본부와 제네시스사업본부를 담당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점을 인정받아 부사장 승진 2년 만에 다시 사장으로 고속 승진했습니다. 현대건설의 인사도 같은 맥락입니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진행 부회장과 박동욱 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고문 위치로 갔고, 불과 1년 전 부사장으로 승진한 윤영준 주택사업본부장 부사장이 새로운 사장이 됐습니다. 윤영준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조직문화 혁신', '미래 경쟁력 확보'입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CI ⓒ 각 사(社)제공
삼성물산, 현대건설 CI ⓒ 각 사(社)제공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의 수장 교체의 두 번째 함의는 '2021년 경영전략'입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신임 사령탑인 오세철 사장은 싱가포르, 두바이 등 해외 건설현장을 두루 경험한 인사로, 글로벌조달실장을 거쳐 2015년 12월부터 삼성물산 플랜트사업부를 진두지휘한 '현장 전문가'입니다. 반면, 직전 사령탑인 이영호 사장은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전략통', '재무통'으로 분류됐습니다. 최근 수년간 국내외 수주시장에서 몸을 사렸던 삼성물산이 오는 2021년에는 달라진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더욱이 삼성물산은 그룹 총수일가의 지배구조를 완성시키기 위한 '기업가치 극대화'가 불가피한 실정입니다. 공격적인 수주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건설의 신임 사령탑인 윤영준 사장 역시 사업관리실장, 공사지원사업부장, 주택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해 '현장통'으로 통하는 인물입니다. 현대차 재경사업부장, 현대건설 재경본부장 등을 지낸 '재무 전문가'인 전임자 박동욱 사장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룹니다.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는 윤영준 사장의 지휘 아래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실적 1위라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특히 1조7337억 원 규모 사업인 서울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수주 당시 윤영준 사장은 "나도 한남3구역 조합원이 됐다. 내가 살 집을 짓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는 발언을 해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국내 건설업계를 선도하는 두 대형 건설사가 마치 짜맞추기라도 한듯 동시에 '현장 전문가'를 새로운 사장 자리에 앉힌 배경에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부동산시장 과열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호황이 계속된다는 의미죠.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주도하는 그린 뉴딜, 공공재개발, 임대주택 공급 등에 따른 수혜도 예정됐습니다. 유진투자증권 김열매 연구원은 "오는 2021년에는 공공재개발을 필두로 도시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될 것이다. 건설업이 우려보다는 기대감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아마도 현대건설이 주택사업본부장을 역임한 윤영준 사장을 선임한 이유일 겁니다. 또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새 수장 오세철 사장도 인사 발표 이튿날인 지난 9일 곧장 수도권 일대 현장을 시찰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의 주무대인 플랜트는 물론, 정비사업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마지막으로 실적 악화에 따른 '성과주의', 그리고 '분위기 전환'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0년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 8조5907억9300만 원, 영업이익 3958억9300만 원을 올렸습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64%, 1.87% 줄었습니다. 특히 지난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폭이 12.7%에 이르며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현장 비용이 증가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하지만, 올해(지난 3분기까지) 삼성물산이 그룹 계열사 등 특수관계자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이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약 10% 줄어든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재벌기업집단이 특정 업체를 전사적으로 밀어주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죠. 쇄신이 요구되는 상황임이 분명합니다.

현대건설의 실적은 더 참혹합니다. 현대건설은 2020년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 12조6454억9700만 원, 영업이익 4590억5100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33.41% 급감했습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38.25% 줄었습니다. 빛나는 수주실적을 올렸음에도 이처럼 실적이 부진한 것(물론, 수주실적이 아직 실제 실적에 반영되진 않았지만)에 대해 현대건설 측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보수적 회계처리를 한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물산과 달리, 현대건설은 올해(지난 3분기까지) 그룹 계열사 등 특수관계자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거둔 매출이 전년보다 3.62% 증가했습니다.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을 받았음에도 더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은 것이죠. 누군가 책임질 사람이 필요할 것이고, 분위기도 바꿀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국내 건설업계 1, 2위 자리를 다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이들의 수장 교체 결정은 오는 2021년에 과연 어떤 결과를 불러오게 될까요? 때가 때인 만큼, 지나친 경쟁보다는 서로 협력하고 중견·중소업체들과 상생하는 모범적인 모습으로 대한민국 대표 건설사라는 위상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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